구치서에서 협박편지 보낸 스토커
사건 이후 학원 수강생 80% 나가
전문가들 “피해자 보호 중심 법안 필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춘숙 더불어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죽어야 끝나는 스토킹 범죄 미리 막을 수 없나' 스토킹범죄처벌법 제정촉구 토론회를 열고 조혜연 프로바둑기사는 발언중이다. ⓒ홍수형 기자
조혜연 프로바둑기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토킹범죄처벌법 제정 촉구 토론회에서 스토킹 피해를 증언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스토킹 피해를 겪은 조혜연 프로바둑기사가 7일 가해자가 복역 중이지만 아직도 스토킹 피해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보호에 중점을 둔 법안 제정이 핵심”이라며 발의된 스토킹처벌법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정춘숙 의원이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죽어야 끝나는 스토킹 범죄 미리 막을 순 없나’라는 제목으로 스토킹처벌법 제정 촉구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스토킹범죄 피해 당사자인 조혜연 프로바둑기사가 참석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설명했다.

조 기사는 한 통의 편지를 꺼내 보이며 “나를 따라다녔던 스토커는 현재 송치돼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내게 빽빽한 글씨로 쓴 두 장의 협박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편지를 받으며 나는 지금은 살아있지만 이 사람이 징역을 살고 나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북부지검에서는 현재 스토킹법이 없기 때문에 스토커가 바둑 아카데미에 협박 낙서를 한 것에 대해서만 나를 재물손괴죄 증인으로 출석명령을 내린 상태”라며 “스토킹 사건이 있고 난 후 어린 학생들로 구성된 바둑아카데미 수강생들의 80%가 그만뒀다”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24일에는 스토커가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형사가 경찰 조사를 끝내고 훈방조치를 내렸다. 그리고 스토커는 바로 3분 만에 아카데미를 향해 뛰어 들어왔다”며 “나는 2층 옥상으로 올라가 도망쳤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다칠 것을 각오하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권력도 두려워하지 않는 스토커이지만 최소한의 공권력이라도 행사할 수 있는 스토킹 방지법이 하루 속히 발의돼야 나를 포함한 모든 피해자들이 안전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스토킹을 당하던 피해자가 가해자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며 “저는 제19,20대 국회에 이어 제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말했다.

남 최고위원은 “이번 토론회는 스토킹범죄 피해 당사자인 조혜연 프로바둑기사께서 직접 피해를 증언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와주셨다”며 “피해자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오롯이 전달돼 법안이 제정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춘숙 의원은 “‘스토킹법’에 대한 이중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며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돼 21대 국회까지 매번 발의되는 법안이라면서 ‘재탕, 삼탕 법안'’의 대명사로 불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점”면서 “스토킹에서 ‘순정남’이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인식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김 부의장은 “스토킹을 포함한 젠더폭력 근절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라며 “21대 국회에 진출한 원내정당 모두 스토킹방지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제1야당 원내대표께서도 중점법안으로 채택해 처리하겠다고 말씀하신 만큼 조속히 법안이 통과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토론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자세히 알고 싶어서 참석했다”며 “20년 동안 발의된 법안이 10건을 넘긴다. 오늘 토론회의 제목인 ‘죽어야 끝나는 스토킹 범죄 미리 막을 순 없나’라는 제목을 21대 국회에서는 그 굴레를 끊을 수 있도록 여러 의원님들과 힘 모아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발제를 맡은 정재흔 여성의당 경남도당 공동위원장은 창원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해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5월 4일 경남 창원시에서는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40대 남성이 6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최근 피해자 측의 증언에 따르면 피해자는 살해당하기 전까지 가해자로부터 10년 동안 스토킹에 시달린 것으로 밝혀졌다.

정 공동위원장은 “스토킹 피해자 유족은 결국 이사를 간다. 왜 피해자가 자리를 뜨고 눈치를 봐야 하느냐”면서 “이 토론회가 열린다고 하니 피해자 유족은 입법 호소와 함께 관련 자료를 수시로 보내고 있다. 엄벌도 엄벌이지만 다른 사람이 이러한 고통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춘숙 더불어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죽어야 끝나는 스토킹 범죄 미리 막을 수 없나' 스토킹범죄처벌법 제정촉구 토론회를 열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발언중이다. ⓒ홍수형 기자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토킹범죄처벌법 제정촉구 토론회를 열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친밀한 파트너 관계 살인의 특징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친밀한 파트너 살인은 대인범죄전력이 있는 자가 전 파트너(연인 포함)을 대상으로 재결합 요구가 무산되면 피해자의 주거지나 직장에서 범행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범행동기는 전 파트너와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고자 회유나 협박이 통하지 않을 경우 살해할 목적으로 사전에 칼과 같은 흉기를 준비한 후 피해자가 재결합을 거부할 때 피해자의 신체 여러 곳을 찌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바로 도주해 피해자가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하는 반인륜적인 범행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며 “심지어 피해자의 가족까지 살해하려는 범행이 나타나고 있어 당사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가족의 안전까지도 담보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의 마련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에서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남인순·정춘숙 의원의 발의안이 실효성을 담보하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 사무처장은 △법의 목적을 ‘특정인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그 생활 영역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접근해 괴롭히는 행위를 방지함으로써 피해자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함’으로 해야 함 △스토킹의 정의에 포괄 규정이 포함돼야 함 △피해자의 범위를 생활상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으로까지 확대해야 함 △경찰의 초기 대응 강화하고 경찰의 응급조치나 긴급잠정조치를 위반한 경우 벌칙규정을 신설해 이의 집행력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함 △피해자의 신변안전조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피해자가 할 수 있어야 함 △반의사불법 조항 삭제 및 데이트 상대·배우자·동거인·친족 등 인적 신뢰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이 가해한 경우에는 가중 처벌하도록 해야 함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있도록 고소에 관한 특례가 신설돼야 함 △스토킹범죄의 예방·방지와 피해자의 보호·지원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스토킹범죄의 국가 책무성 및 예상상 조치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춘숙 더불어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죽어야 끝나는 스토킹 범죄 미리 막을 수 없나' 스토킹범죄처벌법 제정촉구 토론회를 열고 기념 사진 촬영중이다. ⓒ홍수형 기자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토킹범죄처벌법 제정촉구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