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난 가족> 어떻게 보십니까?
영화 <바람난 가족> 어떻게 보십니까?
  • 조은미 기자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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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여성 영화로도 최고 VS 아직도 한참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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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난 가족> 어때요?



아내에겐 절대 보여줘선 안 될 영화. 이 도발적이지만, 남편만 상대하는 카피를 단 <바람난 가족>이 개봉했다.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은 과연 근래에 보기 드문 최고의 (여성) 영화다. 아니다? 바람난 유부녀 호정은 해방된 캐릭터다. 아니다? 여성감독보다도 낫다. 아니다? 다섯 명이 말하는 가지 가지로 <바람난 가족>.



아내에겐 절대 보여줘선 안 될 영화. 이 도발적이지만, 남편만 상대하는 카피를 단 <바람난 가족>이 개봉했다. 영화 포스터는 더 묘하다. 담배를 꼬나든 문소리가 홀딱 벗고 있다. 아니 실은 가렸다. 중심 부위는 카피로 가렸다. 포스터만 보자면, ‘젖小 부인 바람났네’가 따로 없다.’



전작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식사하는 처녀 열풍을 일으킨 임상수 감독이 돌아왔다. 자칭 ‘떡 영화’(섹스신 많은 영화의 별칭) 전문, 임상수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에도 그는 ‘떡스러워진’ 이현승 감독 같다. “너무 벗긴 거 아냐?” 이런 소문 속에, 영화는 베니스 영화제 티켓을 거머쥐었다. 또 화젯거리도 거머쥐었다. 그 화제와 논란 속으로 들어갔다.



물론 이구동성, “작품만 보면, 잘 만들었다.”하지만 문제는 딴 데 있다. 과연 근래에 보기 드문 최고의 (여성) 영화다. 아니다? 바람난 유부녀로 일컬어지는 호정 캐릭터는 멋지다. 아니다? 다섯명이 말하는 가지가지로 <바람난 가족> 이야길 들어봤다.







■ <바람난 가족>은 어떤 영화?



서울 외곽도로에 멈춰 서서 “아, 여기 88도로인데요. 좀 막히네요.” 이런 전화를 거는 영작(황정민)은 변호사다.

그에겐 애인이 있다. 연이다. 그녀는 “유부남하곤 이래서 불편해. 맨날 방구석에만 있어야 한다니까” 이러거나 자기가 원하는 체위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여자다.

실패한 피임이 만들어낸 임신도 당장 산부인과 직행이다. 그리고 괜찮냐고 묻는 영작에게 이런다. “아무렴, 괜찮겠어?”



영작의 아내 호정(문소리)은 전직 무용수다. 현재? 일 안 한다. 근처 무용연습실에서 혼자 연습하는 정도.

시아버지는 암으로 죽는다. 피를 토하고 복수가 차고. “각자, 아버지는 각자 챙기자, 응?”이러다가도 그 시아버지 간병을 자처하는 게 호정이다.

그 시아버지가 죽어 가는 앞에서 시어머니가 말한다.

나, 애인 있다. 초등학교 동창이다. 나 섹스도 했다. 15년 만에 오르가슴도 느꼈다.

그 시어머니더러 호정이 말한다. “당신, 어머니 멋져.”

그런 호정을 지켜보는 옆집 고등학생이 있다. 훔쳐본다. 그리고? 그런 고삐리 지운이 호정은 귀엽다. 귀여운 바람은 그렇게 시작했다?

제각기 바람나는 인물들 풍경 속에서 영화는 가족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시원하다. 여성감독보다도 낫다

조선희 전 <씨네21>편집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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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남자들이 만드는 영화는 여자가 아예 없다. 있어도 상투적이고, 주류 이데올로기 성역할을 전제한다. 신물난다.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도 그렇다. 임순례 감독 같은 경우엔 영화에 여자가 아예 없다. 이정향 감독이 만든 <미술관 옆 동물원>의 심은하가 완전히 새롭다 난리가 났지만, 내가 보기엔 굉장히 수동적이고 답답한 캐릭터다. 그건 신발 신은 채 발바닥을 긁는 것과 같다. 워낙 여성영화가 안 나왔다. 오히려 임상수 감독이 굉장히 건강하다.



물론 임상수 감독은 적극적인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그는 얼터너티브한 감수성의 소유자다. 그래서 여성문제도 녹아 있다. 그건 여성이 비주류고 마이너리티이기 때문이다. 그가 본래 시스템에 대해서 더럽고 귀찮아하는 기본적 정서가 있어서다. 그런 정도로 여성문제를 이해한다. 또 그는 최소한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또 올바르려 한다. 여성시각이 어느 정도 균형 있다고 본다. 호정 캐릭터도 재미있게 봤다. 마지막 라스트 신은 특히 한국영화사상 드문 라스트신이다.



한국영화 관습이라는 게 바람난 여자를 그릴 땐, 남자는 상관없다. 남자야 하도 바람을 피우고 그게 주류니까. 문제는 항상 바람난 여자다. 90년 이전 영화에서 회개하며 가정으로 돌아오는 신이 주였다. <자유부인>도 그랬다. 그런데 1986년에 만든 <안개기둥>이 왜 그리 화제가 됐냐면, 최명길이 안 돌아와서다. 최명길이 꼭 바람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쨌든 갈등하다 대체로 돌아와야 하는데, 최명길은 만세를 불렀다. 여자가 그렇게 독립을 선언하는 건 특별한 엔딩이었다. 인형의 집에서 나오는 거니까.



<바람난 가족>도 둘이 각기 바람을 피울 뿐만 아니라 여자가 오르가슴을 가진 후 생긴 아이를 뱃속에 가진 채 미혼모, 사생아를 결정한다. 물론 호정도 사생활은 실패다. 비운의 여성상일 수 있다. 그런데 굉장히 밝고 해방된 표정이다. 일도 다시 하기로 하고, 사랑도 찾고, 굉장히 희망적으로 끝난다. 남편인 영작도 돌아서 나가는 장면이 굉장히 희망적이다.



<밀애>도 바람은 나지만, 마지막에 그 여자가 행복하게 바람나 떠나게 만들질 않았다. 도덕적 사회적 검열 때문이었다. 남자를 교통사고로 죽였다. 결국 여자를 비극적으로 포장했다. 새생활은 새생활이고 독립은 독립이다. <밀애>가 굉장히 비극적인 데 반해, 이 영화의 마지막은 유쾌하다. 모든 희망을 갖고 헤어지는 가족 영화라, 신나고 재밌었다.



호정 캐릭터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은주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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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있게 인물을 그려냈다. 근래 한국영화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뽑힌다. 하지만 호정은 가장 설득력 떨어지는 캐릭터다. 시어머니로 나오는 윤여정은 남편과 단절된 관계 속에서 초등학교 동창과 바람을 피우는 게 얼핏 보인다. 바람이 인간적으로 이해도 간다. 영작도 우리나라 전형적인 남성상이라 이해가 간다.



하지만 호정은 가장 이해하기 힘들다. 내면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왜 고등학생과 바람을 피우는지 설명이 부족하다. 그게 의도적으로 그런 설명을 축약한 건지, 실수인진 모르지만 완성도 있는 영화로선 내면 설명이 적다. 그래도 <밀애>보다는 낫다. <밀애>의 경우엔, 남편 바람에 맞바람 피우는 게 페미니스트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리얼리즘 기법을 쓴 영화라지만 너무 작위적이었다.



이만하면 최고다. 영화여 대박 나라

이유명호 한의사, 여성정치인경호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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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가 대박 터뜨리는 게 좋다. 이창동이나 김기덕이 여자 강간과 창부를 그리는 것과 정반대다. 성기 중심주의 영화도 아니다. 대박 나서 많은 남자들이 봤으면 좋겠다. 이 영화도 리트머스 시험지다. 남성들이 보면 너무 불평한다. 남성에게 양성평등 교육을 위해 이만한 좋은 교재가 없다. 여자들이랑 보면서, 문소리처럼 사진 찍어보잔 이야기도 나왔다. 영화가 여성 억압을 확 펼쳐줘서 고맙다.



줄거리 전체가 맘에 들긴 어렵다. 남자 고등학생은 감독이 설치한 장치로 보인다. 멀쩡한 유부남하고 그랬다면 다를 게 뭐 있나? 마지막에 비숍의 <즐거운 우리집>이 나오며 끝나는 부분이 아주 좋았다. 이 영화가 싫다는 이들에겐, 이중적이니 억압을 풀라고 하고 싶다. 이 영화를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자유를 갖지 못한 게 아닐까.



<처녀들의 저녁식사>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한 영화다. 뭘 더 바라냐? 이 정도면 됐지.



호정이 해방된 캐릭터야? 말도 안 돼

최보은 <프리미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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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해서 확 나가지 못한 영화다. 불만족스럽다. 더 이상 할 말 없다. <씨네21>에 말한 거 봐라.



다음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있겠지만 명백하게 잘 만든 영화인 것도 사실”이란 것을 전제로 한 <씨네21> 임상수 감독, 조선희씨와 대담한 내용 인용.



“영작의 캐릭터는 이해가 가고 페이소스도 있지만 여자 캐릭터가 너무 매력이 없고, 뜬금없다구.(…) 다들 가공의 인물 같고, 매력 없게 다가와.(…) 문소리보다 <결혼은, 미친짓이다>처럼 희화적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연희 캐릭터가 정말 쿨했다고 생각해. 여성의 허위의식을 뒤집었잖아. 그런데 <바람난 가족>이 2,3년 사이에 나온 것 중 여성을 가장 잘 그렸다고 말하는 근거가 무언지 모르겠어. (…) 이 여자, 전혀 해방된 캐릭터 아니다.”



좋다. 호정은 가족주의 틀에서 자유로운 여자

최광희 <필름 2.0>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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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어쨌든 우리 영화에 조금씩 진화를 입증한 영화다.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영화. 관객 일상에 관습적 도발을 시도했다. 가족제도 일부일처제에 대한 고민 여지를 주는 영화다. 호정이 욕망을 표출하는 건 영화의 핑계다. 욕망 분출하는 색광이 아니다. 호정은 가족주의적 틀에서 윤리의식이 어느 정도 자유로운 여자다. 가족관계 안에서 의미 찾으려 해도 밖에서 자기 자아 찾는 게 그다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임상수는 성별이 남자다. 호정 캐릭터에 한계가 있다. 그래도 마초적 시각을 많이 걷어냈다. 그나마 다른 시각이다. 영화는 일부러 감정 이입을 안 했다. 의도적으로 굉장히 차갑게 보는 시각이다.



그런데 대중관객은 보수적이다. 뚫고 나가려면 대중적 호흡이 필요하다. 영화 자체는 너무 불친절하다. 작가주의적 잘난 체에 불과하다. 우려는 가는데, 일부 관객은 소화불량에 걸리는 감도 있다. 관객들과 대담을 진행하다 보니, 은호정 캐릭터의 노출 등에서 선정성이나 포르노그라피 코드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더라. 훈련받지 않은 관객은 그럴 수 있다.







조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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