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심판 넘어 법 심판 받는다…
대구지검 특별수사팀 구성해 사건 검토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6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이 들어서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6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이 들어서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감독과 선배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한 고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떠난지 열흘 만에 그를 괴롭혔던 가해자들이 스포츠계에서 퇴출됐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지난 6일 오후 4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2020년 제4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주장 장윤정의 영구제명을 의결했다. 남자 선배 김모씨에게는 자격정지 10년을 판단했다.

제명은 스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이들은 앞으로 대한철인3종협회가 주관하는 어떠한 행사에도 참가할 수 없다. 국내에서 트라이애슬론 이력을 앞세워 활동하는 행위가 완전히 차단됐다.

최숙현 선수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부산의 숙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故 최현숙 선수 사건 관련 추가 피해자' 기자회견을 열고 한 피해자는 발언중이다.ⓒ홍수형 기자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故 최현숙 선수 사건 관련 추가 피해자' 기자회견을 열고 한 피해자는 발언중이다.ⓒ홍수형 기자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고 최숙현 선수와 함께 선수 생활을 한 동료라고 밝힌 A씨는 “김규봉 감독은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한달에 10일 이상 폭행 당했다”며 “2016년 8월 체중이 늘었다는 이유로 빵 20만원어치를 사와 숙현이와 새벽까지 먹게 하고 토하도록 반복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감독한테서 인센티브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지원금이 나오는데도 항상 80~100만원가량의 사비를 주장 선수 이름의 통장으로 입금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가혹행위는 감독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동료 선수 B씨는 “팀의 최고참인 주장 선수는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을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통해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며 “같은 숙소 공간을 쓰다 보니 훈련시간 뿐만 아니라 24시간 주장 선수의 폭력·폭언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고 제3자에게 말하는 것도 계속 감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서로 이간질을 해 다른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게 막았고 아버지도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로부터 처벌 1순위로 지목된 주장 장윤정 역시 더 이상 트라이애슬론에서의 활동이 어려워졌다. 장 씨는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 국제대회 메달을 거머쥐었다.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6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안영주 스포츠공정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6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안영주 스포츠공정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최숙현 선수는 지난 4월8일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이메일을 보내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앞서 지난 2월에도 철인3종협회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그러나 신속하게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폭행 직접 가해자로 ‘팀 닥터’로 불린 안주현 씨의 정보를 체육회와 문체부가 전혀 입수하지 못했다.

해당 사건은 체육계를 넘어 법의 심판을 받을 예정이다. 대구지검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해당 사건을 검토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