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쓴 여성의 성 건강 정보와 조언을 담은 책 5권.
여성들이 쓴 여성의 성 건강 정보와 조언을 담은 책 5권. ⓒ여성신문

학교도, 부모님도 속 시원한 가르침을 주지 않는다. 많은 여성이 포르노나 떠도는 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몸과 성을 배우는 이유다. 2020년이지만 여전히 여성의 성은 높고 단단한 무지의 성벽에 둘러싸여 있다. 안전하고 즐거운 성생활을 어떻게 누릴 수 있을까? 여성이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성적 주체로 서려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 여성이 여성을 위해 찾고 연구하고 분석한, 신뢰할 수 있는 성 건강 정보와 자세한 경험담, 친절한 조언을 담은 책들을 소개한다. 여러 훌륭한 저작물 중 최근 5년 내에 출간된 책 5권을 골랐다.

 

은하선, 『이기적 섹스』, 동녘, 2015

여성의 성은 깨지기 쉬운 유리와 같아 아주 조심히, 은밀하게 다뤄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은 동의하지 않는다. 이제는 여성이 여성의 섹스 이야기를 좀 솔직하고 자유롭게 떠들어도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싫은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바로 그 순간이 성해방이다. 섹스에 대해서 여자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입을 열 때, 여자들이 자신의 ‘욕망’에 대해 알 때 비로소 진정한 성해방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다양한 여성들의 자위와 섹스 경험 인터뷰, 종류별 섹스토이 사용기 등도 눈길을 끈다.

 

민조킹, 『쉘 위 카마수트라』, 위즈덤하우스, 2017

고대 인도의 성교육서 『카마수트라』를 현대 한국에 맞게 재구성하면 어떨까? 민조킹 작가의 웹툰 『쉘 위 카마수트라』는 여성과 남성의 자위 이야기, 키스와 전희 잘하는 법, 속궁합과 성기 크기의 관련성, 다양한 체위 등을 담았다. 서로의 즐거움을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함께 노력하는 동등한 성관계를 묘사한 점, 등장인물의 몸을 그저 마르고 굴곡진 몸이 아니라 현실에 가까운 몸매로 그린 점도 호평받았다. “사랑의 기교란 남성 혼자만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여성 또한 감각적인 쾌락이 주는 최대한의 환희를 경험해야 하며, 오히려 남성이 자신을 만족시키는 것보다 더 앞서 있어야 한다”는 책 속 카마수트라의 한 구절이 긴 여운을 남긴다.

 

한채윤, 『여자들의 섹스북』, 이매진, 2019

섹스에 관한 책은 많지만, 여성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섹스’를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책은 드물다. 『여자들의 섹스북』은 섹슈얼리티와 젠더 연구자이자 성교육 전문가인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가 쓴 여성 섹스 가이드북이다. 지금은 절판된 레즈비언 섹스 가이드북 『한채윤의 섹스 말하기』 후 20년 만에, 레즈비언만이 아니라 모든 여성을 위한 책을 새로 썼다.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누구나 알면 좋을 여성의 몸과 성과 사랑에 관한 상식과 정보, 조언을 담았다. 다양한 나이와 신체의 여성들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표현한 일러스트도 매력적이다.

 

정수연, 『질 좋은 책』, 위즈덤하우스, 2020

내 몸과 성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수록 여성은 더 당당하고 건강해진다. 하지만 병원에 가자니 돈이 들고 눈치가 보인다. 검색과 클릭 몇 번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에만 의존하자니 불안하다. 공감하는 여성들에게 간편하고도 친절한 성 건강 가이드가 될 책이 최근 나왔다. 여성의 성기 구조와 오르가슴, 안전하고 즐거운 자위법, 질염, HPV 등 성병, 임신 가능성, 성교통 등 여성들이 궁금해하는 성 건강 관련 이야기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정수연 성교육 활동가가 수년간의 성 상담 데이터를 정리하고 산부인과 전문의 등 전문가 자문을 받아서 집필했다.

 

부너미, 『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 와온, 2020

“결혼 전에는 조신한 여자가 되기를 요구받았고, 결혼·출산 후에는 여성이 아닌 모성만을 요구받는 ‘무성적’ 존재가 됐다.” 11명의 기혼 여성들이 그동안 겪은 성차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여성의 자위와 오르가슴, 섹스리스 부부, 출산과 섹스, 남편의 성폭력 등 기혼 여성의 성생활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섹스는 관계”고, 존엄한 한 인간으로 동등한 관계를 누릴 때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필자들은 입을 모은다. 몹시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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