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6만9000여명 동의

국내에서는 스토킹 범죄가 늘어나고 강력 범죄로 진화하면서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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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주택가에서 발생한 데이트 폭력 사건의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사건 공론화에 힘을 보태며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서구 데이트 폭력 살인미수 사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와 4일 오후 1시 기준 6만934명으로부터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피해자는 그 전부터 데이트 폭력을 당해 고소를 준비 중이었으나 가해자가 불법 촬영물을 지워줄 것처럼 유인하자 어쩔 수 없이 영상 삭제를 부탁하기 위해 만나게 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는 전 남자친구인 가해자로부터 한 달 여 간 끊임없이 폭행, 강간, 협박, 불법 촬영 등을 당했고 22일 사건 당일 심지어 칼로 살인까지 당할 뻔했다”며 “그날도 피해자는 전 남자친구 집에서 핸드폰을 빼앗기고 칼로 위협까지 받았는데 강간과 폭행을 당한 직후라 속옷조차 입지 못한 상태로 맨발로 뛰어나와 시민의 도움으로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데이트 폭력, 불법 촬영에 관한 범죄가 솜방망이 처벌이 돼선 안 된다. 부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라고 호소했다.

지난 1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서구 데이트 폭력 살인미수 사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와 4일 오후 1시 기준 6만934명으로부터 동의를 얻었다.ⓒ청와대 국민청원

 

‘피해자의 친구’라고 밝힌 글쓴이는 피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그는 여러 번 도와 달라고 호소했지만, 관심이 부족해 피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자 측은 “가해자가 흉기로 신체 여러 곳을 위협해 친구는 무릎 꿇고 빌었는데 가해자는 이를 영상으로 촬영하며 ‘재밌다’고 하며 이 영상과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가해자 측이 지난달 23일부터 고소 취하 요청을 해와 지속해서 선처 요구를 해와 괴롭다고 적었다. 이어 “친구가 이번 사건이 공론화되지 않으면 인터넷 글을 모두 삭제해 달라고 한다. 아주 절망스러워 한다. 혼자 싸우는 것처럼 느끼지 않게 제발 도와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한편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달 23일 특수협박 및 강간 혐의로 주모(23)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될 예정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발생한 성폭행은 ‘불법 촬영’ 범죄가 피해자를 더욱 옥죈 사건이다. 당시 과거 연인이었던 가해자가 불법 촬영물을 삭제해준다는 말로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 폭행하고 흉기로 협박한 사건이다.

피해자는 당시 연인이던 주씨가 술에 취해 의식이 분명하지 않을 때 불법 촬영을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영상을 지워달라고 찾아갔다가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해자는 맨발로 속옷을 입지도 못한 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촬영과 데이트 폭력에 여성들은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연인 사이 애정 문제로 넘어가는 탓에 수사기관은 개입을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여성들이 데이트 폭력 신고가 쉽지 않은데 데이트 폭력이 폭행과 감금 등에 그치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감옥에서 풀려나 보복 범죄를 할 가능성에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이트 폭력으로 재판받은 남성이 형량이 적어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도 했다. 2017년 여자친구를 감금하고 담뱃불로 몸을 지진 한 남성이 ‘특수상해 및 감금’ 혐의로 재판에서 징역 6개월을 받았다.

남녀 간 애정 문제로 치부해 관대하게 처벌하는 판결이 이뤄지거나 징역 6개월은 형량이 짧아 통상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데이트 폭력으로 형사입건된 사람 중 실제 구속된 가해자는 총 1259명으로 2만8915명 중 4.4%에 그쳤다.

이와 함께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도 늘었다. 2017년 1만4135건에서 2018년 1만8671건, 2019년 1만9940건으로 증가추세다. 경찰청은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2개월간 ‘데이트 폭력 집중 신고 기간’은 운영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법에선 데이트 폭력에서 피해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하고 신변 보호 상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도 받을 수 있어 이미 일이 벌어지고 난 후 받는 뒷북 제도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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