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톤즈’ 구수환 감독의 새 영화 ‘부활’ 9일 개봉
'남수단의 슈바이쳐' 고 이태석 신부가 떠난 뒤 10년
의사, 약사, 기자로 성장한 제자들 이야기 담아

이태석 신부.
이태석 신부.

이태석 신부는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다. 그를 꼭 닮은 제자들이 의사, 약사, 기자 등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이 신부가 ‘부활’한 것처럼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다.  

10년 전 개봉한 영화 ‘울지마 톤즈’는 내전의 땅 아프리카 수단에서 주민을 위해 헌신하다 마흔 여덟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로부터 10년 후 이 신부의 사랑을 받고 자란 제자 70여명을 다시 만나 ‘울지마 톤즈’의 후속편 영화 ‘부활’이 오는 9일 개봉한다.

기도하는 의사, 이태석 신부
영화 ‘부활’은 이태석 신부가 남긴 삶이 제자들을 통해 희망의 불로 살아나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울지마 톤즈’와 ‘부활’을 연출한 구수환 감독은 ‘울지마 톤즈’를 촬영할 당시 이 신부의 제자 180여명에게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제자들은 대부분 ‘의사’라고 대답했다. 10년 후 꿈이 현실이 됐다. 의사, 약사, 의과대학생만 40여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이태석 신부의 삶을 존경하며 의사가 됐다. 제자들은 이 신부가 애정을 쏟았던 한센인 마을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센병 환자들은 이태석 신부가 돌아왔다며 기뻐했다.

이태석 신부와 어린 제자들.
이태석 신부와 어린 제자들.
의사, 의대생이 된 이 신부 제자들. ⓒ구수환감독
의사, 의대생이 된 이 신부 제자들. ⓒ구수환감독

“여성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신부가 전쟁을 겪은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든 ‘브라스밴드’의 멤버로 활약하던 아순타 아조크 씨는 지난해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를 졸업했다. 철저한 남존여비 사회인 남수단에서는 남성이 여성과 결혼을 할 때 적게는 30마리에서 많게는 200마리의 소를 준다. 소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여성을 더 꾸미고 잘 입힌다. 이는 여성을 수단으로 소의 값을 올리기 위해 거래혼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거래혼을 당한 여성들은 줄줄이 아이를 낳고, 평생을 소처럼 일하며 살아야 한다. 또한 일부다처제 문화가 있기 때문에 노인의 첩으로 들어가기 싫어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젊은 여성들의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남수단의 성차별 사회에 대해 이태석 신부는 여성의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태석 신부의 제자인 아순타 씨도 이러한 남수단 여성의 삶을 거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여성의 교육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 신부가 세상을 떠나자 도움을 구할 길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신부를 대신해 그의 형인 이태영 신부가 아순타 씨를 한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2일 서울 용산구 CGV에서는 영화 ‘부활’ 시사회가 열렸다. 시사회에는 이태석 신부 유가족을 비롯해 △곽노현 전 서울특별시교육감 △김보영 피아니스트 △김효선 여성신문 대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명일 이태석 위원회 위원장 △이혜경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전 이사장 △장필화  한국여성재단이사장 등이 참석했다.(가나다 순)

이날 구수환 감독은 “신종 코로나전염바이러스(코로나19) 시대 속에서 우리의 생명을 지키고 있는 분들을 모시고 싶어 소방대원, 의사 분들을 특히 초대하고 싶었다”며 “빠른 시일 내로 영화 개봉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는 두 가지”라고 밝혔다.

영화 '부활' 스틸컷. ⓒ구수환 감독
영화 '부활' 스틸컷. ⓒ구수환 감독
영화 '부활' ⓒ여성신문 진혜민
2일 서울 용산구 CGV에서는 영화 ‘부활’ 시사회가 열린 가운데 구수환 감독이 영화 기획 취지를 말하고 있다. ⓒ여성신문 진혜민

구 감독은 “우선 이태석 신부의 선행을 하루 빨리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며 “또 다른 한 가지는 지금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로 인해 힘들다. 모두가 힘듦 가운데 신부의 삶을 보고 위로를 받았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이태석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나 또한 영화를 찍으며 배운 것이 많다”며 “물론 남수단에 건물을 짓고 우물을 파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이태석 재단은 앞으로 그 뜻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재단 앞으로 들어오는 돈은 모두 남수단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불교신자라고 밝힌 구 감독은 영화 속 마지막 장면에 대해 “마지막 컷에 성경 구절을 넣었다”며 “마태복음 25장 중 ‘무엇이든 내 형제들 중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아 한 달 정도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30년 가까이 하고 있는데 그동안 소송이나 협박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그 오랜 시간을 버틴 힘은 내가 보도를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줬고, 그들이 다시 내게 감사를 표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구수환 감독은 1994년부터 2018년까지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추적60분’, ‘KBS 일요스페셜’을 연출했다. 현재는 중헌 메디텍 미디어 사업부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구 감독의 작품에는 영화 ‘울지마 톤즈’, 다큐멘터리 ‘종군기자 그들이 말한다’, ‘스웨덴, 덴마크 정치를 만나다’, ‘골든트라이앵글 한국을 노린다’ 등이 있다. 

영화 '부활' 스틸컷. ⓒ구수환 감독
영화 '부활' 포스터. ⓒ구수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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