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이 아니다… 최소 여성 15명 무참히 죽인 ‘이춘재 사건’
살인의 ‘추억’이 아니다… 최소 여성 15명 무참히 죽인 ‘이춘재 사건’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0.07.02 17:26
  • 수정 2020-07-05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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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종료
살인 14건, 성범죄 34건 자백
공소시효 지나 처벌은 불가능
당시 검찰·경찰 9명 검찰 송치
경기남부경찰청장 공개 사과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 지난해 10월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 지난해 10월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이던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이하 이춘재 사건)’ 수사가 첫 사건 발생 34년 만에 종결됐다. 용의자 이춘재(57)는 화성 사건 10건(1986~1991년 발생)과 처제를 포함해 최소 여성 15명을 살해했으며 34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영구 미제로 남을 뻔한 이춘재 사건은 지난해 9월18일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들 유류품에서 검출된 유전자(DNA)가 처제를 강간하고 살해해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1986~1991년 화성에서 발생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수사 당시 이춘재의 몽타쥬. 
1986~1991년 화성에서 발생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수사 당시 이춘재의 몽타쥬. 

 

확인된 사건만 살인 14건·강간 9건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2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춘재 사건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이춘재가 14건의 살인과 9건의 강간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들 사건은 이춘재가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가학적 형태의 연쇄 범행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춘재는 그동안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불린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화성에서 잇따라 발생한 10건의 살인사건을 모두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 등 4건의 살인사건도 이춘재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1994년 1월 살해한 처제를 포함하면 이춘재에 의해 목숨을 잃은 피해여성은 최소 15명이다.

이춘재는 지난해 9월18일 최초 접견 시에는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DNA 검출과 가석방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한 후 9월 24일부터 자신이 저지른 살인 14건, 강간 34건을 자백했다. 공은경(41) 경위를 비롯한 프로파일러들이 이룬 성과다. 공 경위는 지난 2009년 여성 10명을 살해한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아 자백을 끌어내기도 했다.

경찰은 이춘재가 자백한 34건 강간 사건 모두 발생 시기와 지역이 다른 사건과 일치하고 범행수법도 유사해 띄고 있고 그가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뚜렷한 증거가 없고 일부 피해자는 진술을 꺼려 확실한 피해자 진술을 확보한 9건만 이춘재의 소행으로 결론 내렸다.

이춘재가 14명을 살해하고 9명을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받지 않는다. 2015년 법 개정으로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는 폐지됐지만, 이춘재 사건은 2006년 4월 2일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춘재는 다시 재판이나 처벌을 받지 않는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2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피해자 및 유가족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2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피해자 및 유가족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사이코 패스’ 성향 이춘재 범행 동기는 ‘욕구불만’

경찰은 이춘재의 범행 동기를 ‘욕구 해소와 욕구불만 표출을 위해 이뤄진 범행’으로 분석했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은 브리핑에서 “이춘재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삶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다가 군대에서 처음으로 성취감과 주체적인 역할을 경험하게 됐다”며 “1986년 1월 군 전역 후 단조로운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된 욕구불만 상태에서, 상실된 자신의 주도권을 표출하기 위해 성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어 “성범죄와 살인을 지속했음에도 죄책감 등의 감정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되자 자신의 감정상태에 따라 점차 연쇄살인으로 이어지게 됐고 범행수법도 잔혹해졌으며 가학적인 형태로 진화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춘재가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 패스)’ 성향을 드러낸다며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범행과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과시하며 언론과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억울한 20년 옥살이 윤모씨, 경찰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

한편,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 수사 관계자가 저지른 인권침해와 위법 행위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8차 사건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윤 모 씨를 폭행으로 허위 자백을 강요한 혐의로 당시 경찰관과 검사 등 8명을 입건했지만, 공소시효가 끝나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배용주 청장은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1988년 9월 16일 화성 태안읍 박모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8차 사건의 경우 이듬해 윤모씨가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다. 현재 윤 씨는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현재 수원지법에서 재심이 진행 중이다. 당시 윤씨를 폭행해 허위 자백을 강요한 혐의로 당시 경찰관과 검사 등 8명을 입건했으나 공소시효가 끝나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넘겼다.

1989년 7월 화성시 태안읍에서 여자 초등학생(당시 7세)이 살해된 11차 사건에서는 형사계층 등 2명이 실종된 피해자의 유류품을 발견했는데도 유족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으나 역시 공소시효가 끝났다.

경찰은 당시 수사 문제점에 대해 반성하는 의미로 기록을 역사적 자료로 남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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