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jpg

중국 여공들은 지독한 생활비 절약에도 빈둥대는 남자친구 뒷바라지에 돈을 모으기가 어렵다. 사진은 자전거로 출근하는 중국 여성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리회사는 봉제완구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나는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중국 심천에 있는 현지 공장에 신입생연수를 다녀왔다. 2월 남짓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여건상 중국 여공들의 생활을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나는 여성문제에 그리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중국에서의 충격이 너무 커 내가 경험한 일들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중국 현지에서 일하는 공원들 중에 80% 이상이 여성이다. 봉제완구라는 제품 특성상 섬세함을 요하기 때문에 여공들이 많다고는 하는데 이는 과거에 한국 여성들이 단순하고 지위가 낮은 섬유·전자 조립공장에 많았던 모습과 비슷하다.

아껴 써도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

여공들이 받는 월급은 능력에 따라 700~1200위안으로 차이가 큰데, 대개 평균 850위안(한국 돈으로 12만7000원)선이다. 한 달 생활비는 50위안(한국 돈 7500원) 정도를 쓰는데 이러면 월급이 굉장히 많은 걸로 안다. 실제로 계산해보면 월급이 생활비의 17배는 되니까. 중국에서 KFC의 세트메뉴가 53위안이다. 여공들이 얼마나 지독스럽게 아껴 쓰면!

아마 그들은 몇 년만 고생하면 부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공들 중에 부자가 되어 나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결혼해서 맞벌이를 하는 경우에는 생활이 안정되지만 결혼 안한 여성들은(나이가 많건 적건) 지독한 생활비 절약에도 돈을 모으는 일이 어렵다고 한다.

이유는! 남자 때문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바로 미혼 여공들이 사귀거나 동거하는 남자가 여공들 돈을 모두 빨아먹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하루종일 하릴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방황하거나 때로는 여공의 돈을 받아 성적욕구를 풀러 간다. 그렇게 빈둥대며 돈만 축 내다가 밤11시가 넘어 피곤에 절어 들어오는 애인에게 성적욕구를 푼다.

믿기 힘들겠지만 그런 사람들 많았다. 하도 답답해서 “도대체 왜 그렇게 사냐”고 물어보는 내가 더 이상한 사람이 될 뿐이다. 무조건 결혼을 전제로 만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남자랑 헤어지는 것’은 ‘죽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거다. 물론 모든 중국 여성들이 그런 건 아니다. 공장에 있는 여공들의 대체적인 인식이 그러했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오토바이나 타면서 돈만 까먹는 남자를 버릴 수 없다는 것은 매춘 여성들이 기둥서방을 필요로 하는 이유와 어딘가 닮아 보였다. 한국의 매춘 여성들에 관한 책에서 ‘돈 뜯기고, 폭력을 당할 때도 있지만 열악한 자신의 지위를 지켜주기 때문에 기둥서방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가슴이 찢어지는 이야기다.

일상생활 속에서 착취를 당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삶! 중국 여공들이 착취를 기꺼이 수용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사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실은 아니다. 미련해서 오히려 짜증나기까지 하는 여공들보다 더 짜증나는 건 여공들이 악착같이 아껴서 남긴 돈을 갉아먹는 오토바이 타는 좀벌레들이다.

여공 갉아먹는 좀벌레 ‘오토바이족’

빈둥거리며 노는 모습이 정말 한심한 이 좀벌레들은 그 사회의 문화와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준 예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단지 경제발전을 이룩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경제성장의 신기루 뒤에 또 다른 착취구조가 숨겨져 있고 앞서 말한 모습은 점점 더 비정상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비록 여공들의 고달픈 삶에서 시작한 이야기지만 경제생활이 좀 더 나아진다 해도 또 다른 싸움이 준비되어 있을 것인데, 그게 걱정된다. 제발 그때 가서 여성들만이 머리띠 질끈 매고 싸우는 사태가 없길 바란다. 빈둥거리는 애인들도 모두 참여해서 남성, 여성이 동등한 입장에서 비정상적인 것들과 싸워나갔으면 좋겠다.

정연석

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bystolic coupon 2013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