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검거 100일] 'N번방 법', 가해자 솜방망이 처벌 못 막는다
[조주빈 검거 100일] 'N번방 법', 가해자 솜방망이 처벌 못 막는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7.01 17:12
  • 수정 2020-07-02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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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막차 탄 'N번방 법'으론 부족
법-수사기관-법원 범죄 심각성 공유하고
실효적 형벌·총체적 지원책 마련해야
피해자 지원기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수도권 집중화 현상 등도 해결해야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 소속 국회의원들과 정부 산하연구기관들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N번방 방지법 그 한계를 해결하다’ 토론회를 열었다. ⓒ여성신문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 소속 국회의원들과 정부 산하연구기관들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N번방 방지법 그 한계를 해결하다’ 토론회를 열었다. ⓒ여성신문

 

지난 20대 국회는 임기 한 달여를 남기고 이른바 N번방 법안으로 불리는 6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현재 통과된 법안들만으로는 디지털 성폭력 범죄는 솜방망이 처벌을 피하지 못 하고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과 수사기관, 형사법원이 각각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현실 인식과 규범적 문제의식이 달라 가해자에 대한 합리적 처벌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수사과정과 재판 과정 중 피해촬영물 공개 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 소속 국회의원들과 정부 산하연구기관들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N번방 방지법 그 한계를 해결하다’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여성아동인권포럼의 창립 총회를 겸해 회칙 제정이 이루어졌다.

공동 주최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직무대행 황정임은 “최근 디지털 기술과 전통적인 성편견, 성폭력이 결합해 피해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며 “N번방 사건은 여성을 성착취 대상으로 보고 남성 집단이 지능화, 조직화 된 새로운 형태의 범죄사건”이라고 밝혔다.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 소속 국회의원들과 정부 산하연구기관들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N번방 방지법 그 한계를 해결하다’ 토론회를 열었다. ⓒ여성신문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 소속 국회의원들과 정부 산하연구기관들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N번방 방지법 그 한계를 해결하다’ 토론회를 열었다. ⓒ여성신문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는 가해자가 몸을 접촉하지 않았으나 피해자가 극한 선택에까지도 이르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인식 차가 극단적인 범죄”라고 지적하고 “사법제도는 그간 처벌 받는 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앞으로는 피해자의 피해가 양형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디지털 성폭력의 실효적 처벌을 위한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하며 “엄벌 입법이 아닌 실효적 형벌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효적 형벌은 △죄책에 알맞은 형벌이 선언되도록 하는 형사입법(범죄 유형과 요건의 신설·개정, 형 하한선 상향, 수사기법 법적 근거) △양형(선고형과 부가형, 양형기준상의 권고형량범위 및 양형사유, 집행유예 기준) △형집행(행형, 가석방, 범죄수익 몰수, 출소 후 사회내 관리감독)의 총체적인 제도적 적정성을 뜻한다고 밝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2017년 9월과 2020년 4월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종합대책에서의 실효적 처벌대책도 분석했다. 2020년 종합대책은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른 범죄수법의 진화에 주목해 변형카메라·아동성착취물·딥페이크 영상 등을 반영하고 디지털 성폭력물의 유통차단과 처벌 사각지대 해소 등을 전략으로 세웠다. 2017년 종합대책은 주로 법정형 강화에 중점을 뒀던 반면 2020년 종합대책은 처벌 요건 확대, 양형단계 및 형집행 단계까지 살펴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성범죄의 중대성을 반영한 형사 입법과제는 단순히 형의 가중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현실 공간과 사이버 공간의 형식적 구분을에서 벗어나 인격적 침해행위의 범죄화와 디지털 성폭력의 속성을 반영한 범죄유형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방안 10가지를 제안했다. 10가지는 크게 △삭제 지원 △재판 과정에서의 피해 방지 및 지원 △일상 복귀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삭제 지원은 혈연관계자만 가능한 피해 촬영물 삭제 대리 신청이나 피해자 요청 없는 불법촬영물에 대한 삭제를 지원해 디지털 성폭력 피해의 영속성·유포 확장성을 막는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의 피해 방지 및 지원은 피해 촬영물의 공판 중 공개 상황이나 판결문에 첨부하는 문제, 형사재판 이후 가처분신청, 손해배상청구에서의 가명 사용을 통한 신상정보 노출 최소화, 비수도권 지역의 상담지원기관 마련 및 지원 피해자 변호사의 접근성 확보 등을 제안 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피해자의 일상 복귀를 위한 생계비 지원의 필요성을 밝혔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로 인한 생계 곤란 상황은 기존 범죄피해자 긴급생계비 지원 대상인 신체적 피해 상황에 해당 되지 않기 때문에 지원을 못 받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고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현행 법률 용어가 사용하는 ‘음란’ ‘성적 수치심’ ‘촬영·제작’ 등의 단어는 모두 교체되어야 한다”며 이들 용어가 가해자의 시각에서 나오는 용어라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이를 ‘묘사된 사람에게 상당한 손해를 초래할 수 있는’ ‘대상자를 성적으로 이용한’ 등의 용어로 교체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행위로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촬영·제작’ 또한 ‘취득’으로 바꿔 가해자가 권한 없이 성적 이미지를 취득하는 모든 행위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 리셋(ReSet) 활동가는 N번방 방지법 통과 이후에도 여전히 온라인 그루밍, 온라인 스토킹, 집단적 온라인 언어 성폭력 등에 대한 처벌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지현 법무부 양성평등특별자문관은 아직까지 국내법과 수사권이 미치지 못 하는 해외 사이트와 기술 발전에 따라 변화하는 디지털 성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장기적인 방안과 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4월 기준 N번방 피의자 중 10대 221명 중 109명이 검찰 송치됐다. 10대들의 범죄가 더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방안이 전무하다“며 ”수사기관과 교육부간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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