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N번방 관련 6법 통과
의제강간 연령 상향·검찰 구형기준 마련 등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 시민이 N번방 사건과 관련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 시민이 N번방 사건과 관련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가해자 ‘박사’ 조주빈(24)이 지난 3월 검거되고 100일이 지났다. 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불리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주범들이 속속히 검거되고 범죄 수법이 드러나자 온 사회가 공분했다. 뒤늦게 1990년대 유행했던 ‘빨간 마후라 비디오’를 추억이라며 방관했던 우리 사회의 성폭력에 대한 무관심에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난 3개월 간 늦게나마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갖가지 법이 개정되고 기준이 세워졌다. 

 

△음란물 대신 ‘성착취물’이라 부른다

‘성착취물’이라는 표현은 조씨를 검거한 서울지방경찰청의 발표를 통해 자리 잡았다. 3월17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조씨의 검거 사실을 전하며 음란물이나 불법촬영물 등 기존에 쓰던 던어가 아닌 ‘성착취 영상’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를 반영한 언론이 대대적으로 ‘성착취’ 표현을 쓰며 기존 ‘아동·청소년 음란물‘로 불리던 영역까지 성착취물이라는 표현이 자리잡았다.

법률 용어도 바뀌었다. 6월2일부터 기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라는 표현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바뀌었다.

 

△검찰 구형 기준 제정...성착취 영상 제작 사범 전원 구속

대검찰청은 4월9일 ’디지털 성범죄 사건처리기준‘을 마련하고 이날부터 전국 검찰청에서 실시했다. 해당 사건처리 기준은 ’성착취 영상물‘의 유형을 새로 정의하고 성착취 영상 제작 사범에 대한 구속 방침 등을 골자로 한다.

검찰은 성착취 영상물이 일반 음란물과 차이가 크다고 보고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촬영 과정에서 성범죄, 폭행, 협박 등 타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강제하는 별도의 범죄가 결부된 경우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성적 영상물 등으로 정의했다.

아울러 조직적인 성착취 영상물 제작 사범에 대해 가담 정도를 불문하고 전원 구속하기로 결정했으며 유포 사범에 대해서도 일반 유포 징역 4년 이상, 영리 목적 유포 징역 7년 이상,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한 유포에 대해서는 징역 10년 이상을 구형하기로 했다.

초범의 성착취 영상 소지에 대해서도 기소유예가 불가능한 벌금 500만원 이상을 구형하기로 했다.

 

△’박사‘ 조주빈, 성폭력처벌에 관한 특례법 피의자로 최초 신상 공개돼

6월30일 현재까지 신상이 공개된 N번방 관련 피의자는 총 5명이다. ’박사‘ 조주빈을 시작으로 ’이기야‘ 이원호(19), ’부따‘ 강훈(19), ’갓갓‘ 문형욱(24), 안승진(24)이다.

3월 신상이 공개된 조주빈은 성폭력처벌에 관한 특례법 피의자 ‘1호 사례’가 됐다. 특례법 25조에 따르면 수사 기관은 성폭력범죄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이 필요할 때 피의자의 얼굴과 성명, 나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향 ... 만13세에서 만16세로

의제강간이란 강간죄가 규정하는 조건인 협박 또는 폭행이 없어서도 기준 나이의 상대와 성적 행위를 할 경우 무조건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다. 형법 개정안이 4월 통과되기 전 의제강간 기준 연령은 만13세였으나 5월부터 만16세가 됐다. N번방 피해자의 다수가 10대 중반의 청소년인 점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으나 의제강간 기준 연령에 대한 비판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3월 공개된 여성가족부의 ‘2018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분석 결과’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 청소년의 평균 연령은 14.2세, 16세 이상 피해자는 전체의 44.1%로 집계됐다.

5월 기준 세계 180개 국가의 의제강간 연령 기준은 16세가 73개국, 18세가 40개국, 14세가 24개국이다.

 

△디지털 성범죄 지원 강화... 성착취물 삭제에 하루 이상 허비하지 않는다 

경찰은 지난 3월 피해자 보호에 중점을 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담당수사관 외 피해촬영물 비공개 △조사과정에 가족·상담원 배석 가능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피해촬영물 삭제지원, 재유포 방지와 24시간 모니터링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피해촬영물 심의 후 접속 차단 등 조치 △경찰관서별 ‘피해자 전담요원’ 지정 △여성긴급전화·성폭력상담소 등에서 심리상담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여성가족부도 4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특별지원단’을 구성했다.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포함한 전국성폭력상담센터와 성폭력위기센터, 해바라기 센터가 함께 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24시간 운영되는 여성긴급전화 1366과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02-735-8994)로 신청하면, 특별지원단에서 신속한 삭제, 심층 심리치료, 상담·수사 및 개인정보 변경 시 1:1 동행 지원, 무료 법률 지원 등 맞춤형으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미성년자 피해자도 부모 동의 없이 신속한 성착취물 삭제를 지원한다.

성착취물 삭제는 기존 심의를 거친 후 삭제하던 방식에서 ‘선삭제·후심의’를 도입해 최대한 빠르게 삭제할 수 있게 됐다.

 

△아동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 폐지,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기준 변경

지난 4월 개정된 형법이 시행되는 오는 11월20일부터 13세 미만 아동에 성폭력을 저지른 범죄는 공소시효가 폐지된다. 아울러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고지 대상이 기존에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서 '성범죄'를 저지른 자로 확대된다. 즉, 성착취물 소지나 유통 등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도 신상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해자 보호...‘잘라내기’ 수사방식 도입

6월22일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팀장 유현정 부장검사)는 성착취 영상물과 관련해 ‘잘라내기’ 압수수색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그간 성착취물을 일반 디지털 증거와 같이 저장매체에서 원본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의 압수수색만 인정했다. 이같은 방식은 검찰이 피의자의 동의를 받거나 판결 확정 후 법원 강제집행을 통해서만 원본 파일을 삭제할 수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됐다.

‘잘라내기’ 압수수색 방식은 클라우드에서 파일을 ‘잘라내기’를 통해 복제, 압수한 다음 원본을 완전히 삭제하는 방식으로 이번에 처음 도입됐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에 잘라내기 방식을 적시하고 이를 법원에서 받아들이며 처음 도입했다.

지난 5월 법무부와 여가부는 전국지방검찰청과 차장검사가 배치된 지청에 디지털 성폭력 전담팀을 설치하고 전담검사를 지정하기로 했다. 전국 18개 지방검찰청과 차장검사가 배치된 고양·성남·대구서부 등 10개 지청에 '신종 디지털성범죄 사건 전담 수사팀'을 설치한다. 다른 검찰청은 전담검사를 지정해 관련 범죄에 대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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