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무 생각 없는 상태는 늘 부정적으로 인식돼 왔다. 어른들에게 멍 때리지 말라며 혼이 나곤 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채찍질 당하며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되자 괴로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상황에서 엘리너 데이스브는 자신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충동적으로 떠난 자전거 여행에서 만났다. 그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무려 3700km에 이르는 거리를 횡단하겠는 계획을 세운다.

엘리너 데이비스/밝은세상/1만 3500원

유원

십여 년 전 비극적인 화재 사건에서 살아남은 열여덟 살 주인공은 유원. 그날 화재 사건에서 자신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언니, 11층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자신을 받아 내면서 몸도 삶도 망가져 버린 아저씨, 외로운 나날 가운데에서 훌쩍 다가온 친구 수현 등 관계 속에서 겪는 내면적 상처와 윤리적 딜레마가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아픔을 딛고 성장해 나가는 십 대,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든 치유의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백온유/창비/1만 3000원

세상의 법, 당신의 법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시인 후아나 비뇨치의 시는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친근하고 다정하며, 가장 내밀하고 울림통이 큰 목소리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번역돼 소개되는 시인이다. 1967년부터 2000년까지 시인의 세월이 ‘세상의 법, 당신의 법’에 기록돼 있다. 첫 시집 ‘어떤 질서로 움직이는 여자’는 절도와 힘을, ‘귀향’에서는 돌아옴을 ‘주요 노선의 출발지’에서는 떠남을, ‘시인과 내면 살피기’에서는 시인으로서 존재하기를 ‘세상의 법, 당신의 법’에서는 주권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후아나 비뇨치/읻다/1만 2000원

여기 있어 황홀하다

프랑스의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을 수상한 프랑스 소설가 마리 다리외세크가 쓴 독일 화가 파울라 모더존 베커의 전기다. 다리외세크는 자신에게 잘못 도착한 정신분석학회 안내장 스팸 메일에서 파울라의 작품을 처음 보았다. 옷을 벗은 엄마와 아기의 모습이었다. 그는 이렇게 편안한 자세로 수유하는 엄마와 아기의 그림을 본 것이 처음이었다. 미술관에 가득한 성모상에 구현된 성스러운 어머니와 아기 예수의 모습이 아니라 오로지 여성이기에 알 수 있는 현실 속의 수유하는 자세를 그린 그림이었다. 깊은 인상을 받은 다리외세크는 이 작품을 그린 파울라를 찾아 나섰다.

마리 다리외세크/에포크/1만 4000원

구백구 상담소

“하루 종일 누워 있고만 싶어요”, “시간을 천천히 가게 할 수 없나요?” 어쩔 수 없는 고민도, 이상한 고민도 괜찮다. 일단 털어놓기만 해도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구백구 상담소가 문을 열었다. 보라색 모자를 쓴 상담사가 커피를 내리며 손님을 기다리는 옥탑방 909호. 단호한 눈빛에 직선적인 말투로 손님들이 털어놓는 다양한 고민에 오묘한 해법을 찾아주는 것이 이 상담사의 매력이다. 정답 없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구백구 상담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소복이/위즈덤하우스/1만 5000원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KBS 기상캐스터로 7년간 활동을 이어왔던 방송인 이세라가 마이크를 내려놓은 지 1년 만에 작가가 돼 돌아왔다. 이세라 작가는 책에서 ‘젊은 여성 방송인’으로 사는 동안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밝힌다. 고민의 상당 부분은 직업과 관련된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숱하게 받았던 질문과 시선 때문에 하얗게 밤을 지생루 때 그에게 곁을 내주고 응원해주었던 것은 사람이 아닌 그림, 예술가들이었다. 이 작가는 이 책에서 인생의 어느 시기를 지날 때 자신을 구하고 위로해준 미술작품들을 소개한다.

이세라/나무의철학/1만 6000원

 

슈퍼우면 슈퍼 발명가 부제-세상에 도전장을 내민 여성 발명가들 이야기

위대한 발명품, 역사가 지워 버린 여성 발명가들 이야기. 가부장제가 지배하던 시대에 살면서 자식을 건사하고, 고된 집안일과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더 나은 삶을 위해 발명에 시간과 열정을 쏟아 놀라운 발명품을 탄생시킨 여성 발명가들은 역사에 흔적조차 남기지 못 했다. 이들을 추적한다.

산드라 우베/마음이음/1만2500원

 

 

SF는 어떻게 여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나

SF 작가이자 비평가, 페미니스트이자 퀴어 활동가였던 조애나 러스의 SF 비평집. SF 장르를 새롭게 정의했으며, 현대 문명과 페미니즘, 여성의 글쓰기와 같은 주제를 SF 장르를 통해 사유한 조애나 러스의 대표적인 글들을 모았다. 저자는 SF가 젠더 역할과 문화의 구속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진정한 '놀이터'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거침없는 분석들이 주는 깨달음과 즐거움, 그 속에 가득한 위트와 유머가 독보적이다.

조애나 러스/포도밭 출판사/2만원 

 

 

 

 

 

순정만화에서 SF의 계보를 찾다

1980년대 이후부터 한국 순정만화에서 꾸준히 나왔던 SF의 자취들을 소급한 이 책은, 독특한 소재, 섬세한 표현력, 시대상의 반영, 장르에 대한 이해 등 상업성과 작품성 면에서 모두 뛰어난 성취를 이루었으나 ‘여자들이나 보는 만화’로 이야기되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한국 순정 SF 만화에 대한 울분이며 깊은 사랑이 농축된 만화 리뷰이자 에세이다. 

전혜진/도서출판 구픽/1만4800원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 물방울부터 바다까지 물이 드러내는 신호와 패턴을 읽는 법

자연 현상으로서 연구 대상이 되기도 하는 물의 행동을 물리학·화학·생물학·천문학·지구 과학·해양학 등의 과학적 상식을 동원하여 설명한다. 연못, 강, 호수, 바다 등 물의 영역부터 물 튀김, 밤의 물, 해류와 조수, 파도, 해안 등까지 18가지 주제로 나눠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물에 관한 모든 것과 별과 바람, 동식물에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소개한다. 

트리스탄 굴리/이케이북/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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