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 새로 출발한다는 것은 가슴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3년이란 시간 동안 자의반 타의반 방송에 출연하지 못했던 내게 새로운 드라마 출연은 며칠을 밤낮으로 울어도 모자랄 정도로 기쁜 일이다.

SBS 주말 드라마 ‘완전한 사랑’에 배역을 맡았다. 김희애, 차인표, 이승연 등 최고의 배우들과 곽영범 감독, 김수현 작가라는 황금콤비와 함께 하는 작품이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그려질텐데 난 극중에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역할이다.

차인표, 이승연과는 둘도 없는 친구지간이고 특히 이승연 선배와는 같은 회사 동료이며 나중엔 룸메이트로 그녀의 든든한 친구로 언제나 같이하는 역할이다. 내 생각엔 한국 드라마 최초의 동성애자 역할인 듯 싶다. 간혹 단편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다루긴 했어도 고정 드라마에 그것도 주말 드라마에 동성애자 캐릭터가 보여지다니 세월 정말 많이 변했음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일대 사건이다.

나는 그동안 보여왔던 쁘아송 이미지의 희화된 캐릭터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 자연인으로서의 석천이의 모습을 많이 담아 연기할 작정이다. 그래서 동성애자는 늘 뭔가 특이한 사람, 보통 일반인과는 한참 다른 별종들이란 이미지가 아닌, 우리 옆집에 사는, 우리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아니 우리 가족 중 누구 하나로서 함께 융화되어 사는 보통의 인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어제는 첫 대본 연습이 있었다. 아침 7시에 하는 연습이었는데, 난 꼬박 밤을 새우고 아침 6시에 방송국에 도착했다. 맨 처음으로 도착해서 들어오는 연기자 선배님과 후배들 그리고 감독님,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혹시나 나를 불편하게 여기시면 어쩌나 했는데, 강부자, 정혜선 대 선배님부터 모든 분들이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잘해보자 악수 청해주실 때 난 거의 울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얼마 만에 해보는 대본 연습이며, 얼마 만에 느껴보는 연기자로서의 자부심인가. 대본 연습이 진행될수록 김수현 작가선생님의 섬세하고 피부에 와닿는 대사들에 웃음 짓고 눈물 흘리는 연기자들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게 보였다. 간혹 선생님들이 ‘아, 그게 아니고 이렇게 해봐요’하는 지적도 내겐 너무 감사하게 느껴질 뿐이다. 오랜 감옥 생활을 마친 사람들이 처음 밖으로 나온 느낌이 이런 걸까? 난 너무도 자유롭고 낯설지만 아주 작은 것까지 아름답게 보인다.

힘들어할 때 내게 용기를 주신 수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눈물로 지세우시던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늘 곁에서 치고 받는 소중한 사람에게 감사한다. 삶의 빛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리고 여성신문과 독자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열심히 하는 석천이, 많이 많이 사랑해주세요. 에구 좀 유치한가? 그럼 어때. 기분 좋으면 됐지.

※ 이번호를 끝으로 홍석천의 생긴대로 살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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