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0일 국민참여재판 준비기일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왕기춘 올림픽 전 국가대표가 26일 오전 재판을 받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청소년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왕기춘 올림픽 전 국가대표가 26일 오전 재판을 받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0대 제자를 그루밍 해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 유도 국가대표 선수 왕기춘(32)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고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재판에 비해 무죄 판결 비율이 10배에서 최대 20배까지도 차이가 난다. 

왕씨는 26일 대구지법 형사12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국민 참여재판을 원한다고 재판부에 밝혔다.

재판부는 7월10일 국민참여재판 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왕씨는 이날 베이지색 수의를 입고 출석해 방청석을 둘러봤다. 검거 전보다 체중이 많이 불어난 모습이었다.

국민참여재판은 지난 2008년 도입됐다. 일반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할 경우 일반 재판보다 형량이 무겁게 선고될 거라는 인식이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법원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2년간 국민참여재판의 평균 무죄율은 10.9%에 달해 일반 재판 사건 무죄율 1~3%의 최대 10배에 달한다.

특히 성범죄 사건의 국민참여재판 무죄율은 20.1%이며 배심원 평결과 법관의 판결이 일치하지 않는 비율은 10%대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배심원들이 법관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피해자를 바라보고, 국민참여재판에서 피해자들이 2차 피해 등을 두려워해 구체적 진술을 어려워하는 것을 이유로 지적한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행실, 가해자와 사건 전후로 나눴던 대화 등이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피해자에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18년 성범죄 국민참여재판 145건 중 53건의 배제 사유는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서다.

검찰은 왕씨가 아동 성범죄적 관점에서 전형적인 ‘그루밍(grooming) 과정’을 거쳐 피해자를 성착취 한 것으로 봤다. 그루밍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주로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어나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그루밍 성폭력도 있다.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이 성착취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가해자와의 관계를 잃지 않기 위해 착취 대상이 된다.

대한유도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달 왕기춘을 영구 제명하고 삭단(단급을 삭제하는 조치) 징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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