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점검, 이론틀 제시로 여성주의 실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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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기로 유명한 가야트리 스피박의 첫 저서 <다른 세상에서>(여이연)가 번역돼 나왔다.

역자는 오랫동안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연구에 천착해 온 태혜숙 (46·대구효성카톨릭대 영문과)교수. 페미니즘 비평의 계보를 짚은 박사 논문 덕에 스피박을 알게 된 태씨는 이후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의 사유가 민족, 젠더 등 복잡한 층위가 얽힌 우리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 왔다.

탈식민주의에 대한 국내의 평가는 양분된다. 필요하다는 입장과 서구 이론의 직수입이라는 비판. 역사학계의 민족주의 진영과 리얼리즘 문학 진영이 주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집단이다. 태씨는 “일단은 들여오고 어떻게 수용되는가는 차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은 남성들이 구축한 해체주의, 탈식민주의, 후기구조주의 이론 등을 이해한 위에 여성의 관점을 개입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작업이다. 남성들의 이론을 공격하며 강하게 나가야하는데 초반에 힘이 다 빠져 버리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순수한 이념 자체만으로도 올바르다는 믿음이 있었던 과거와 달리 포스트주의 시대인 현재는 끊임없이 회의하고 정치적인 행위로 이끌어 내는 이론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론 생산자들에게는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 요구된다는 것.

서구의 이론을 번역하고 읽히도록 만드는 작업 또한 중요한 실천 가운데 하나라고 보는 태씨는 자신을 전형적인 학자로 정체화 한다. 한국의 여성주의 이론가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이론의 창출, 여성의 목소리가 담긴 이론 생산은 그러한 태씨에게 남겨진 과제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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