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고정관념 깨려는 시민들도 늘어
‘녹색어머니회’ 아닌 ‘아버지 자치회’ 꾸린 교사들
성평등 언어표현 제안도

(관련기사▶ 녹색어머니회·마미캅·조이맘...성차별 표현들 아직 학교에 https://bit.ly/2YqLdnA)

2018년 성평등주간에 발표한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1 ⓒ서울시여성가족재단
2018년 성평등주간에 발표한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1 ⓒ서울시여성가족재단

한편에서는 익숙한 성별 고정관념을 깨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학교 교사들의 대처가 눈에 띈다.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가 지난달 펴낸 책 『예민함을 가르칩니다』에는 학급 운영 속 성차별 요소를 점검하는 교사들의 생생한 사례가 나온다. 세 교사가 지난해 펴낸 책 『페미니스트 교사들의 열두 달 학교생활』에는 학급별 단체문자 발송 서비스 수신자 목록이 거의 다 어머니 연락처인 현실, 보호자들의 학교 참여가 어머니 위주로 이뤄지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껴 ‘아버지 자치회’를 꾸리고, 보호자와 페미니즘 이야기를 나누는 교사의 경험담 등이 나온다.

시민들도 성차별적 육아 관련 언어표현부터 바꿔야 한다며 개선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2018년과 2019년 발표한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는 시민 참여의 결과물이다. ‘맘스스테이션’은 ‘어린이 승하차장’으로, ‘마미캅’은 ‘아이안전지킴이’로 바꿔 부르자는 제안도 여기서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녹색어머니회’를 ‘녹색학부모회’, ‘녹색봉사단’ 등으로 바꿔 부르자는 제안도 나왔다. 세종시민 신모 씨와 김모 씨는 ‘조이맘’ 대신 ‘명예 교사’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정상가족 외의 다양한 양육자 참여 유도하되
갈등 빚는 ‘강제 봉사’ 방식 안돼 
아파트·영유아기관 등의 양육 성차별도 문제
우리 사회 성인지력 늘어야 해소

 

스웨덴 아빠 육아휴직의 모습 ⓒMartin Svalander/imagebank.sweden.se
스웨덴 아빠들의 육아 모습. ⓒMartin Svalander/imagebank.sweden.se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국한부모연합은 '한부모 가족의 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지난 5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국한부모연합이 '한부모 가족의 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정상가족’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양육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학생의 양육자는 엄마, 아빠만이 아니며 정상가족 고정관념 바깥의 다양한 주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솔리 교사는 “다만 양육자를 착취하는 일 없이, 학교와 양육자 간 자발적인 공동 프로젝트라는 인식을 갖고 운영해야 한다. 아이들 등하굣길 안전을 살피는 교통 봉사는 고용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양육자들을 번갈아 차출하거나 강제하면 갈등만 심해진다”라고 꼬집었다.

최윤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문화교육연구센터장은 결국 “성 주류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내 문제는 여러 방도로 점검하고 시정할 수 있겠지만, 아파트나 영유아 기관의 문제는 대부분 사회적 관심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 부처에서 홍보물을 만들 때 성별영향평가를 거치듯이, 지방정부나 지역공동체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작명할 때에도 성인지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점검할 체계”가 보편화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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