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시 한국인·여성 첫 수장
“다자무역체제 복원할 것”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입후보 한다고 밝혔다. ©뉴시스·여성신문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입후보 한다고 밝혔다. ©뉴시스·여성신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유 본부장이 사무총장에 당선되면 한국인 최초이자 여성 최초 사무총장이 된다. 

유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제 공조 복원에 초점을 맞춰 다자무역체제가 다시 제 기능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 본부장은 ”현재 WTO는 협상·규범제정·분쟁 해결 등 그 어느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1995년 출범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한 뒤 WTO 개혁의 적임자임을 자처했다. 지난 25년간 새로운 무역 협상 타결에 실패했고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신과 같은 21세기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는 상소기구 운영이 중지되면서 분쟁 해결 기능도 실효성을 잃게 됐다. 

한국이 중견국(middle power)으로서 가교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WTO가 미·중 등 주요 국간,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갈등으로 정체된 만큼, 한국이 회원국 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세계 7위 수출국이자 중견국으로서 자유무역 질서를 지지해 온 통상선도국이기 때문에 지금 위기에 처한 WTO 교역 질서 및 국제공조체제를 복원, 강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와 국익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출마선언했다. ⓒ뉴시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출마선언했다. ⓒ뉴시스

 

WTO는 164개 회원국 협정을 관리 감독하는 국제기구다. 미·중 무역 분쟁 등 회원국 간 갈등이 발생 시 그 위상이 악화했으나 여전히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유 본부장은 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첫 발을 들였다. 1995년 통상산업부가 선발한 첫 여성 통상 전문가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서비스, 경쟁분과장을 맡았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홍보 수석비서관실 외신대변인을 거쳐 2018년 1월 통상교섭실장으로 임명돼 1948년 산업부 설립 이래 처음으로 1급(실장급) 여성 공무원에 오르기도 했다. 2019년 국가안보실 제2차장,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후임자로 발탁돼 공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무총장 선출 절차는 후보등록, 선거운동, 회원국 협의 등 절차를 거쳐 후보자를 압축하고 단일 후보자를 추대한 뒤 164개국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방식이다. 각 회원국에선 한 명의 후보자만 낼 수 있다.

현재 차기 WTO 사무총장직에 유 본부장 외 총 4개국 후보자가 등록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 입후보자는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Ngozi Okonjo-Iweala) 전 재무장관, 이집트의 압델-하미드 맘두(Abdel-Hamid Mamdouh) 전 WTO 서비스국 국장,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Jesus Seade) WTO 초대 사무차장,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Tudor Ulianovschi) 전 주제네바 대사 등이다.

WTO 차기 사무총장 선출은 브라질 출신 호베르투 아제베두 현 사무총장이 지난달 임기 1년을 남기고 사의를 밝혀 앞당겨졌다. 후보 등록은 7월 8일까지다. WTO 사무총장 임기는 4년이며 1회 연임할 수 있다.

정부는 산업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해 범부처 TF를 구성,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입후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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