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익숙한 로맨스 속 ‘자발적 비혼모 되기’
[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익숙한 로맨스 속 ‘자발적 비혼모 되기’
  •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20.06.24 23:42
  • 수정 2020-06-24 2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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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제도 속 출산 벗어나
장하리의 결단은 어떤 결말로?

 

tvN 수목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 포스터.  사진 = tvN 제공
tvN 수목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 포스터. 사진 = tvN 제공

 

tnN 수목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는 여성 1명에 남성 3명이라는 주요 인물 관계만 보면 너무도 뻔한 4각 로맨스 드라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익숙함 속에 ‘자발적 비혼모가 되기 원하는 여주인공과 그의 선택을 기다리는 남자들’이라는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어렵던 설정이라 주목된다.

육아 잡지 기자로 마흔을 목전에 둔 장하리는 건강 검진에서 임신하기 쉽지 않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당장 결혼 상대도 결혼 계획도 없는 그는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아 기르는 비혼모가 될 것을 결심한다. 주변 남자들 가운데 적합한 사람을 물색하면서 자발적 비혼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드라마의 주요 내용이다.

이야기를 서사(narrative) 구조로 분석한 토도로프는 주인공에게 가해지는 시련과 결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균형-불균형-(재)균형이라는 틀을 제안했다. 균형 상태를 파괴해 불균형을 이루거나 새로운 안정(재균형)을 가져다주는 힘을 파악하면 해당 서사에 영향을 미치는 이데올로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장하리의 평범하고 평온했던 일상(균형)은 난임이라는 진단을 받으면서 균열(불균형)이 발생한다. 균형 회복을 위해 주인공이 선택한 길은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그동안 숱한 TV 드라마가 그려낸 미혼모 혹은 싱글맘은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빗겨났지만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이었던 것과 달리 ‘오 마이 베이비’ 속 여주인공은 엄마 되기를 스스로 결심하고 실행하는 주체적 비혼모의 길을 보여준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여성의 주체적인 재생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서사와 결을 달리한다. 사진=tvN
그동안 숱한 TV 드라마가 그려낸 미혼모 혹은 싱글맘은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빗겨났지만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이었던 것과 달리 ‘오 마이 베이비’ 속 여주인공은 엄마 되기를 스스로 결심하고 실행하는 주체적 비혼모의 길을 보여준다.  사진=tvN

 

출산은 여성의 몸과 직접 관련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기보다는 가족이나 부부 관계라는 사회관계 속에서 의미가 있었다. 엄마가 된다는 것, 그리고 엄마 될 수 있는 자격의 획득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전제로 했을 때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왔다. 그동안 숱한 TV 드라마가 그려낸 미혼모 혹은 싱글맘은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빗겨났지만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이었던 것과 달리 ‘오 마이 베이비’ 속 여주인공은 엄마 되기를 스스로 결심하고 실행하는 주체적 비혼모의 길을 보여준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여성의 주체적인 재생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서사와 결을 달리한다.

장하리가 삶의 균형적인 상태를 회복하고자 선택한 ‘자발적 비혼모 되기’는 숱한 시련을 부른다. 첫 번째 어려움은 그가 미혼이라는 점이다. 미혼 여성은 합법적으로 기관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을 수 없다. 국가와 법제가 ‘비혼모 되기’를 규제하는 것이다. 정자 매매를 시도하던 장하리는 불법 매매 미수로 검거되면서 언론에 보도되고 신상이 밝혀진다. 덕분에 직장에서는 쫓겨날 위기에 처하고, 일하는 장소에 들이닥친 맘 카페 회원들(그들 역시 여성이라는 점!!)은 장하리의 범법 행위를 비난한다. 우연히 만난 남성들은 정자 매매 사건을 아는 체하며 성희롱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장하리는 정자 기증 후보였던 남성과 연애를 시작하지만, 그 남성도 난임으로 설정되어 주인공의 엄마 되기 프로젝트의 험난한 미래가 예상되고 있다. 아직 이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이야기 속에서 분명한 것은 비혼모 되기의 어려움이다.

‘오 마이 베이비’는 비혼 가족을 통해 다양한 가족 유형을 제시한다. 최근 우리 사회의 젊은 여성들의 비혼 주장을 반영하는 셈이다. 특히 인공수정이라는 현대 의학의 발달과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개인주의의 심화는 결혼을 기초로 한 가족의 탄생을 거부하고, 비혼 가족의 확산 가능성을 제시한다. ‘오 마이 베이비’가 과연 아빠 없는 엄마 되기를 끝까지 지켜낼 것인가? 지금까지 진행된 서사에서는 임신과 출산에서 여성의 주체성과 다양한 가족 유형을 가시화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혼인과 혈연관계에 기반 한 가족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된 유동적인 가족 모습을 담아내는 서사가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필자: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언론학박사이며,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젠더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영상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필자: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언론학박사이며,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젠더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영상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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