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레 호수는 미얀마 중동부 샨(Shan) 주의 해발 900m 고산지대에 위치한 담수호로, 길이가 22km, 넓은 곳은 폭이 11km나 되는 운하형태의 호수이다. 북부 카친 주의 인도지(Indawgyi) 호수에 이어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넓은 호수이다. 미얀마를 찾은 많은 외국인들은 인레 호수를 미얀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인레 호수에서 한 발로 노를 젓는 어부. ©조용경 
인레 호수에서 한 발로 노를 젓는 어부. ©조용경 

 

인레 호수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풍경은 한 발로 노를 저으며 물고기를 잡는 어부의 모습이다.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매년 엄청난 수의 전 세계 사진가들이 인레 호수로 모여 든다.

인레 호수의 석양 ©조용경 
인레 호수의 석양 ©조용경 

 

서산으로 넘어가는 태양이 인레 호수를 붉게 물들이는 장면이나 새벽 안개에 젖은 인레 호수의 신비한 모습 또한 전 세셰의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풍경이다. 인레 호수에는 인따(Inthar)족들이 살고 있다. 인따족 사람들은 인레 호수에서 태어나 호수에서 자라며, 호수에서 학교에 다니고, 호수에서 살다가 생을 끝맺는다고 한다. 이런 인따족들의 수가 1500명 가량 된다고 한다.

인따 족 사람들의 수상가옥  ©조용경 
인따 족 사람들의 수상가옥 ©조용경 

 

이들 인따족들은 티크나 대나무를 호수 바닥에 꽂아 기둥을 세운 뒤 이 기둥 위에 대나무나 통나무로 수상가옥을 지어서 살고 있다. 인레의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통 수단은 카누처럼 생긴 배다. 대다수는 자가용 보트를 한 척씩 가지고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은 나룻배를 타고 호수를 오가며 생활을 한다. 이런 보트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인레 호수의 물길을 가르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나룻배는 인레 호수 사람들의 중요한 삶의 수단이다. ©조용경 
나룻배는 인레 호수 사람들의 중요한 삶의 수단이다. ©조용경 

나룻배는 호수에 사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자를 외부로부터 수송해 오거나, 이곳에서 생산되는 물자를 다른 지역으로 싣고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수송수단이기도 하다.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보트는 미국 서부의 대평원을 달리는 역마차를 연상시킨다.

아이들은 물 위에 세운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이 아이들을 배에 태워서 직접 노를 저어 귀가시키는 모습에서 아이들의 교육은 그 사회의 ‘소중한 미래가치’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학생들을 보트에 태워서 하교 시키는 선생님. ©조용경 
학생들을 보트에 태워서 하교 시키는 선생님. ©조용경 

 

인레의 사람들에겐 인레는 모든 것을 다 주는 어머니와도 같은 호수이다. 인레 호수는 ‘호수의 아들’들에게는 공중목욕탕이며, 여인네들에겐 이웃 아낙들과 함께 정담을 나누며 빨래를 하는 공동의 빨래터이기도 하다. 인레 호수 사람들의 주요한 생계수단은 호수 위에 밭을 일구어서 경작하는 수경(水耕) 농업이다. 이들은 대나무나 갈대를 평평하게 엮어서 밭고랑처럼 만든 뒤 이를 물 위에 띄우고, 그 위에 호수에서 걷어 낸 수초와 흙을 얹어 만든 ‘쭌묘’라는 밭에 토마토·고추· 호박 등의 채소를 재배하며 생활한다.

인레 호수는 기후가 좋고 호수에 영양분이 많아서 토마토는 일년에 네 차례까지 수확이 가능한데, 미얀마 전역에서 팔리는 토마토의 절반 가까운 양이 인레 호수의 ‘쭌묘’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한다.

인레 호수 위에 인공으로 만든 밭 쭌묘. ©조용경 
인레 호수 위에 인공으로 만든 밭 쭌묘. ©조용경 

 

이렇게 수상가옥에서 살고, 아이들을 수상학교에 보내며, 호수 위에 밭을 일구어 먹거리를 생산하니,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호수의 자녀’들이 아닐까 싶다. 호수 중앙부의 서쪽에 있는 파웅도우(Phaung Daw Oo) 사원은 인레의 사람들에게는 신앙의 구심점이자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장소이다.

파웅도우 사원에는 다섯 개의 황금빛 형상이 있는데, 다섯 개의 작은 불상이었던 이 형상들은 사람들이 많은 양의 금박을 붙이는 통에 부처의 형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인따 족 주민들은 수시로 사원에 가서 기도를 하거나 스님을 만나 상담을 한다. 스님은 그들에게 종교의 지도자이자, 삶의 멘토이기도 하다.

파웅도우 사원의 다섯 개의 황금빛 형상. ©조용경 
파웅도우 사원의 다섯 개의 황금빛 형상. ©조용경 

 

매년 10월에는 다섯 개의 황금 형상을 황금색 공작새 모양의 배에 태우고, 호수 주변 마을들을 순회하는 '파웅도우 축제'가 열리는데, 이때는 미얀마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 든다.

인레 호수에는 연꽃섬유로 머릿수건이나 옷을 만들어 파는 가내수공업 공장들이 몇 군데 있다. 이 공장에서는 여성들이 연꽃 줄기를 쪄서 방망이로 두드린 후 잘게 쪼개서 실을 뽑아내고 그것으로 베를 짜는 작업을 한다.

연꽃줄기에서 뽑아내는 실의 양이 엄청난데, 이는 인레 호수 주변에서 자라는 연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장 한쪽의 매장에 쌓여 있는 연꽃직물로 짠 스카프들의 칼라가 무척 다양하고 화려했는데, 희소성 때문인지 가격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연꽃줄기에서 실을 뽑는 여성 작업자. ©조용경 
연꽃줄기에서 실을 뽑는 여성 작업자. ©조용경 

 

인레 호수는 사계절이 모두 따뜻하다. 그래서 인지 꽃의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흔히볼 수 있는 메꽃도 있고, 부레옥잠꽃도 예쁘게 피어 있다. 부레옥잠은 오염된 수질을 정화해주는, 인레 호수에서는 매우 소중한 식물이다. 호수에 사는 사람들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흡수하여 아름다운 꽃으로 환생시키는 부레옥잠. 이것이 바로 ‘윤회’의 또 다른 모습은 아닐지.

인레 호수에는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있다. 그래서 어업은 인따 족 사람들의 또 하나의 생업이기도 하다. 어부들은 넓은 호수 위를 한발로 노를 저어 다니면서, 외발로 서서 물고기를 잡는데, 그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아침부터 낮 사이에 고기를 잡던 어부들은 서산으로 넘어가는 태양이 인레 호수를 붉게 물들일 때 쯤이면, 카누에 큰 통발을 싣고 카메라를 든 외국인 관광객들 앞으로 몰려 든다. 

인레 호수에 핀 부레옥잠. ©조용경 
인레 호수에 핀 부레옥잠. ©조용경 

 

석양 무렵에 인레의 어부들이 고기 잡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은 세계적 사진작가들의 로망이 된지 오래다. 건기(乾期)가 되면 세계 각국으로 부터 수많은 사진가들이 인레 호수로 모여 든다. 그래서 낮에 고기를 낚던 어부들은 저녁이면 달러를 낚기 위해 외국 관광객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들은 태양이 넘어가는 위치에 맞추어 배를 움직이면서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 사진가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런 일은 모델료 몇 푼과 무관하게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는 데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것을 잘 아는 인따 족 어부들의 마음이 고맙게 느껴지는 장면이다.

통발 속에 해를 집어 넣은 어부. ©조용경 
통발 속에 해를 집어 넣은 어부. ©조용경 

날이 어두워지고 사진 촬영 작업이 끝이 나면 어부들도 그물을 배에 싣고 각자 자신의 보금자리를 향해 돌아 간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배에 통발그물을 싣고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호수 위로 노를 저어 가는 어부들의 모습 역시 한 폭의 그림이다. 대다수의 여행자들은 호텔이나 식당 등이 밀집된 호수 북단의 냐웅 쉐(Nayung Shwe) 마을에 숙소를 정한다. 그러나 인레 호수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호수 내의 수상호텔이나 방갈로에서 밤을 지내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경험을 맛보게 해 준다. 나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방문 당시 호수 안에 있는 방갈로 형 호텔에서 하룻밤 씩을 묵었다. 최초의 방문 당시 배를 타고 지나다가 석양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호텔의 모습에 매료된 나머지 그런 기회를 만들게 된 것이다.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는 어부. ©조용경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는 어부. ©조용경 

 

호텔 본관 양 옆으로 늘어선 방갈로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낭만 그 자체다. ‘세상에 별이 이렇게 많았던가’ 싶을 정도로 하늘에도 호수에도 온통 별이 가득하다. 식당 창가에 앉아 그 별들을 바라 보며 와인 잔을 기울일 때의 황홀한 느낌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재주가 없다.

동쪽 하늘이 희뿌옇게 밝아오면 인레 호수에 서식하는 온갖 새들이 아침 잠을 깨운다. 우리 나라에서는 보기가 어려운 특이한 새들, 그것도 몇 마리가 아니라 수십, 수백 마리가 떼를 지어 앉아있는 광경은 황홀한 전율을 느끼게 만든다. ‘인레 호수에 다시 가고 싶어!’라는 말은 새 사진을 찍는 아내의 애창곡이 된 지 오래이다.

아무리 더 있고 싶어도 인레 호수를 떠나야만 하는 아침은 다가 오기 마련이다. 가까운 헤호(Heho) 공항에서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다섯 시 반에 일어나 여섯 시에는 출발를 해야 한다. 

자욱한 새벽 안개 속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 ©조용경 
자욱한 새벽 안개 속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 ©조용경 

 

보트로 한 시간 가까이를 달려 호수의 끝부분에 이를 무렵이면 아침 해가 떠오르며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 오른다. 그 순간, 아침 햇살을 받아 연분홍 빛으로 물든 자욱한 안개 속에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낸, 한 발로 노를 저으며 고기를 잡는 어부의 뒷모습. 그 장면을 보면서 가슴 속에서 따스한 행복감이 물안개처럼 피어올랐다.

너무도 아름답게 다가드는 그 모습을 보며, 혹시 내가 전생에 인레 호수의 어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갔다. 이전까지 만난 미얀마의 느낌이 불교문화의 웅장함과 화려함이었다면, 인레 호수에서 만나는 미얀마의 삶은 평화로움과 애잔함으로 마음에 젖어 드는 낭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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