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서 페미니스트 가두시위 잇따라
루마니아, ‘젠더학 금지법’ 반대시위
스위스, 성별임금격차·젠더폭력 반대시위

#1. 지난 17일(이하 현지 시간), 루마니아 페미니스트들이 수도 부쿠레슈티와 대통령궁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전날 루마니아 의회가 이른바 ‘젠더학 금지법’을 의결한 데 항의하는 시위다.

#2. 이틀 전인 15일, 스위스에서는 여성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좁혀지지 않는 성별임금격차, 감염병 확산 속 가정폭력 증가 등을 해결하라며 고함을 질렀다.

최근 유럽에서는 페미니스트들의 가두시위가 잇따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서도,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여성들은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루마니아 학생연합(ANOSR) 등 학생단체는 지난 17일 교육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루마니아 학생연합(ANOSR) 등 학생단체는 지난 17일 교육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ANOSR

16일 루마니아 의회를 통과한 교육법 개정안은 “모든 교육기관에서 ‘타고난 성별과 젠더는 다른 개념이며 그 둘은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의 성 정체성 이론이나 관련 의견을 전파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루마니아 국회의원 130명 중 81명이 찬성했다. 법안 작성과 표결은 공청회, 토론 등 사회 여론 수렴 절차 없이 이뤄졌다고 한다.

루마니아 시민들은 “교육 수준을 중세 시대로 되돌리는 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학생 단체들, 인권단체들, 작가 단체 등이 잇따라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국립대학인 부쿠레슈티 대학 등 여러 교육기관과 교원들도 “비과학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법안” “교육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에게 법안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청원도 시작됐는데, 24시간 만에 2만7000여 명이 동참했고, 21일 기준 4만8000명을 넘겼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루마니아의 소수자 인권이 이웃 나라 헝가리와 폴란드처럼 후퇴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2018년 대학 내 젠더 연구를 금지했고, 지난달 출생 증명서상 성별 정정을 금지했다. 4선째인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극우 정권하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폴란드에서는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최근 성소수자 인권을 가리켜 “공산주의보다 더 파괴적인 사상”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을 틈타 임신중지 규제를 강화하려다가 여성들의 시위에 부딪히기도 했다.

지난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여성 수천 명이 모여 성별 임금격차와 젠더폭력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가디언지 영상 캡처
지난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여성 수천 명이 모여 성별 임금격차와 젠더폭력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가디언지 영상 캡처

스위스에서는 지난 15일 여성들이 전국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성별 임금격차와 젠더폭력,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 해결을 요구하는 여성시위다.

1991년부터 매년 여는 시위로, 지난해에는 50만명이 참여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시위 규모와 동선을 축소했는데도 수도 베른과 제네바에만 수천 명이 모여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시위대는 3시 24분부터 1분간 고함을 질렀다. 같은 일을 하고도 남성이 더 많은 임금을 받는데, 시급으로 환산하면 여성들은 하루 중 오후 3시 24분부터는 무급으로 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다. 시위대는 남편,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가해자에게 살해당한 여성들을 기리는 플래시몹과 묵념도 했다. 스위스에서는 여성 한 명이 2주마다 가정폭력으로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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