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왜 택시기사 성폭력 사건은 끊이지 않는가
[여성논단] 왜 택시기사 성폭력 사건은 끊이지 않는가
  • 김양지영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 승인 2020.06.22 17:54
  • 수정 2020-06-22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승객 기다리는 택시 기사들. ⓒ뉴시스·여성신문
승객 기다리는 택시 기사들. ⓒ뉴시스·여성신문

 

만취한 여성이 택시를 훔쳐 도주했다는 기사가 떴다. 그리고 얼마 후 만취 여성 승객이 성폭력하려 한 택시기사를 피해 도망가다가 발생한 사건이란 것이 알려졌다. 포털 사이트에서 택시 기사와 성추행/성폭행/성폭력이란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관련 기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택시기사는 미디어 상에 자주 성폭력 가해자로 등장한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 기사들은 많지만 택시기사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해법을 이야기하는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여성 안심택시’라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방법은 이렇다. 스마트 폰에 택시안심귀가서비스 앱을 깔고 택시에 부착된 NFC(근거리무선통신) 스티커에 스마트폰을 대면 택시회사 이름, 차량번호, 연락처, 승차시간 등 탑승 정보가 가족·지인 등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서비스다. 각 지자체마다 방법은 다르지만 택시이용 정보를 가족·지인에게 전달하고 차량정보 등이 카드사에 저장된다는 점은 같다.

안심택시나 안심귀가서비스는 택시를 이용해온 여성들의 노하우가 그대로 담겨있다. 필자는 택시를 잘 이용하지 않는데, 이는 어릴적부터 택시기사 성폭력 사건을 들어왔던 데다 성인이 된 후 택시이용의 불편이 누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부득이하게 택시를 타면 가장 먼저 가족들에게 전화를 해 택시를 탔고 언제쯤 집에 도착한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내가 탄 택시번호를 기억하고 적어뒀다. 핸드폰의 사진기능이 발달하면서는 사진을 찍어뒀다. 물론 나도 친구들이 택시를 탈 때는 항상 차번호를 적어두거나 사진을 찍어둔다(물론 안심이 앱이 있긴 하지만 간혹 타는 택시 때문에 앱을 깔아두진 않았다.)

물론 여기에 택시 기사에게 하는 감정노동의 무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20대 때는 택시를 타고 집에 무탈하게 가고자 택시기사 눈치를 보며 참 열심히도 친절하게 기사를 응대했다. 택시 타는 불안감 만큼이나 택시타는 감정적 스트레스가 컸다. 이게 바로 한국에서 여성들이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이고 택시 이용의 스트레스다. 필자는 지금도 가끔 택시를 이용하면 이렇게 한다. 감정노동은 더 이상 하지 않지만.

그런데 여성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택시 이용방법과 과학기술의 접목은 영화 ‘곡성’의 아역배우의 명대사, ‘뭐가 중헌디’를 자꾸 생각나게 한다. 화장실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면 화장실에 비상벨을 설치하는 방법과 닮아있다.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비상벨과 근거리무선통신이 넘쳐난다.

그러나 택시기사 성폭력 사건은 여전하다. 왜 택시기사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해법의 중심에 ‘택시기사’가 없을까.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물론 그러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성범죄자의 경우 형 집행이 끝난 날로부터 20년 동안 택시운전을 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했다. 교통안전공단은 신규 취업자와 재취업자의 범죄경력을 조회해 지자체에 통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성폭력 범죄자의 경우 일정 기간 택시영업 자격을 정지한 현행법에 대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자를 제한하는 정도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막아내긴 역부족이다.

현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5조는 운수종사자의 교육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가 교육을 받도록 해야하고 교육을 받지 않은 운수종사자는 운전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시·도지사가 조례제정을 통해 운수종사자 연수기관을 설립하거나 지정할 수 있으며 그 운영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는 운수종사자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는 서울시교통문화교육원에서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신규(16시간) 교육, 보수교육(4시간), 수시교육(8시간) 등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택시기사들이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지만, 교육내용에 성평등과 성폭력예방교육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안심택시, 안심귀가서비스보다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남성들이 의례히 그렇듯이 술이 만취한 상태에서도 편하게 택시를 이용하고 대리기사를 걱정 없이 부르고 싶다. 그럴 수 있을 때 한국이 성평등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양지영 여성학자
김양지영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