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벌어진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의 내용이 연일 미 정가와 세계 외교계를 흔들고 있다. 왼쪽은 2019년 9월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행사에서 발언 중인 볼턴.ⓒ뉴시스

 

청와대가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 보좌관이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과 관련해 “조현병 환자 같은 아이디어”라고 쓴 데 대해 “그 본인이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2일 브리핑에서 “한반도평화와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한미 정상 간 건설적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으로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하며 이례적으로 입장을 냈다.

남북미 정상이 참여한 비핵화 과정을 두고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을 심각하게 폄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후폭풍을 방만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지난해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볼턴 전 보좌관의 카운터파트였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볼턴의 회고록에 대해 상당 부분 사실이 크게 왜곡된 내용에 외교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안보실장은 전날 미국 NSC에 이러한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현지 시각) 출간 예정 저서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에서 한반도 종전 선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처음 종전선언이 북한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후에 문 대통령이 자신의 통일 어젠다를 뒷받침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라며 "이 모든 외교적인 판당고(스페인 춤)는 한국의 창조물이었고 김 위원장이나 우리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더 많은 관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종전 아이디어는 좋게 들린다는 점 빼고 채택할 이유가 없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쁜 아이디어들을 권유하는 데 우려했지만 결국 그것을 멈추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문 대통령의 영변 핵시설 해체 구상을 ‘조현병스러운 생각’이라고 평가한 점이다. 회고록에 따르면 볼턴은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으나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주장하며 미국의 경제 제재 완화인 주고받기를 요구했다고 적었다.

그는 회고록에서 주고받기식 협상을 거부해 얻은 북한의 변화인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에 대해 문 대통령이 서로 다른 상황을 동시에 지지하는 인상을 줘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이라고 비유했다고 이유을 썼다. 

북한은 양자 간 정상 회동을 원했으나 문 대통령이 동행을 원했다고 적혀 있다. 남북미 정상회동 후 남측이 제안한 종전선언 구상을 북한이 신경 쓰지 않을뿐더러 ‘사진 찍기용’이었다고 했다.

이밖에도 볼턴 전 보좌관은 1차 북미정상회담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 정 실장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만들어낸 상황이란 뜻이다. 이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남북미 정상 회동에 동행을 요청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절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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