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방역 실패” 평가에도 치솟는 두 사람 인기의 역설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방역 실패” 평가에도 치솟는 두 사람 인기의 역설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0.07.01 09:46
  • 수정 2020-07-0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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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자유와 선택 존중하고
학교 수업도 중단하지 않은
스웨덴의 독특한 방역 대책
뢰벤 총리는 경제살리기 전념
(왼쪽부터) 스웨덴 스테판 뢰벤 총리, 안데스 텡넬 공공보건청장.
(왼쪽부터) 스웨덴 스테판 뢰벤 총리, 안데스 텡넬 공공보건청장.

 

유럽은 6월 15일부터 코로나19로 굳게 닫혀 있었던 빗장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 젖혔다. 관광과 여행 등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된 이후 상호 인접국경도시, 관광명소들의 호텔, 요식업계 종사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국경 개방에는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스웨덴의 이웃국가들도 함께 포함되어 기쁨을 더했다. 하지만 개방국가에 스웨덴은 포함되지 않았다. 예상은 되었지만 실망과 안타까움은 컸다. 스웨덴에서는 유일하게 섬 지역인 고틀란드 거주자들만 자유롭게 다른 북유럽국가들의 방문이 허용된다고 이웃국가들은 위안을 했다. 워낙 고립정책을 고수해온 고틀란드는 덕분에 전염병 환자와 사망자가 스웨덴에서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안나 린데(Anna Linde) 스웨덴 외교부 장관은 스웨덴 국민들의 자유이동을 제한한 이웃국가들을 조심스럽게 비판하고 나섰다. 세계에서 가장 친선관계가 돈독하다는 북유럽5개국의 깊은 우정에 금이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5개국 간에는 단일시장처럼 거주권, 노동권, 사법권, 투표권을 보장받고 국민들은 자유롭게 이동한다. 북유럽평의회(Nordic Council)가 1952년 설립된 이후 정부간 정책협의와 공동정책 등을 채택하고 의장직은 순환제로 운영되고 있다. 복지와 성평등, 환경, 기후, 인권 등에 공동보조를 맞추고 세계의 가장 앞서가는 민주주의를 만들어간 중요한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70년 가까이 유지되어 온 우정이 금이 가면 깊은 상처때문에 다시 예전처럼 원점으로 복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점이 문제다. 아무리 친한 친구도 한번 서운하게 만들면 그 앙금을 푸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세계적 위상과 이미지의 손상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며칠 전 외교부 장관과 레나 할렌그렌(Lena Hallengren) 사회부 장관은 스웨덴의 코로나 대응이 실패가 아니며 매우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전 세계 주재 스웨덴 대사들과 화상회의를 통해 적극 방어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실패와 성공의 판단은 단기적으로 해서는 안되고 재확산될 수 있는 가을과 겨울까지 가 봐야 알 수 있으니 실패라고 비판하는 외국 언론과 정부들의 공격에 적절히 대처하라는 주문이었다. 외교부 소속 대사들과의 회의에 사회부 장관이 함께 참여한 것도 특이하지만 실패하지 않는 이유를 상세히 알리기 위해 화상회의를 통해 국가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외교관들이 적극 나서서 홍보해 달라고 하는 모습에서 다급함이 묻어져 나온다. 스웨덴의 경제와 안보는 한국 이상으로 주변국가들과의 국제협력과 대외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 손상은 경제회복과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전 세계 대상 교육은 전 세계의 비방에 대한 방어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스웨덴의 코로나 대응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완전 반대로 움직였다. 국민 개인의 자유와 선택 존중하고 초중등 학교도 중단없이 개방해 수업을 진행해 나갔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학교장의 재량으로 수업을 진행하도록 일임했고, 탁아시설도 그대로 개방했다. 하지만 5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의 금지와 도시 간의 이동은 철저하게 금지했다. 이를 위해 항공 및 열차운행을 금지시켰다. 도시간 이동억제와 격리는 불편하기는 했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복원력으로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 천연기념물인 두루미가 스웨덴에 100년만에 가장 많이 찾아 왔다고 조류협회가 발표했다. 1917년 34쌍의 두루미가 등록되었지만 올해 123마리가 새로 둥지를 틀었다는 통계를 제시하는 정부의 발표로 잠시 코로나의 아픔도 잊은 하루였다. 국경통제, 국내여행 금지, 재택근무 등으로 자동차와 비행기, 그리고 대중교통 등에서 배출되던 이산화탄소가 줄어 두루미에게 가장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조류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두루미는 공기가 좋고 호수와 숲 등 천혜적인 조건이 있어야 서식한다고 알려져 더 의미 있는 선물이라는 것이다. 남부 430km 정도 떨어져 있는 칼마르와 스톡홀름을 오가는 자동차 이동 경험을 학교 일로 최근 2개월 동안 해 본 터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경부고속도로에 해당하는 E4고속도로는 텅 비어 있었고 물류 이동 목적의 트럭만 고속도로를 간간히 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32년 동안 스웨덴에서 살면서 처음 목격하는 광경이었다.

코로나 대응을 보면서 스웨덴의 두 가지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운영의 민주성을 들 수 있다. 스테판 뢰벤(Steffan Löfven) 총리는 방역책임자에게 코로나 대응을 일임하고, 경제살리기에만 전념했다. 지방은 자치적으로 탁아소, 학교, 양로원, 병원들을 운영하는데 몰두하도록 중앙과 지방을 분리했다. 코로나 대응 효과에 대해 불협화음이 나올 때 ”전쟁 때는 서로를 헐뜯지 않는다”는 총리의 위엄어린 경고 앞에 모든 국민들은 숙연해 했다. 안데스 텡넬(Anders Tengnell) 공공보건청장이 국민 브리핑 때 기자들이 인구 규모 대비 전염율과 사망율이 높으니 방역대책이 실패한 것이 아니냐고 비난성 질문을 했을 때 그를 방어해준 사람도 총리였다. “스웨덴의 정책은 복지의 틀 속에서 국민안전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고 넓은 국토와 공간의 여유로 사회적 격리만 잘 실천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원칙주의자 앞에서 국민은 절대 존중으로 답변했다. 두 사람은 원칙에 충실하면서 이웃집 아저씨 같은 털털한 인상에 국민들은 매료되었다. 코로나 이후 전국적으로 가장 핫한 인물은 스테판 로벤 총리와 함께 안데스 텡넬 공공보건청이라 할 만큼 국민 아이돌로 떠 올랐다.

공통체의 운명이 위협받을 때 국민생명, 국가의 이미지, 기업의 생존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혼연일체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가 모두 실패라고 이야기 해도 총리와 방역책임자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는 코로나의 역설은 아직도 나에게는 불가사의한 현상이다. 하지만 조금씩 스웨덴의 본질에 접근하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잠도 없이 최선을 다하는 관료, 그리고 국민에게 진솔하게 다가서는 정치인의 모습에서 국민들은 진정으로 신뢰와 찬사를 보낸다는 극히 평범한 진리를 확인 할 수 있다는 점이다. 32년 동안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스웨덴이지만 나에게 아직도 불가사의로 남아있다. 더 연구하고 공부할 이유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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