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업체 '신라젠'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뉴시스

 

한 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했던 바이오기업 신라젠이 상장 폐지의 기로에 놓였다. 심사 결과에 따라 신라젠이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약 17만명에 달하는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이 휴짓조각이 될 우려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종 결론까지 최대 2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신라젠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19일 공시했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는 회사 상장 유지에 문제가 있는지 따지는 과정이다.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에 따라 거래소는 일정 규모 이상의 횡령·배임 혐의가 확인된 기업은 계속성이나 경영 투명성, 시장 건전성 등을 종합 고려해 상장 폐지를 심의·의결할 수 있다. 앞서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는 지난달 29일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회사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경영진의 횡령, 배임 혐의는 거래소 규정상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다.

신라젠은 지난달 전 경영진의 1947억원 규모의 횡령, 배임 사실을 공시한 데 이어 이달 2206억원 규모의 현 경영진의 횡령·배임 사실도 추가 공시했다.

거래소는 다음달 10일 이내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신라젠을 상장폐지하거나 개선 기간을 부여할지 결정한다. 이 기간 신라젠이 개선계획서를 내면 제출일로부터 20영업일 이내로 기업심사위 심의가 연기된다.

심사위가 상장폐지 결론을 내면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혹은 개선 기간 부여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여기서 회사 측이 이의신청을 하면 코스닥시장위의 심의가 한 차례 다시 열리고 심의 결과가 개선기간 부여로 나오면 개선기간이 끝난 뒤 다시 기심위의 심의,의결을 거친다. 최종 상장폐지 결정까지 최대 2년 반이 걸릴 수 있다.

신라젠은 2016년 기술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2017년부터 간암치료제인 ’펙바벡‘ 임상 소식이 알려져 기대감에 같은 해 11월 주가가 15만원까지 급등했다. 펙사벡 임상3상 가능성에 시가총액이 7조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8월 미국 임상3상 권고 중단 결과가 나오자 주가가 폭락했다. 문 전 대표와 신라젠 전 임원들은 ’펙사벡‘의 임상 실패를 미리 알고 보유 중인 주식을 미리 매도해 시세 차익과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회피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기업 경영 정상화와 주식 시장 거래 재개를 위해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매매 거래 정지일 기준 시가총액은 8666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 수는 16만8778명으로 보유 주식 비율은 87.7%에 달한다. 주주 중 일부는 행동주의 소액주주 모임을 결성하고 거래소에 주식 거래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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