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언제...미국 대법원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 금지”
한국은 언제...미국 대법원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 금지”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0.06.19 17:19
  • 수정 2020-06-22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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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주한미군의 동성 배우자도 SOFA상의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EU내 성소수자의 권리에 관한 유럽연합기본권청 웹사이트 (http://fra.europa.eu/en/theme/lgbt) 캡처
ⓒEU내 성소수자 권리에 관한 유럽연합기본권청 사이트 (http://fra.europa.eu/en/theme/lgbt) 캡처

미국 대법원이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성별·인종 등을 이유로 한 직장 내 차별을 금지하는 기존 법을 성소수자에게도 확대 적용한 것이다. 특히 동성애자만이 아니라 ‘트랜스젠더도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 첫 사례다. 6월 성소수자의 달(Pride Month)에 나온 중대한 판결에 성소수자들은 “역사적 순간”이라며 환영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고용주가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근거해 직원을 차별하는 것은 민권법 제7조(Title VII of the Civil Right Act of 1964)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미 민권법 제7조는 국적, 성별, 인종, 종교에 근거한 직장 내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 금지’도 이에 포함해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성소수자 차별 역시 ‘성차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에는 법관 9명 중 존 로버츠 대법원장, 주심을 맡은 닐 고서치 대법관 등 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고서치 대법관은 “노동자가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해고하는 고용주는 다른 성(sex)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특성이나 행위에 근거해 직원을 해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성소수자 인권단체·UN 등 “중대한 승리”
소송인 3명 중 2명은 이미 세상 떠났지만
“법에 성소수자들 설 자리 있음을 알려준 판결” 환영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왼쪽부터) 미 성소수자 단체 GLAAD, 유엔 성소수자 특별보고관 트윗 캡처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왼쪽부터) 미 성소수자 단체 GLAAD, 유엔 성소수자 특별보고관 트윗 캡처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중요한 승리로 평가했다. “미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공포 없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대법원의 역사적 결정은 논쟁의 주제가 될 필요조차 없었던 이 문제를 분명하게 확인시켰다.” (미 성소수자 단체 GLAAD, 16일 성명 중) “이번 결정은 성소수자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하고 빈곤으로 내몰았던 차별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매우 중대한 걸음이다.”(빅토르 마드리갈-보를로스 유엔 성소수자 특별보고관, 17일 성명 중) 미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미국에게는 중대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게이 소프트볼 동호회에 가입했다가 2013년 직장에서 해고된 제럴드 보스토크, 직장 동료들에게 편지로 성전환 계획을 밝혔다가 2013년 해고된 트랜스 여성 에이미 스티븐스, 여성 고객에게 자신이 게이임을 밝혔다가 2010년 해고된 베이스점핑 강사 도널드 자다 등 3명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응답이다.

안타깝게도 자다는 2014년 사고로, 스티븐스는 지난 4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자다의 변호사 그레고리 안톨리노는 판결 직후 “역사를 바꿀 촉매가 될 판결이 나왔다”며, “자다가 살아서 함께 축하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했다. 스티븐스는 이번 판결을 예상하고 이런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대법원은 우리 법에 나와 내 트랜스젠더 자매·형제들이 설 자리가 있다고 말해줬다. 감사하다. 더 안전하고, 이 사회에 받아들여진 기분이다.”

 

성소수자 배제정책 펼쳐온 트럼프 행정부엔 타격
트럼프 “일부는 놀랐지만...대법원 결정이니 따른다”

이번 판결은 성소수자 배제 정책을 펼쳐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성소수자와 트랜스젠더의 건강보험 혜택을 폐지했고,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했으며,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권리보호 지침도 폐기하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성소수자 차별 금지법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는 이번 판결에 놀랐다. 하지만 대법원이 결정했으니 우리는 따른다”고 밝혔다.

미 대법원은 지난 1958년 ‘성소수자 잡지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결정, 2015년 미 전역 동성혼 합법화 결정에 이번 결정까지 그간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는 판결을 다수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고서치 대법관이 이번 판결에 찬성표를 던져 이목을 끌기도 했다. AP통신은 이번 결정이 “전국적으로 약 810만명의 성소수자 노동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엔 성소수자 인권침해 막을 법제도 아직 없어

지난해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지수(무지개 지수)는 8.08%로, 전 세계에서도 하위권이라는 분석이 나왔다.ⓒSOGI법정책연구회, 『한국 LGBTI 인권 현황 2019』 중
지난해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지수(무지개 지수)는 8.08%로, 전 세계에서도 하위권이라는 분석이 나왔다.ⓒSOGI법정책연구회, 『한국 LGBTI 인권 현황 2019』 중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 관련 법제도 상황은 어떨까. 미국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혐오범죄를 규제하는 법률이나 정책은 아직도 없다. 혼인 평등이나 동반자 관계 등록도 제도화되지 않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꾸준히 추진됐지만, 보수 기독교 진영 등의 거센 반대로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 퀴어문화축제의 광장 사용 불허, 성소수자 인권단체 사단법인 설립 불허 등 정부에서 성소수자 공공행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지수’는 100% 만점에 8.08%에 불과하다. 유럽 49개국 중 46위인 러시아(10.20%)보다 낮은 수준이다. SOGI법정책연구회가 지난달 발표한 ‘한국 LGBTI 인권현황 2019’ 보고서의 내용이다. 그나마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조사할 권한을 가지는 점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 변경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이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명시된 점 △헌법상 혼인을 이성 간의 결합으로만 제한하는 명시가 없는 점” 등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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