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더 아름다워지셨다”
한정애 “외모 발언 조심해 달라”
이 의원과 반박기사 보도에 대해
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
“본인 아닌 상대방의 외모 발언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더 엄격한
외모 잣대 때문에 무례할 수도…
공적인 자리에서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외모지적 과연 옳은 일인가”
최미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대표
“성희롱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

한정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정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의원의 외모 칭찬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외모를 칭찬하며 상대를 배려한 것을 두고 여성 국회의원의 반응이 예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직장 등 공적인 자리에서 상대방의 외모를 평가하는 것은 성희롱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의 지위와 능력이 아닌 외모로 평가하는 방식은 성희롱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열린 21대 국회의 첫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정애 위원장에게 “한 위원장님을 평소 존경하고 날이 갈수록 더 관록이 쌓이고 더 아름다워지셔서 잘 모시고 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복지위원들의 인사말이 끝난 뒤 “인사말을 들으면서 누구를 지칭하거나 하면 실례가 되는데 외모와 관련된 것은 (발언을) 안 하시는 것으로 우리 상임위에서 조금씩 배려하고 조심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후 관련 기사가 이어지자 일부 누리꾼들은 한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하며 또 다시 외모를 품평하고 비하 댓글을 달았다. 

직장에서 외모에 대한 칭찬도 성희롱이 될 수 있다. 2018년 고용노동부는 직장내 성희롱 근절대책 후속조치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국민 인지도 향상을 위해 ‘직장 내 성희롱 자가진단’ 앱을 개발했다. 

앱은 성희롱 판단력(20문항)과 성인지 감수성(20문항)을 파악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로 성희롱 판단력 체크리스트 문항은 다음과 같다. ‘외모에 대한 칭찬도 직장 내 성희롱이 될 수 있다’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했다. 

해당 앱은 정답 개수에 따라 본인이 직장 내 성희롱에 얼마나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지 결과를 알려준다. 따라서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스스로 진단해 볼 수 있다.

앱을 개발한 최미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대표는 성희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공식석상이나 비공식석상에서 상호간 인사를 할 때 여성을 칭찬하거나 평가할 때 외모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며 “여성의 능력·지위가 아닌 외모로 칭찬하는 방식의 근원은 ‘여성은 꽃이다’라는 대상화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대상화의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어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남성은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는 권한이 있다고 착각하는데 이는 성적대상화라고 할 수 있으며 성희롱·성차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성별을 막론하고 일과 상관없는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공적인 장소에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이용호 의원은 한 위원장이 맡은 일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굳이 꺼냈다”고 말했다.

또한 “예로부터 한국사회에서는 외모평가가 만연했고 특히 여성에 더욱 엄격한 외모 기준을 내세웠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아무리 좋은 말이라고 해도 좋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맥락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박 기사 보도에 대해서도 “‘굳이 이러한 점을 끄집어낼 필요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과거 한 의원의 발언과 현재 외모품평 논란은 맥락 자체부터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의원은 공적인 자리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외모 발언은 되도록 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지적한 것”이라며 “기사를 보면 마치 남성 의원이 좋은 말을 했는데 여성위원장이 까칠하게 받아친 것처럼 보여진다”고 했다.

또한 “과거 본인이 자신의 외모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남도 타인의 외모를 마음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정치인들은 사회의 편견 등을 해소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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