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윤리법 ‘성차별 조항’
재산공개 등록 제외 대상에
‘혼인한 직계비속인 여성·
외조부모·외손자녀’ 명시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따라
차이 두는 것은 시대 역행”

대법원 내부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는 법전을, 나머지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이 여신상은 모든 이들이 법 앞에 평등함을 상징하고 있지만, 남성중심적 법체계는 여성들에게 공평하지만은 않다. 가정폭력 피해자에 의한 가해자 사망 사건에서 사법부가 피해 여성의 관점에서 정당방위를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법원 내부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는 법전을, 나머지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이 여신상은 모든 이들이 법 앞에 평등함을 상징하고 있지만, 남성중심적 법체계는 여성들에게 공평하지만은 않다.  ⓒ여성신문 

 

“딸은 출가외인(出嫁外人)이다.”

현행 공직자 재산등록제도가 ‘결혼한 딸’에 대해 갖는 인식이다. 재산등록 대상에서 ‘혼인한 직계비속인 여성’, 즉 결혼한 딸은 제외하고 있다. 공직자 윤리제도의 핵심인 재산등록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과 함께 성차별적인 조항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급 이상 공무원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매년 1차례 △본인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재산 변동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정무직과 1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경우, 매년 3월 말 관보에 재산변동사항이 공개된다. 재산등록을 면할 수 있는 가족도 있다. 법이 정한 제외대상은 다음과 같다. 

재산등록 의무자의 범위를 규정한 공직자윤리법 제4조2항은 “혼인한 직계비속인 여성과 외증조부모, 외조부모, 외손자녀 및 외증손자녀는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재산등록 의무자의 범위를 규정한 공직자윤리법 제4조2항은 “혼인한 직계비속인 여성과 외증조부모, 외조부모, 외손자녀 및 외증손자녀는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다만, 혼인한 직계비속인 여성과 외증조부모, 외조부모, 외손자녀 및 외증손자녀는 제외한다.” (공직자윤리법 제4조 2항)

결혼한 딸과 그 자녀를 비롯해 외가 식구들은 재산등록에서 빠질 수 있다고 법은 명시하고 있다. 친부모와 아들, 손자녀는 당연히 재산등록 의무자다.

김재일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언론 기고를 통해 “등록대상 재산의 범위에 혼인한 딸과 그 자녀, 그리고 외가 조부모의 재산이 제외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것”이라며 “장인·장모상과 부모상을 동일하게 대우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직윤리 제고를 위해 시대 상황과도 부합하지 않는 직계 존비속 제외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은 “2005년 호주제 폐지 이후 성차별적 조항이 담긴 법조항이 개정되고 있으나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개별 법에 호주제의 잔재가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자녀가 아버지 성을 따르도록 한 민법상 ‘부성우선주의’가 대표적이다. 최근 법무부 법개선위원회가 부성우선주의 원칙을 폐지를 정부에 권고하면서 이 내용을 담고 있는 민법 제781조 제1항은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박 부장은 “재산등록 대상자들은 편의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결혼한 딸을 재산등록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명백히 호주제의 잔재”라며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조항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제도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재산등록 의무자의 범위에 대해 내부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재산등록을 공직자 본인만 하는 경우가 많고 그 외에는 배우자나 20세 미만 자녀까지만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며 “공직자 윤리 문제이기 때문에 재산등록 범위를 조정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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