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아나운서 채용 차별’ 개선 권고
20년간 여성은 정규직으로 안 뽑아
“여자는 늘 예뻐야” 간부 발언도

MBC 계열사 전반의 성차별 문화도 지적
“MBC 아나운서 중 남성 88% 정규직, 여성 61% 비정규직
본사 포함 전사 고용차별 실태 조사·개선하라”

지난 1월 22일 여성·노동단체 30여곳은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성차별적인 고용형태를 둔 대전MBC의 채용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홍수형 기자
지난 1월 22일 여성·노동단체 30여곳은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성차별적인 고용형태를 둔 대전MBC의 채용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홍수형 기자

같은 아나운서지만 여성은 계약직, 남성은 정규직으로 채용해온 대전 MBC의 “성차별 관행을 개선하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17일 권고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대전 MBC는 1990년대 후반부터 여성 아나운서가 필요하면 계약직 또는 프리랜서로, 남성이 필요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형태를 달리해 모집·공고해 왔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채용된 대전 MBC 정규직 아나운서 4명은 모두 남성이었다. 반면 1997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채용된 계약직 아나운서 15명, 프리랜서 아나운서 5명은 모두 여성이었다. 

2018년 3월 대전 MBC 남성 간부는 여성 아나운서들과의 술자리에서 “(아나운서 정규직은) 본래 남성 자리” “여자가 더 뛰어난 애였어도 얘(남성)를 뽑았을 거야”“(40대 여성 아나운서를 언급하며) 늙은 여자 쓰지 말라’ ‘목주름 없애라’는 말들이 방송국 안에서 나왔다” “남자는 늙어도 중후한 맛이 있는데 여자는 늘 예뻐야 한다. 늙으면 안 된다는 관점을 누가 갖고 있냐면 시청자의 몇 명이 갖고 있고, 방송국은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 MBC는 “공교롭게도 채용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일 뿐 성차별 의도가 없었고, 실제 모집요강 등의 절차에서도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거나 특정 성별로 제한한 바 없다”고 인권위에 답변했다. 성차별 발언을 한 간부는 개인적 의견을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합리적 사유를 찾을 수 없는 성차별”이라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또 “대전 MBC는 ‘여성은 나이가 들면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에서, 여성 아나운서들을 원하는 기간 동안 사용하면서도 정규직 전환의 책임을 회피하고 손쉽게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성차별적 채용 및 고용 환경을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MBC 아나운서 중 남성 88% 정규직, 여성 61% 비정규직
본사 포함 계열사 전반 고용 성차별도 조사·개선하라”

인권위가 조사한 MBC 16개 계열사 아나운서의 고용형태별 성비. 남성은 정규직 비율이 높고, 여성은 계약직·프리랜서 비율이 높다.
인권위가 조사한 MBC 16개 계열사 아나운서의 고용형태별 성비. 남성은 정규직 비율이 높고, 여성은 계약직·프리랜서 비율이 높다.

 

인권위는 대전 MBC만이 아니라, MBC 16개 지역 계열사 전반에 성차별적 아나운서 고용 관행이 드러났다고 판단했다. 이들 사업장에서 남성은 정규직·무기계약직 비율이 87.8%지만, 여성은 계약직·프리랜서 비율이 61.1%로 차이가 컸다.

이번 권고는 지난해 대전 MBC 여성 아나운서 2명이 ‘대전 MBC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용형태나 복리후생 등에서 차별을 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한 결과다.

인권위는 △장기간 지속돼 온 성차별적 채용 관행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 업무를 수행한 진정인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대전 MBC 대주주인 문화방송 주식회사에게 본사 포함 지역 계열사 방송국의 채용 현황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