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윤금 숙명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뉴노멀 시대, 대학 교육의 미래
‘옵션’이던 원격강의 ‘필수’로
강의만을 위한 캠퍼스 벗어나
정보공유공간·학습공간으로
기술은 ‘오픈소스’ 활용하고
대학 자체 콘텐츠로 승부해야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에서 장윤금 교수는 "앞으로 대학의 건물 개념 보다는 인포멀 에듀케이션 공간이 되어서 서로 공유하고 협업하고 사람과 컨텐츠로 채워져서 의미가 부여 되는 공간이 중요하다"며 대답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장윤금 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앞으로 대학은 정규수업(Formal Education) 외에도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휴식할 수 있는 비형식 학습공간(Informal Education)으로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교육계도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른바 ‘뉴노멀 시대’다. 장윤금 숙명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저출산의 여파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대학의 위기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더욱 선명해졌다”며 “대학이 뉴노멀 시대를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대학의 미래와 순위가 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강의만을 위한 캠퍼스에서 벗어나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학습하며 협업하는 공동체로 변화해야 한다”며 “대학이라는 공간이 사람과 콘텐츠로 채워질 때 공간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제시했다.

지식정보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능력) 분야 전문가인 장 교수는 인터뷰에서 대학 캠퍼스의 ‘변화’를 강조했다. 위기는 동시에 기회다. 대학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2000년까지 75만명이던 한 해 고교 졸업생은 2023년에는 40만명으로 줄어든다. 저출산의 영향이다. 대학에 입학할 학생들이 줄어들면서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인구소멸과 함께 대학도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장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학은 대학 강의가 다른 대학 학생들에게도 공유되고 온라인과 대면 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혼합수업)’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대학의 교육 방식부터 콘텐츠, 기술까지 전부 새로운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 이상 온라인 교육이 대면 교육을 하지못할 때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장윤금 숙명여대 교수
 장윤금 교수가 온라인 강연을 촬영하는 모습. ⓒ홍수형 기자

 

“그동안 온라인 수업은 교수의 선호도에 의해 하나의 선택지로 진행돼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2020년 봄 학기부터는 전국의 대학이 교수의 선호도와 관계없이 모든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사상초유의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에 임시방편으로 시작된 온라인 수업은 학생들뿐 아니라 교수들에게도 교육 방식과 소통에 대한 ‘뉴노멀’의 경험을 하게 했어요. 하지만 향후에도 또 다른 ‘팬데믹’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고, 이미 온라인교육을 모든 학생들과 교수들이 접하면서 지금은 보다 체계적이고 방향성 있는 온라인 교육에 대한 기술, 콘텐츠, 교육 방식, 대상에 대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먼저 장 교수는 대학 캠퍼스가 잘 꾸며진 강의실로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캠퍼스가 정규수업(Formal Education) 외에도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휴식할 수 있는 비형식 학습공간(Informal Education)으로서 변화해야 한다”며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벅스같은 카페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거나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를 듣더라도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공부를 하기를 원합니다. 대학이 그런 공간이 돼줘야 합니다. 지난해 방문교수로 찾은 미국 드렉셀대학교에서는 학교 도서관에서 원하는 학생들에게 노트북을 빌려주고 있었습니다. 책만 빌려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던 도서관에서 디지털기기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노트북과 태블릿PC를 켜면 그 곳이 바로 교육 공간이 되도록 캠퍼스 전체를 바꿔야 합니다. 대학이 등록금을 내고 단지 학점과 졸업장을 얻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행복감을 주는 공간이라는 점을 학생들에게 선사해야 한다는 것이죠.”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에서 장윤금 교수는
장윤금 숙명여대 교수 ⓒ홍수형 기자

 

장 교수는 뉴노멀 시대를 맞아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클라우드 캠퍼스’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다시 한번 교육계에서 부각된 것이 ‘무크’와 같은 ‘오픈 교육(Open Eduation)’”이라며 “한 개의 대학이 갖고 있는 교육의 콘텐츠와 디지털 기술만을 사용하는 교육에서 전 세계의 교육 콘텐츠와 기술을 공유하고 협력해 사용할 수 있는 교육 플랫폼, ‘클라우드 교육’으로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온라인 교육플랫폼 기업 코세라(Courera) CEO 제프 매기온칼다는 지난 3월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대학교육을 위해 전 세계 대학에 코세라 포 칼리지(Coursera for College)를 7월말까지 제공한다고 발표했어요. 3800개 넘는 코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대표적인 클라우드 캠퍼스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드 대학교육이 원격강의 체제로 전환되는 현 시점에서 대학은 기술과 콘텐츠 개발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재정적 지원이 어려워도 적극적인 퍼블릭 클라우드 활용으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장 교수는 대학은 교수가 아닌 학생이 주체가 되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교수는 강의를 하는 교수이기도 하고 강의는 하지 않지만 학생들의 학습을 조력하는 코칭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새로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배운 지식과 교수와의 협업을 통해 실질적으로 자신의 일을 찾아가는 역할, 즉 캠퍼스가 포트폴리오가 되는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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