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강간 연령 13→16세로... 처벌 기준만 높이면 끝인가요?
의제강간 연령 13→16세로... 처벌 기준만 높이면 끝인가요?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6.12 15:10
  • 수정 2020-06-12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집담회
20대 국회서 기준연령 상향
기존 만13세→만16세로
"청소년도 성적 권리 가진 존재"
한국성폭력상담소가 4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만16세 미만의 동의' 집담회를 열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가 4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만16세 미만의 동의' 집담회를 열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의제강간이란 기존 강간죄가 조건으로 제시하는 협박 또는 폭행 없이도 기준 나이의 사람과 성관계 등을 할 경우 무조건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다. 지난 20대 국회는 종료를 앞두고 일명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6개 법안을 통과 시키며 형법 개정안을 통해 의제강간 연령을 기존 13세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향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현장의 전문가들은 “모든 사람이 동등한 성적 주체로 인정하고 주체적인 동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한 의제강간 연령 상향만으로는 절대 성폭력을 근절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의제강간 연령 상향과 관련된 전문가 집담회를 열었다. 이날 집담회는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따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지난 5월 전까지 한국은 의제강간 적용 연령은 13세로 세계 평균 기준보다 낮았다. 세계 180개 국가의 의제강간 연령 기준은 16세가 73개국, 18세가 40개국, 14세가 24개국 순이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대표는 피해자가 어떠한 자율적 권리를 침해 당했는지를 살피기 보다는 현재 우리 법은 가해자를 중심으로 어떤 행위를 금지할 것인지만 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영 대표는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 또는 주체적 결정을 할 수 없는 존재로 보는 사회의 시각을 지적하고 “청소년 또한 폭력이나 차별, 낙인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자신의 욕망을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권리 등 ‘성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현장의 전문가는 의제강간 연령 상향을 통해 16세 미만 성매매·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가 좀 더 쉬워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동의’의 문제에 있어서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그루밍 범죄’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현정 탁틴내일 아동청소년 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명백히 성인이 아동·청소년 피해자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고서도 피해자가 ‘동의’했다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특정 행위를 금지하는 것들이 곧 그루밍 성폭력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공동대표는 ‘연령 기준’에 대해 의문을 표현했다. 양 공동대표는 “청소년이 어떤 방식으로 성과 연애를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위험에 처하지 않을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행위 자체를 엄벌해야 한다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성으로부터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객체화 된 아동·청소년을 하나의 주체로 인정하고 성적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인과 달리 법적 권리나 선택권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 한 까닭으로 오는 다름이 결과적으로 성적 대상화를 부르고, 피해를 입었을 때는 자신의 ‘청소년다움’을 증명하는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다.

2018년 미투 국면 이후로 ‘성적 동의’에 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당시 1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존재로서 충분히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적 행위를 거부할 수 있었으며 명시적인 거부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민들레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여성들의 노(no)는 예스(yes)라는 잘못된 통념에 맞서 ‘no meas no(노의 뜻은 노다)’라는 구호가 있다. 그렇다면 노와 예스는 모두 진정한 노와 예스일 수 있는가” 동의를 표현했더라도 어떤 이유가 동의를 강제했다면, 또 거절을 표현하지 않았다면 이를 예스로 볼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간으로서의 성적권리는 성적인 존재 모두가 동등하게 보장받아야 할 권리지만 그렇지 못하다”며 “성적 권리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부정당하는 존재들이 성적 행위에서 동의를 표현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주)여성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