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살림 도맡고
피해자 지원에 16년 헌신
‘쉼터 수호천사’ 하늘로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 소장의 여성·인권·평화 시민장이 열렸다. ©여성신문·뉴시스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 소장의 여성·인권·평화 시민장이 열렸다. ©여성신문·뉴시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60) 소장의 장례식이 10일 오전 엄수됐다. 발인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뤄졌다. 

손 소장의 유족과 장례위원들이 손씨의 영정 사진을 들고 빈소 앞으로 나와 1층 영결식장으로 향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직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상주를 맡은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 등이 앞에 섰고, 다른 장례위원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조문객이 그 뒤를 따랐다. 빈소와 영결식장 근처에는 취재진의 접근이 일체 차단됐다.

고인의 장례식은 지난 8일부터 3일간 ‘여성·인권·평화 시민장’으로 진행됐다. 장례위원장에는 이 이사장을 비롯해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등 시민단체 대표 17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4년부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일한 손 소장은 지난 6일 오후 10시35분쯤 경기도 파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04년 5월 충정로에 위치하던 쉼터 ‘우리집’ 시절부터 15년 넘게 때로는 할머니들의 딸처럼, 엄마처럼 함께 생활하며 피해자들이 평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헌신했다. 주변에서는 그를 ‘할머니들의 수호천사’라고 불렀다. 손 소장은 개인 SNS 계정 프로필 사진은 김복동·길원옥 할머니 미소짓는 모습이다.

손 소장이 제1저자로 참여한 논문 ‘쉼터 생활을 중심으로 본 일본군 위안부의 삶에 관한 사례연구’(2009)을 보면 위안부 운동 실무자의 어려움이 드러난다. 논문에서는 “불안정한 저임금 구조 속에 쉼터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실장에게 안정적인 서비스의 지속을 바라는 것은 거의 희생에 가까운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논문에서 공개한 2008년 쉼터 회계 내역을 보면, 당시 매달 지출된 쉼터 인건비는 총 130~140만원이다. 인건비는 손 소장의 월급과 주말봉사자 인건비를 합친 금액이다. 당시 정대협 대표였던 윤미향 의원은 지난해 1월 페이스북에 “급여는 80만 원밖에 못 드린다 했는데도 이리도 좋은 일에 함께하는 일인데 괜찮다고 해 만나게 됐다”며 “(손 소장이) 사표를 세번이나 냈지만 14년을 함께해왔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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