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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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깨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며 “피해자 할머니의 존엄과 명예까지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도는) 반인륜적 전쟁범죄 고발과 여성인권 옹호에 헌신한 위안부 운동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없는 위안부 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며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정의연 사태로 위안부 관련 단체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사이의 갈등이 지속돼서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무엇보다 위안부 운동 논란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번 사태는 지난 달 7일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들이 윤미향에게 30년 동안 이용만 당했다”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 불거졌다. 보조금과 기부금으로 조성된 위안부 기금이 피해자를 돕는 본래의 목적 대신 엉뚱한 곳에 쓰인 것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것이 핵심이다. 정의연을 운영했던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횡령이 있었는지, 개인적인 치부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핵심 쟁점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윤 의원 의혹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청와대는 9일 윤미향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특정인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작년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 걸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은 무엇인가?

여하튼 문 대통령이 윤 의원에 대해 침묵하면 위안부 운동 발언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된다. 혹시 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과 같이 윤 의원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더구나 우리 편에는 특권과 반칙을 묵인할 정도로 확고하게 실드를 쳐주는 모습은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누가 위안부 운동을 부정하고 있나? 대한민국 국민은 어떤 누구도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이끌어내는 정의연의 위안부 운동에 대해 무한 존경과 지지를 보낸다. 그런데 윤 의원은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에 대해 ”친일 세력의 조직적 저항“으로 매도했다. 심지어 최근 한 친여 인사가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 “30년 반일 활동을 죽쑤게 만들어 아베에 갖다 바치는 적폐 세력”이라고 몰아부쳤다. 이는 영웅을 적폐로 모는 폐륜적 발언이다.

미국 연방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했던 마이크 혼다 전 하원의원은 한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영혼’이고, 모든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살아 있는 증언자”라며 “그녀를 100%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 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하려 회계 부정 스캔들을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결국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끌어낼 수 있는 건 정치인들”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가 진영 논리로 흘러가지 않고 지금의 시련이 위안부 운동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기 위해선 여야, 진보와 보수 세력이 공허한 논쟁을 벌이지 말고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문 대통령도 “윤미향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할 것을 주문해야 한다. 또한, 정의연 만이 아니라 돈을 받는 모든 단체들의 국가 보조금,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 활동에 대해 행정력을 총 동원해 철저히 감사해서 투명성을 강화시켜야 한다. 그것이 정의고 공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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