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신명 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
노동부 30년 일한 여성노동 전문가
17대 국회 비례대표로 입성
여성 정치 대표성 확대 위한
‘한국여성의정’ 창립에 참여
“인구 절반인 여성 대변하려면
여성 국회의원도 절반 넘어야”
공직선거법 등 법 개정과 함께
여성 정치인 역량 키우기 위한
교육과 연구 뒷받침 돼야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신명 한국여성의정 사무총장은 "학교 교육에 젠더를 생활화하도록 연구 중이고 법안을 만들어 의무 교육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겠다"며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신명 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는 “21대 국회 여성 의원 비율은 19%로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여성이 인구의 절반인 만큼 여성이 국회의 절반을 구성할 수 있도록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수형 기자

 

제21대 국회는 여성 정치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역대 최다인 57명의 여성 정치인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고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이 탄생했다. 전체 국회의원 중 19%가 여성으로 채워지자 언론에서는 “역대 최다”라며 앞 다퉈 보도했다. 그러나 신명 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는 “엄청난 성과를 이룬 것처럼 보도하지만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 상황에서 19%라는 수치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총선 전 여야가 약속한 ‘지역구 여성공천 30%’는 무용지물이 됐고, 19%는 20대 국회(51명) 17%에서 소폭 상승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8.8%, 2017년 기준)과 비교해 10%포인트나 낮기 때문이다.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이 여성 정치인 역량 강화와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해 모인 한국여성의정은 국회의장 산하 법인으로 지난 2013년 설립됐다. 창립 때부터 참여해온 신 상임대표는 지난 5월 23일 이혜훈·심상정·남인순·김정재 전·현직 의원과 함께 한국여성의정 공동대표를 맡아 3년간 단체를 이끈다. 17대 국회에 통합민주당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입했던 신 상임대표는 여성노동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1969년 9급 공무원으로 노동부에 첫 발을 디딘 그는 30년간 노동부 근로감독과장, 여성정책과장, 고용평등국장 등을 지냈다. 남녀고용평등법의 제정(1987년)·개정(2001년) 등을 총괄했고 ‘직장내 성희롱 예방지침’도 그의 머리에서 탄생했다. 국회를 나온 뒤에는 그는 줄곧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해 뛰었다. 한국여성의정 창립에 참여한 것도 그간의 활동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 7년간 사무국을 총괄하던 그는 올해부터는 상임대표를 맡아 여성의정의 ‘도약기’를 마련하기 위해 뛸 예정이다. ‘여성 정치사의 분기점’에서 법인을 이끌게 된 신 상임대표는 “할 일이 많고 쉽지 않겠지만 전·현직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이제는 여성 역량 강화와 제도 개선에서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정은 태동기와 개척기를 거치고 이제는 도약하고 정착해야 할 때입니다. ‘50/50’, 남녀동수라는 여성의정의 비전을 실현하려면 여성의 역량을 키우고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목표를 다듬어야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상임대표는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4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인구 구성원을 기준으로 하는 국회 구성 원칙을 명시하는 헌법 개정 △남녀의 조화로운 삶을 위한 국회 내 남녀동수위원회와 남녀동수원 설치 △지역구 여성 30% 공천 의무화와 여성추천보조금제도 보완, 정당 내 여성 정치인 육성 등을 위한 관련 법 개정 등이다.

이 상임대표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대표는 앞 다퉈 지역구 여성 30% 공천을 약속했지만 실천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고, 여성의원을 중심으로 30% 공천 의무화를 위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논의조차 안됐다”며 “결국 집단에서 최소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임계치인 여성 30% 달성은 이번에도 이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신명 한국여성의정 사무총장은 "학교 교육에 젠더를 생활화하도록 연구 중이고 법안을 만들어 의무 교육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겠다"며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신명 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  ⓒ홍수형 기자

 

여성 의원은 1948년 제헌국회에선 단 1명도 없었다. 2대 국회에서 2명의 여성 의원이 나왔고 이후 여성 의원 수는 줄곧 한 자리에 머물렀다. 2000년 16대 국회에 들어 13%로 두 자릿수가 됐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후보의 50% 이상을 여성을 공천하도록 교호 순번제를 도입하자 여성 의원이 39명을 크게 늘었다. 여성 의원은 18대 41명(13.7%), 19대 47명(15.7%), 20대 51명(17%)으로 조금씩 늘고 있지만 더디기만 하다. 이 추세대로 선거 때마다 여성 의원이 2%포인트씩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남녀동수 국회가 되려면 66년이 걸린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21대 국회의원의 79%는 남성이며, 평균 연령은 54.9세다. 결국 21대 국회도 ‘50대 남성’이라는 국회의 평균 얼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변화가 더딘 국회와는 달리 여성 정치인을 향한 유권자의 인식은 달라지고 있다. 신 상임대표는 “한국여성의정이 지난 2월 총선을 앞두고 1000명 대상으로 여성정치인에 대한 국민의식여론조사를 한 결과, 후보자 선택은 ‘성별과 무관하다’는 응답이 42.1%, ‘여성 국회의원이 부족하다’는 응답자는 61.7%에 달했다”며 “달라진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춰 21대 국회에서는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의정은 오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CCMM에서 김상희 국회부의장 취임과 21대 여성 국회의원의 당선을 축하하는 ‘여성정치인 어울 모임’을 개최한다. 신 상임대표는 “헌정 73년 만에 여성 부의장이 선출되고 57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당선된 만큼 여성단체가 여성 정치인을 축하하고 연대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설명했다.

“국회 내 소수인 여성 의원들이 여성 의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성 의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여성 의원들이 여성을 대표해 여성이슈를 발굴하고 공론화할 수 있도록 우리 여성들이 힘을 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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