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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실업률 증가, 과소비 성향 등의 이유로 여성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신용불량 재기 프로그램도 다양해 두드리면 문을 열 수 있는 길이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여성 신용불량자 가계부채 가능성 커

카드가 곧 돈, 절대 빌려주지 말아야

신용불량자 320만 명 선을 넘은 요즘 여성 신용불량자가 지난해 80만여 명에 비해 122만여 명으로 34%나 늘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남성 신용불량자수가 200만597명으로 지난해 7월 말 150만8325명보다 24% 증가한 반면 여성 신용불량자수는 122만4571명으로 지난해 7월 말 80만1781명에 비해 34% 가량 급증했다. 여성들이 전체 신용불량자를 차지하는 비중 또한 1년 만에 34.71%에서 37.97%로 늘어났으며 이 중 20·30대 여성의 신용불량자가 각각 45.40%와 35.23%를 차지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 김승덕 홍보팀장은 “카드나 은행 대출 등 다양한 이유로 신용불량자가 늘고 있지만 여성만 특화시켜 비율을 산출하기는 어렵다”며 “일반적으로 남편 실직과 관련한 생활고가 50%를 넘는다”고 밝혔다.

생활고, 실업률 증가 여성신용불량자 늘여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이하 신구연) 석승억 상담소장은 “현재 신용불량자는 개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IMF 이후 급격히 늘어난 개별 가계부채의 문제”라며 “단순히 여성의 이름으로 카드 연체가 많다고 여성 신용불량자가 늘었다고 표현하기에 복합적인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생활고와 관련한 여성 신용불량자들은 당연히 여성 개인이라기보다 가정의 문제이며 심지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딸 이름으로 카드빚을 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20대 여성들의 경우 간혹 과소비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같은 나이 또래의 남성에 비해 취업여건이나 소득이 불리해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져 카드빚을 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석 소장은 “20대 여성은 심각한 여성청년 실업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고 강조한다.

카드사 채권담당자들에 의하면 여성신용불량자 형태는 특수채권(70%), 신용카드대금(38%), 카드론(23%), 금융질서 문란자(속칭 카드깡 0.4%) 등의 순이다. 이 중 2가지 이상 형태가 중복되는, 이른바 ‘문어발 다중채무자’도 많아지고 있다.

이중 생소한 특수채권이란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처럼 카드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고 1년 이상 이자만 갚아나가는 형태를 말하며 문어발식 다중채무의 전형으로 지적된다. 이런 경우 카드사가 정해놓은 기간 내 채무변제나 상환을 못한 채 신용불량자가 된다.

카드론으로 인한 신용불량자의 숫자도 만만치 않다. 현금서비스는 일회성으로 한 달 안에 갚지 못하면 카드론과 같은 분할 상환으로 넘어가 버린다.‘카드깡’으로 불리는 카드체납은 신용불량의 위기에 놓인 사람들이 멋모르고 유령카드가맹점이나 사채업자들을 찾아가 높은 금리에 카드를 맡기고 돈을 대출 받는 경우다. 그야말로 ‘늪’에 빠지는 지름길이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 김 팀장은 카드와 관련해 여성들이 반드시 주의할 점으로 “카드를 절대 타인에게 빌려주지 말라”고 강조한다. 아직도 카드를 남에게 빌려줄까 하고 생각하지만 실제 여성 신용불량자 가운데 상당수가 타인에게 카드를 빌려줌으로써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신용불량은 인간불량의 지름길(?)

예를 들어 백화점에 갔을 때 카드마다 할인율이 달라 친한 친구끼리 빌려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처음 한두 번은 갚더라도 매달 달라고 얘기하기도 치사스럽고 그러다 보면 연체할 수 있다. 나중에 연체 통지서가 나와 친구에게 연락하면 이미 잠적하거나 연락이 끊긴 친구도 많다고 한다. 김 팀장은 “카드도 돈”임을 또 한번 강조한다.

이같이 신용불량자(30만원 이상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경우)가 되면 가장 먼저 불이익을 받는 것은 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핸드폰, 전화 등의 사용에도 제한을 받으며 더 심각한 일은 일반 회사원의 경우 채권추심이 제일 먼저 들어오는 부분이 월급이기 때문에 회사를 다니기 어려워진다.

신용불량자들은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게 되는 현실이다. 이에 대해 신구연 석 소장은 “돈을 벌어서 빚을 갚아야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오히려 돈을 벌 수 없도록 만드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채무자는 인간으로서 대접받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생활고로 2000만원의 카드빚을 져 신용불량자가 된 김지은(가명·32세)씨는 “신용불량이란 단순히 돈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이 무능하고 자기 관리도 못하는 별종으로 취급된다”며 “신용불량자가 된 사연보다는 분수도 모르고 낭비하는 사람, 인간 사회의 기본 원리인 약속이행을 부정하는 군상,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 등의 편견이 더 견디기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어쨌든 이 모든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뭐니뭐니 해도 빚에서 탈출하는 길밖에 없다. 현재 신용불량자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신용불량 재기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3억원 이하 채무자를 위한 개인워크아웃제

신용회복지원위원회(www.pcrs.or.kr 문의 02-6362-2000)의 개인워크아웃제는 2군데 이상 금융기관에서 3억원 이하의 채무를 지고 있는 신용불량자들을 돕기 위한 제도다.

신청은 신용회복지원위에 승인신청서와 채무자신고서, 소득증명서류 등과 함께 심사비용 5만원을 납부하면 된다. 신청이 받아들여진 신용불량자의 90% 이상이 개인 워크아웃제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확률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채무액이 총 3억원 이상을 초과해서는 안되며, 세금 체납액이 금융기관 부채의 30% 이상이거나 어음, 수표 등을 부도낸 개인사업자, 금융기관과 대출금 관련 소송이 진행중인 채무자는 제외된다. 워크아웃 심의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채무자의 상환능력이다. 이 때문에 최저생계비(4인 가족 기준 102만원) 이상의 수입이 있어야 하며, 부모나 친척 도움도 채무자의 변제가능 소득으로 인정된다.

은행권 자체 프로그램을 보면 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당행에서만 가계대출, 카드빚을 지고 있는 신용불량자들에 한해 원리금의 30∼40%를 탕감해주는 신용갱생 프로그램을 실시중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11월부터 당행에만 2000만원 이내 채무를 가진 신용불량자에게 카드빚 등 특수채권에 한해 채무액의 3분의 1 범위 내, 최고 1억원까지 감면해주고 있다. 하나은행은 만기연체 2개월 이상으로 연체금액이 200만∼500만원인 고객을 대상으로 최고 2000만원까지 대환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 내 신용불량 재기 프로그램의 한계라고 한다면 채무자가 상환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신용불량자가 심각한 것은 실제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들인데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외에도 개인 채무자들의 모임이 인터넷에서 활발하다.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www.credit815.org)는 회원으로 가입하면 ‘정기모임’ 등에 초대받아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주별 상담시간도 정해져 있다. 그 외 친구사이(www.7942.or.kr), 유재일씨 신불 카페(cafe.daum.net/aooo) 등이 있다.

동김성혜·현주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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