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개 여성단체 공대위 결성
가해자 엄벌·민주당 대국민 사과·
부산시 양성평등담당관 도입 촉구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9층 기자회견장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 4월 23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9층 기자회견장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은 A씨가 9일 입장문을 내고 “범죄자는 마땅한 처벌을 받고, 나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다”며 오 전 시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A씨는 지속되는 ‘음모론’에 대해 “오 전 시장이 총선 일주일 전 내게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내가 제일 궁금하다”며 일축했다.

A씨의 입장문은 9일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열린 ‘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공개됐다. 이날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부산여성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등 전국의 290여개 여성인권단체는 공대위를 결정하고 오 전 시장에 대한 엄벌과 성폭력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이날 피해자 A씨는 입장문을 통해 “저를 보호하겠다는 정치권과 시청의 언론브리핑은 넘치는데, 도움은커녕 병원비 지원 등과 같은 최소한의 부탁도 모두 확답받지 못했다”며 “공방의 여지 없이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가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했으나 상황이 너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어 자신을 향한 2차가해에 대해서는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 사지를 찢어 불태워 죽이겠다는 분을 비롯해 이번 사건을 음란물 소재로 이용한 분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면서 “지난 2달 여간 지켜본 블랙코미디 같은 일들이 이 사회에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고, 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대위도 “계속 피해자를 의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의지와 바람을 무시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 2차가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가해자 엄중 처벌 △성폭력 사건의 정치적 이용 중단 △정당별 사과 △각 정당 소속 정치인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 위한 대책 제시 △성평등 구조 마련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다음은 A씨 입장문 전문.

저는 이번 사건이 기존의 미투 운동과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방의 여지 없이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가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너무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저를 보호하겠다는 정치권과 시청의 언론브리핑은 넘치는데, 도움은커녕 병원비 지원 등과 같은 최소한의 부탁도 모두 확답받지 못한 채 혼자 멍하게 누워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도 참 이상합니다. 한쪽에서는 고맙다며 잔 다르크로 추앙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왜 선거 전에 밝히지 않았냐며 저를 욕합니다. 그런 글들을 읽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다가도, 한편으로는 선거 후에 밝혀진 것이 정말 다행이다 싶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욕을 듣는데, 선거 전이었다면 어땠을지 끔찍합니다.

제 사지를 찢어 불태워 죽이겠다는 분을 비롯해 이번 사건을 음란물 소재로 이용한 분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사퇴 시기와 연관 지어 제게 무슨 음모가 있었다고 의심하시는 듯한데, 오 전 시장이 총선 일주일 전 저에게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제가 제일 궁금합니다.

이번 사건은 '아쉽다', '고맙다' 등의 평을 들을 일이 아닙니다. 오거돈 전 시장의 강제추행입니다.

범죄자는 마땅한 처벌을 받고, 저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습니다. 더 바라도 된다면, 지난 2달 여간 지켜본 블랙코미디 같은 일들이 이 사회에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고, 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잘못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안은 짐이 너무나 큽니다. 많이 무섭고 또 부담스럽지만, 함께 해주시는 분들을 믿고 하나하나 헤쳐 가려 합니다. 대다수가 분노하는 그 지점에 사회 최후의 보루인 법원에서도 의견을 같이해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저는 정말 인복도 많고 운도 좋은 사람이라는 용기를 얻습니다. 열심히 치료받고, 보란 듯이 더 씩씩하게 살겠습니다. 부족한 어휘력으로는 미처 다 표현 못 할 만큼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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