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에서 아기를 보는 산모(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 ⓒ여성신문
산후조리원에서 아기를 보는 산모(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 ⓒ여성신문

 

국내에서의 신원이 명확하지 않은 외국인과 낳은 혼외자의 출생신고도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아동은 태어남과 동시에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A씨가 낸 친생자 출생신고 확인 소송 재항고 사건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2013년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한 A씨는 중국 국적의 B씨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았다. B씨는 일본 정부에서 받은 여행증을 이용해 단기방문 비자로 국내에 머물며 외국인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려 했지만 B씨의 신분 탓에 혼인관계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발급받지 못해 거절됐다.

이에 A씨는 '어머니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혼외자의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는 가족관계등록법 57조 2항에 따라 가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원심은 "B씨의 여행증 및 단기방문 비자에 성명, 출생연월일 등이 기재돼 있다"라며 "이 사건의 출생신고는 인적사항을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규정된 혼인관계 증명서를 갖추지 못해 수리가 거부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대법원은 절차의 문제로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절차가 복잡해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면서 "이런 권리는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권리로 법률로써 제한하거나 침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최근 도입된 사랑이법을 인용하며 "(사랑이법은) 어머니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의 생명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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