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 결과 발표, 국내 영향 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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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여성 100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폐경기 여성들의 호르몬대처요법이 유방암 발병률은 물론 사망률까지 높이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유방암 환자에게 유방암 X선 사진을 설명하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 <사진·민원기 기자>▶

여성호르몬 유방암 사망률 높인다

폐경기 여성에 대한 호르몬대체요법(HRT)이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일선 산부인과에서는 상담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호르몬대체요법의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폐경기 여성에 대한 호르몬대체요법(HRT)이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여성 108만4110명이 참여한 대규모 연구에서 에스트로겐과 프로제스틴 복합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률이 정상인에 비해 100%, 즉 2배나 증가했으며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22% 증가했다. <하단 기사 참조>

이 연구는 결론적으로 폐경기 여성에 대한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 발병과 사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모든 호르몬 제제가 유방암 발병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호르몬대체요법이 유방암과 심장병 발병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미국 국립보건원(WHI)이 관련 연구를 중단한 사건에 이어 또다시 폐경기 여성에 대한 호르몬대체요법 치료에 파문이 예상된다.

더 심각해진 호르몬 공포

호르몬대체요법은 폐경기 여성들에게서 호르몬 감소로 나타나는 골다공증 등 증상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에스트로겐 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제스틴 복합호르몬 등을 사용하는 치료법으로 우리나라에도 일반화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은 전체 폐경기 여성의 24%(2001년 기준)로 약 10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WHI 연구 중단 등 유방암 발병이 문제되면서 국내 호르몬 치료 여성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것이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이야기다.

대한폐경학회는 지난해 WHI 연구에 대해 “미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한국 여성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연구에서 지적한 유방암과 심혈관 질환이 우리나라 여성에게서는 발병률이 낮다는 것. 또 WHI 연구에서 사용한 에스트로겐과 프로제스틴 처방은 수십 가지 제제 가운데 한 가지일 뿐이어서 다른 프로제스틴 제제를 사용하면 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영국 연구의 경우 워낙 대규모인데다 한 가지 호르몬 제제에 국한된 실험이 아니어서 모든 호르몬이 유방암에 위험하다는 결과를 나타냈다. 더욱이 박형무 중앙의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 WHI 연구에서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던 에스트로겐의 유방암 발병률이 30% 증가를 나타냈고 국내에서 에스트로겐보다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리비알’이 에스트로겐보다 더 위험하게 나타났다. 의학계도 아직은 의견 발표에 조심스럽다.

박 교수는 “여성 100만 명을 관찰한 대규모 연구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은 서구 여성의 1/5 수준으로 절대적 위험도는 낮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이 연구에서 짧은 기간 유방암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호르몬이 유방암을 발생시켰다기보다 이미 존재하고 있던 유방암의 성장을 촉진해, 조기에 발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에 정보 제공 안돼

호르몬대체요법의 부작용이 심각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폐경기 여성들은 산부인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한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선 산부인과에서는 상담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호르몬대체요법의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는 병원 홈페이지에서 치매, 척추 골절 등 폐경 증상이 “폐경기 이후 여성의 삶을 비참하게 만든다”고 강조하며 치료할 수 있는 폐경 증상을 나열해 호르몬대체요법이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반면 유방암은 조기 검진이 가능하고 다른 부작용의 위험은 낮은 것으로 안심시키고 있다.

더욱이 치매 발병률을 높인다는 미국 연구 보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호르몬대체요법이 최근에는 노인성 치매의 빈도를 반 이상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다”며 국내 연구만 일방적으로 소개해 여성들에게 한 쪽의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

한의사 이유명호씨는 “서양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외국 호르몬제를 무분별하게 수입해 우리나라 여성에게 그대로 사용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유방암이 16.1%로 여성 악성종양 1위가 됐다”며 “남성 호르몬제는 전립선암 등을 이유로 개발하지 않으면서 여성의 몸만 공격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여성들은 “출산율이 떨어지고 제왕절개를 회피하고 응급피임약으로 낙태도 주니까 호르몬대체요법으로 산부인과의 활로를 찾는 게 아니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차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안명옥 박사는 이에 대해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콜레스테롤 때문에 고기를 먹지 않고 채식주의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필요한 아미노산 섭취를 위해 계속 고기를 섭취하는 사람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주장.

안 박사는 “폐경기 여성의 1/6이 증상에 대한 어떤 조치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해 호르몬대체요법을 원치 않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꼭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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