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성평등·성교육 통합 교육,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여성논단] 성평등·성교육 통합 교육,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0.06.08 18:18
  • 수정 2020-06-09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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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성교육 수업을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성교육 수업을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정책에는 어떤 상이 존재하고, 정책은 그 상을 토대로 기획되고 집행된다. ‘N번방 사건’ 이전의 디지털 성범죄란 변형카메라를 매개로 한 불법 촬영물로 성인 사이트나 웹하드 등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개 유포하는 행위였다. 디지털 성범죄 대책도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루어졌다. 공중화장실에 대한 이른바 ‘몰카’ 점검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는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 N번방이다. 피해자 몰래 촬영된 촬영물이 아니라, 피해자가 강요와 협박 등에 의해 그들이 시키는대로 스스로가 직접 촬영하여 제공한 성 착취물이 다수에 의해 체계적·조직적으로을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에서‘돈’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그 성 착취물의 잔혹함에 우리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우리를 또 한 번 놀라게 한 것은 이런 디지털 성범죄의 성 착취 가해자와 운영자의 연령이다. 지난 4월 16일 기준 텔레그램 등 SNS 이용 디지털 성범죄 단속으로 검거된 인원 309명 중 10대가 94명(30.4%), 20대 130명(42%)으로 1020이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피해자 중에도 미성년자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연령이 1020 세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이들이 디지털 문해력이 높은 세대이고 그들이 우리 사회의 성별화된 성문화와 성인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성범죄 방지를 위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못지 않게 학교 교육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정부는 지난 4월 23일 관계부처 합동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처벌의 실효성 강화, 아동·청소년에 대한 확실한 보호, 수요 차단 및 인식 개선, 피해자 지원 내실화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그 중 ‘수요 차단 및 인식개선’ 대책 중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올바른 성 가치관과 태도를 함양하는 ‘포괄적 학교 성교육’ 실시가 포함되어 있다. 교육부의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후속조치’에도 디지털 성범죄의 사전 예방을 위해 ‘학생 발달 단계에 맞는 올바른 성 가치관과 태도 습득을 위해 포괄적·체계적 학교 성교육을 실시’와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한 교육 프로그램·자료를 개발하여 학교 현장에 보급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학생들이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가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디지털 성범죄 대책에 ‘올바른 성 가치관과 태도 습득을 위해 포괄적․체계적 학교 성교육 실시’가 포함된 것은 그동안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대한 비판을 생각할 때 진일보한 대책으로 보인다.

2015년에 교육부가 발표한 ‘국가 수준의 성교육 표준안’에 대해서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교 현장에서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다양하게 주장되어 왔다.

“생식 위주의 이성애 관계를 모델로 하여 성차별 및 성별고정관념 강화, 성폭력 예방교육의 후퇴, 10대 성문화 현실을 무시한 금욕주의의 강조, 십대 자기결정권 침해, 다양한 가족과 성소수자 배제” 등의 문제가 지적되어왔다.

2018년 스쿨미투 이후 교육부에 설치된 ‘교육분야 성희롱, 성폭력 근절 자문위원회’도 “포괄적 성교육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마련·제공”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유네스코 등에서 말하는 ‘포괄적 성교육’이란 ‘성교육이 젠더 간의 생물학적 특징이나 생식과 생식기 중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애 전반에서 성과 관련된 모든 경험을 포괄할 수 있는 교육’이다.

2018년 유네스코 성교육 가이드는 포괄적 성교육을 8개 영역으로 구분한다. ①관계성 ②가치, 권리, 문화, 섹슈얼리티 ③젠더 이해 ④폭력과 안전 보호 ⑤건강과 행복을 위한 스킬 ⑥인간의 몸과 발달 ⑦섹슈얼리티와 성행동 ⑧성과 생식 건강 등이다. 각각에 대해 5~8세, 9~12세, 12~15세, 15세, 15~18세 이상의 연령 4구분별로 학습요령이 제시되어 있다.

이처럼 유네스코의 포괄적 성교육은 관계성에 기반하여 섹슈얼리티를 가치와 평등으로 접근하고, 젠더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젠더 기반 폭력, 젠더 불평등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성평등과 성교육을 통합적으로 접근시킬 수 있는 교육방식이다. 이런 내용으로 성교육을 변화시키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포괄적 성교육을 정규 교과화’ 해야 한다. 현재 교육부 지침을 통해 초·중·고교에서 학년당 연간 15시간 이상 성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입시 중심의 교육으로 인해 성교육 시간에 자율학습을 하거나 체육 등 과목 시간 중 일부를 내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성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교육을 정규 교과과목에 포함시켜 정규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디지털은 계속 진화하고 있고, 그 세계는 더 이상 가상의 세계가 아니다. 1020 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없는 시공간에서 살고 있는 세대이다. 이들은 익명성에 숨어서 일상보다 폭력성이 강화된 여성 혐오 등의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세대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디지털 세계가 만든 괴물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이 변화된 현실에 기반 해 성평등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성평등에 기반 한 관계성과 성적 권리의 평등성 등을 목표로 하는 ‘포괄적 성교육’의 실시는 그 시작임과 함께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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