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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암 전경▶

본지 인터넷 신문을 통해 선정된 ‘여자끼리 남도여행’ 가족팀(심수영씨 외 2인), 친구팀(송주희씨 외 3인)이 즐거운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가족팀은 전라남도 돌산대교·항일암·무슬목 유원지·오동도를, 친구팀은 전라북도 부안·격포해수욕장·채석강·모항해수욕장·내소사를 돌았다고 합니다. 이번 여행에 선정된 팀에게는 본사에서 각각 30만원의 휴가비를 지원했습니다. 다녀온 분들의 한결같은 얘기는 서로의 자매애를 확인하는 동시에 알뜰한 여행이었다고 합니다. ‘여자끼리 남도여행’은 남도여행전문업체인 솔항공여행사(대표 김형미), 보군여행사(대표 최영님)에서 협찬해주셨습니다. <편집자 주>

여행 묘미 느낀 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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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여수를 찾은 가족팀.(왼쪽부터 손녀 최수아, 시어머니 김윤숙, 며느리 심수영)

시아버지, 시어머니, 아주버니, 신랑, 나, 그리고 딸. 이렇게 우리는 여섯 식구가 함께 산다. 남자 셋, 여자 셋 토닥토닥 다툼도 많지만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가 더욱 고소한 우리 가족에게 큰 사건이 일어났다. 여자 셋이 과감히 남도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걱정 반 부러움 반으로 남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떠난 전라남도 여행.

먼저 함께 떠나는 세 여자를 소개하겠다.

52세 멋쟁이 젊은 할머니 김윤숙 씨. 그는 다름 아닌 우리 시어머니이시다. 귀여운 손녀가 간장도 맛있게 한다고 극찬하는 요리의 달인이자 누구나 인정하는 전문 주부다. 그는 며느리가 구경시킨답시고 무박이일 여행 가자고 졸라도 흔쾌히 함께 가주시며 힘들다는 말씀 한마디 없이 웃어주시는 진정한 멋쟁이다.

말많은 귀염둥이 최수아(6) 어린이. 작년에 유치원 부적응으로 1개월 만에 중퇴해 집안 식구들을 걱정시켰으나 다행히 올해는 유아체능단 생활을 즐기고 있다. 특기는 발레와 수영. 요즘 고민은 한글 배우기와 남자친구 하람이와 친해지기다.

타고난 언어감각으로 가족을 행복하게 할 줄 아는 이 어린이는 여행광인 엄마 덕분에 가까운 수원과 인천에서부터 안성, 오산, 대구, 포항, 울산, 부산에서 보성,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을 누비는 재미로 살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항상 즐거운 여자 심수영(25) 바로 나다. 이 나이에 여섯 살짜리 꼬마의 엄마로서 힘들지만 기꺼이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작년까지 국문학과 행정학(전과함)을 배우며 대학을 다녔고 올해는 취업준비 중이다. 한비야씨가 인생의 거울이지만 신분상 기혼자의 슬픔을 느끼며 가끔 가는 여행으로 마음을 달래며 살고 있다. 대학 4년 동안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로 많지만 살림한다고(하하) 모아둔 돈이 없어 새로 여행자금을 모으는 아르바이트 중이다. 작년 제주도 하이킹을 한 뒤 올해는 전국 일주 하이킹을 계획하는 야무진 꿈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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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도와 신항

여행의 묘미는 느긋하게 새로운 것을 보며 느끼는 행복감이라는 생각에 여수까지 기차로 갔다. 여수역에 내리자마자 마음이 급해 차를 잡아타고 오동도로 향했다.

오동도는 듣던 대로 여수의 얼굴이다. 규모는 작은 섬이지만 무성한 동백나무와 잘 가꾸어진 맨발공원, 오솔길이 예뻐 작은 보석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일품인 것은 바람! 전망대에 서서 맞는 바람이 너무 좋아 한시간여를 앉아 있었다.

다음 날 일찍 항일암을 들렀다 만성리 해수욕장에 갔다. 밤에는 해수욕장에서 불꽃놀이를 하나 사 가족 불꽃쇼를 벌이고 시원한 맥주 한 병을 사서 어머니와 나눠 먹었다. 술사러 간 가겟집 아주머니가 “친정어머니와 여행 와서 좋겠수”한다. 시어머니라고 답하고 나왔지만 왜 다들 으레 함께 여행 왔으니 친정어머니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어머니나 시어머니나 두분 다 그냥 ‘어머니’라고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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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대교 야경▶

마지막날은 오동도에서 돌산대교까지 한시간 코스로 도는 유람선을 탔다. 여의도 한강 유람선만 타던 촌놈이라서 그런지 이 풍경이 너무 멋져 절로 입이 쩍 벌어졌다.

누가 아줌마 아니랄까봐 여기 멀리 여수에까지 와서 기차를 타기 전 시장에 들렀다. 엊그제부터 멸치 사서 가야한다고 노래를 하던 어머니는 7000원짜리 멸치 세 박스를 사시고 소원 풀었다고 흐뭇해 하신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질이 너무 좋아 멸치가 바다로 뛰어들려고 한다.

일년이면 11번의 제사상 차리기를 30여 년 가까이 한 어머니는 한번 오기 힘들다고, 질이 너무 좋다고 조기며 문어 등 제수음식까지 사시고, 난 3일 동안 예정에도 없는 홀아비 생활을 한 신랑 생각에 회 한 접시를 선물로 샀다.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표를 사면서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바이바이 여수∼ 다음에 많이 먹는 우리 집 남자들 이끌고 한정식 먹으러 또 오마.

여수 = 김윤숙·심수영·최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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