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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강▶

본지 인터넷 신문을 통해 선정된 ‘여자끼리 남도여행’ 가족팀(심수영씨 외 2인), 친구팀(송주희씨 외 3인)이 즐거운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가족팀은 전라남도 돌산대교·항일암·무슬목 유원지·오동도를, 친구팀은 전라북도 부안·격포해수욕장·채석강·모항해수욕장·내소사를 돌았다고 합니다. 이번 여행에 선정된 팀에게는 본사에서 각각 30만원의 휴가비를 지원했습니다. 다녀온 분들의 한결같은 얘기는 서로의 자매애를 확인하는 동시에 알뜰한 여행이었다고 합니다. ‘여자끼리 남도여행’은 남도여행전문업체인 솔항공여행사(대표 김형미), 보군여행사(대표 최영님)에서 협찬해주셨습니다. <편집자 주>

‘2427’ 처녀들의 수다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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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부안을 찾은 친구팀. (왼쪽부터 송주희, 이영희, 이성희, 이수진)

2003년 여름. 스물 넷·스물 다섯·스물 여섯·스물 일곱의 고개를 넘는 여자 넷이 있다. 일년이라는 한 고개씩의 차이가 있지만 뒤돌아서 ‘힘드니?’하고 물을 수 있고, ‘같이 가!’하면 잠시 기다려 줄 수 있는 그런 사이들이다. 처음부터 그럴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같은 동아리 선배야, 후배야” 정도로 이름짓고 그 자리에 머무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지냈다. 그러다 항상 술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남자선배들, 동기들과 나누지 못하는 고민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 자리가 내자리가 맞나 싶은 불편한 얘기들에 지쳤다. 우리는 질펀한 술자리도 없고, 군대문제로 크게 위로해 줄 얘기들도 없지만 그저 언니라는 이름으로 가끔 한자리에 모여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서로가 왠지 설명이 되지 않는 편안함에 즐거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스물 넷 수진이는 이제 졸업식이 코앞인데 어깨가 축 처져있다. 불황도 불황이지만 ‘여자는 원래 별로 안뽑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고 더 기운이 빠졌다. 스물 다섯 주희는 졸업한 지 일년 째 백수 신세다. 누구나 졸업하면 갖게 되는 게 자기 길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얼마나 힘든 지 절감하고 있다고 한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내지만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고. 스물 여섯 나 성희는 사회 초년생이다. 시민단체 활동가로 활동한 지 몇 달째. 잘해보려고 하지만 아직 버거운 일들이 많아 담배를 뻑뻑 피우며 심심찮게 상사욕을 한다. 스물 일곱 영희 언니는 공인노무사다. 시험에 통과하고 인턴기간을 이제 막 끝낸 정식 노무사로 한 달 정도 일했다.

두루뭉실했던 꿈이 걷히며 눈 앞에 다가선 현실 속에서 우리는 ‘작전 타임’이라 명명하는 휴가를 떠났다. 각자 사회 생활에, 진로 모색에, 취업 준비에 고민하며 지쳐가고 있을 때, 잠시 멈춰서 어깨 툭툭 두드리며 “힘내”하고 한마디 건넬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들 서로에게 그리고 가장 소중한 자신에게도. 서해 바다의 해안선을 쭉 따라 펼쳐진 변산, 우리는 남도의 넓은 마음을 배우러 가는 것이다.

8월 2일 토요일 오래간만에 배낭 메고 떠나는 여행이 시작됐다. 핵 폐기장 문제로 어수선한 부안에 도착하니 각종 깃발과 스티커들, 집회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었다. 털털거리는 완행버스를 타고 격포해수욕장으로 떠났다. 별로 길지 않은 서해바다 귀퉁이 조그만 해수욕장으로, 아름다운 저녁 노을로 유명하다는데 심술궂은 구름 덕분에 목숨걸고 보고싶었던 채석강의 노을풍경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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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항해수욕장

다음날 아침 바로 모항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모항은 아담하고 아름답고 붐비지 않아 깨끗했다. 발 벗고, 바지 올리고 모항 갯벌에 발을 담갔다. 한 발이 미끄러지듯 빠지면 다른 편 갯벌 구멍에서 바닷물이 퐁퐁 올라온다. ‘오~이게 진흙팩이군.’ 뜨거운 햇살도 피할 겸 양 팔에 덕지덕지 펴 바르며 자연의 혜택을 처음 받은 도시 촌놈들 마냥 연신 신기함을 외쳤다. 한참을 놀고 바로 둘째날 숙소인 내소사 내변 산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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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내소사는 채석강이 있는 지역이라 산도 돌산이다. 등산로가 흙이 거의 없어 등산이 아닌 암벽 등반을 하는 기분이다. 돌들이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게잘게 무늬를 드러낸 것이 어제의 채석강을 떠올리게 했다.

산에 오를 때면 항상 숨이 턱에 차고 머리가 핑 돈다. 왜 이 산을 올라가야 하나? 무심하게 가파른 경사를 보면서 이쯤에서 그냥 내려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막상 정상에 올라 시원한 산바람에 발 밑의 탁 트인 전망 앞에서는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올 것임을 안다. 그러니 계속 목표를 향해 가는 거다. 산이 아닌 우리의 현실에서도.

날이 저물어 시골길을 걸어 민박집으로 돌아온 우리 넷은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생각만큼 많은 얘기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함께 했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 든든하고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기운을 듬뿍 받아 에너지를 충분히 충전할 수 있었다.

부안 = 송주희·이성희·이영희·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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