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없는 스웨덴 국회의원
개인 보좌관·전용차 없어
빡빡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의원 20%는 중도 사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제21대 국회개원' 현수막이 걸려 있다. ⓒ홍수형 기자
21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여야는 한목소리로 '국민을 위한 국회',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대정부 질의 7101회, 정책토론 3575개, 국회법안통과수 3548, 정부정책설명회 63회, 총리정책질의 및 답변 52회, 열린토론 386회. 스웨덴 국회의 2020년 5월말까지의 국회활동 결산 내역이다. 

올해는 코로나라는 비상사태가 발생해  정책질의와 특별예산 관련 심의와 민생과 안전과 연관된 대정부 질문, 그리고 기업지원을 위한 정부의 정책과 관련된 정책질의와 정책설명회가 유난히 많았다. 

국회 본회의 토론회는 국영방송을 통해 생중계되기 때문에 언제든지 TV만 켜면 민생문제 등 관심현안을 한눈에 간파할 수 있다. 스웨덴 국회는 여름 휴가기간 동안을 제외하고 상시개원되어 있다. 국회를 개원하기 위해 여야가 밀고 당기는 협상을 할 필요가 없이 1년 회기 계획표가 이미 전 해에 결정되어 있다.

스웨덴의 15개 국회상임위원회도 어느 때보다도 더욱 분주하게 움직였다. 17명씩 소속되어 있는 상임위원회는 예외 없이 매주 소집된다. 5월 말까지 상임위 활동을 정리해 보기 위해 국회 웹정보를 수집해 보니 다음과 같은 소집회수를 얻을 수 있었다. 헌법제도위 349회, 법무위 326회, 환경농림위 246회, 내무위 243회, 조세위 255회, 사회복지위 244회, 산업위 220회, 노동시장위 156회 등을 포함한 15개 국회상임위원회의 총 소집회수는 3249회에 달했다(Riksdagen.se).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발표한 정책의 검토와 감시의 역할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에 대한 신속한 대처를 위해 정부가 더 효율적 정책결정과 집행을 위해 국회 토론 전 정부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요구하자 국회 차원에서 심도깊은 토론으로 이어졌다. 대의정치의 민주성과 효율성에 대한 논의에서 효율성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국회의 역할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코로나 위기대처 프로그램을 실행하도록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민생과 국민의 안전, 실업대책, 기업살리기에 집중된 정부 정책을 감시하기 위해 관련 상임위원회도 여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였다. 국회가 빈틈없는 정부 견제를 보여주는 ”Politics as usual”이 딱 들어 맞는 표현이다.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과 국회와 마찬가지로 여름휴가 기간만 빼고 연중무휴로 활동한다.

상임위원회는 정책전문가 및 현장전문가를 초청하는 상임위 정책설명회를 일반인들과 기자 들을 대상으로 제공한다. 상임위는 상시 위원회이기 때문에 상임위원회별로 개별 일정을 운영할 수 있다. 웹TV로 생중계되기 때문에 정치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언제든지 정책의 생성과 운영, 그리고 문제점들을 점검해 볼 수 있다.  요즘은 감염위험성 때문에 온라인 중계가 일상화 되어 있어 정치의 모습도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인은 국회 일정만 있는게 아니다. 소속정당의 정책토론회와 원내총회 등에 참가해야 하고, 법안 제출을 위해 법안 준비도 해야 한다. 개인정책보좌관 한 명 없이 혼자서 정책을 공부하고 법안을 개정하거나 신설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등의 힘든 일은 모두 국회의원의 몫이다. 통상 오전 9시에 시작하는 상임위 회의를 위해 자택에서 국회까지의 거리가 50킬로 이상 떨어져 있는 국회의원을 위해  작은 숙소가 제공된다. 숙소의 크기는 고작 15평방미터로 침대 하나와 작은 펜트리부엌이 딸려 있을 뿐이다.

주말동안 가족과 보내기 위해 집에 가려면 일반국민들과 똑같이 기차를 이용해야 한다. 비행기는 정책관련 업무 등의 특별한 이유를 제외하고는 사용할 수가 없도록 의원지원법 규정에 언급되어 있다. 설사 몰래 사용한다고 해도 기자들이 이를 정기적으로 영수증을 추적해 만천하에 알리기 때문에 아예 시도를 하지 못한다. 그래도 가끔씩 만용을 부리는 정치인이 여행 및 이동준칙을 어겨서 발각되면 전국적으로 큰 망신을 당한다. 특권이라는 것을 찾아보아도 찾을 수 없는 것이 스웨덴 정치인들이다.

윤리에 대한 요구는 더 높고 준엄하다. 스웨덴 국회의원의 윤리강령에는 제 1조에 이렇게 쓰여져 있다. ”국민의 제1대표로서 국회의원으로서의 임무는 선거결과로 보여준 국민의 요구에 신뢰로 상응해야 한다”. 제 2조는 국회의원이 지켜야 할 윤리와 중심가치를 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내부거래금지, 재산등록 및 신고, 뇌물수수금지, 선물수수금지 등의 명확한 개념의 정의를 담고 있는 윤리강령은 공권력으로 법에 근거한다는 헌법 제1조 1항에 기초를 두고 있다. 결국 스웨덴 국회의원은 헌법을 준수하는 국가기관이자 정부를 통제하고 균형을 맞추는 최고권력기관이기 때문에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결국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스웨덴에서는 이게 정치의 근본이다. 우리는 종종 ”이게 나라냐?”라는 조소적 비판을 하곤 한다. 정치가 조용히 제자리를 찾아가면 사회는 안정을 찾는다. 이게 바로 정상적 나라다.

국회는 정치적 특권을 누리는 곳이 아니다. 정책일정으로 빼곡하게 시간이 짜여있어 개인생활과 가족생활이 제약을 받는 정치활동으로 하루 일과를 마치면 에너지가 소진될 정도로 몸이 과부하를 받는 곳이어야 한다. 스웨덴에서 4년마다 국회의원의 20퍼센트 정도는 정치의 빡빡한 일정과 살인적 업무량으로 과로와 스트레스로 정치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이유다.

20대 국회가 개원했다. 벌써부터 예전의 국회를 답습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가 바뀌기 위해 정치인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국민의 지상명령이다. 힘든 코로나 시대까지도 정치인이 안 바뀌면 국민이 더 큰 매를 들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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