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가스 발생하는 청소용 혼합용액 사용
경찰 "부검 진행해 사망 원인 조사
… 코로나19 의심 증상 없어"

 

 경기도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뉴시스

 

천안 쿠팡 물류센터 직원 식당에서 30대 여성 조리사가 근무 시간에 청소하던 중 쓰러져 숨지면서 하청 업체 소속 여성 조리사의 노동 환경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코로나19 등 재난이 닥치면 세제와 소독약품을 과하게 쓰는데 주방 환기를 제대로 했는지, 청소 마스크나 장갑 등 보호 장구는 착용했는지, 약품 사용 후 사측이 후속 조치를 취했는지, 조리사가 사용하는 청소 약품 등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소방 당국과 보건 당국에 따르면 전날 천안시 동남구 쿠팡 천안 물류센터 조리실에서 외주업체 소속 30대 여성이 쓰려져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현장에 도착 당시 심장이 멈춘 상태였으며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가족 요청으로 부검을 진행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다만 숨진 여성이 코로나 의심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해당 외주업체는 유가족 주장에 사실 관계를 파악 중으로 이 조리사가 가슴 통증을 동료들에게 말해왔다며 지병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유가족 측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업체 측이 물과 섞어 쓰던 약품의 농도를 더 높일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약품이 세기가 점점 세져 고인이 잠을 못 잘 정도로 기침을 해 숨을 못 쉴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는 것이다.

락스 성분 약품을 과하게 섞어 사용했거나 밀폐된 장소에서 염소 증기를 맡으면 폐가 망가져 죽을 수도 있다는 글이 속속 인터넷상에서 포착되고 있다. 구내식당에서 일했던 한 네티즌은 “청소하는 분들 진짜 위험한데 락스 성분이 폐암 유발에 정말 독하다. 적정 농도로 사용하고 보호장비와 환기 등 작업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적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다른 네티즌은 “쿠팡이 아닌 구청 구내식당에서 맹독성 약품을 사용해 알바 3일 만에 그만둔 적 있다”며 “알바 나갔던 그 구내식당만 아닌 대부분 구내식당이 맹독성 약품으로 청소한다”고 했다. 실제로 유튜브에 조리사를 검색하면 현직 조리사들이 올린 장시간 노동과 일하는 작업 환경이나 처우 등 여러 글을 볼 수 있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학교와 민간 영역 작업 환경이 많이 다를 수 있다”며 “다만 학교에서 조리사 근무 환경은 급식법에 의해 학생들 대상으로 운영된다 해도 사실상 조리 환경이 어렵다. 민간 영역이 효율성 추구로 더 열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조리사들은 수산화나트륨 등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천안 물류센터 건과 관련해 고인은 해당 쿠팡 물류센터와 계약된 급식 업체 직원으로 경찰이 현재 조사 중인 사항으로 상세한 내용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부천시가 관리 중인 부천 쿠팡 물류센터발 코로나19 확진자는 3일 오후 2시 기준 32명이 추가로 늘어났다. 이중 물류센터에서 감염된 확진자가 74명, 부천 전체 누적 확진자가 126명에 달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부천 물류센터 약 4000명 직원을 코로나19와 관련해 전수검사 중이다.

의료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택배 상자나 포장재로 쓰이는 골판지 표면에 약 24시간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쿠팡 물류센터 집단 감염 이후 국내 택배 상자를 매개로 한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은 상태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2일 쿠팡이 부천 물류센터의 코로나19 연쇄감염 초기에 고객 대응을 소홀히 했다며 김범석 쿠팡 대표 등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최근 부천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대거 나온 뒤 직원들에게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진단검사를 받게 하고 택배를 받는 과정에서 전염될 우려가 있는 소비자에게 검사와 자가격리 안내를 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쿠팡에 대책이나 공식사과 등 계획이 있냐는 공문을 보냈다. 쿠팡이 ‘이런 행위를 하려면 중대본 또는 부천시에서 별도 지시를 내려야 가능하고 임의대로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고 국민 안전을 중대본이나 부천시의 핑계를 대는 것은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고양 물류센터는 현재까지 확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며 “감염병 대책과 관련해 보건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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