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좋아 일에 파묻히니 33년도 잠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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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힘’을 느끼게 하는 여성공무원들의 자치모임이 있다. 강원도 교육행정 여성공무원협의회. 1993년 ‘친목과 융화’를 목적으로 창립한 이후 10주년을 맞고 있는 자치모임이다.

강원도 전역의 17개 지부에 300명 이상의 회원이 매달 3000원씩 납부하는 회비로 살림을 꾸리고 있는 조직이다. 현재 회장은 5대째 서금용(52) 북원여고 행정실장.

“10년이 된 만큼 친목의 차원을 넘어서서 전문적인 능력을 키우고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자치모임으로 키워가고 싶습니다.”

지난달 31일 평창청소년수련원에서의 연수를 계기로 10주년의 도약을 구상하는 서금용 회장은 의욕과 열정이 넘치는 젊은 모습이었다. 이날 수련회는 강원도 교육청 강정길 기획관리국장의 특강, 회원들의 현장 연구 발표 등으로 1박2일 일정을 꽉 채웠다. 또 연구과제를 설정해 공동연구를 하는 등 보다 전문적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서금용 회장의 인생에는 외롭지만 꿋꿋했던 여성공무원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고향 횡성에서 9급 교육행정직 시험에 합격해 입직한 게 1970년. “일이 너무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는 그는 33년이 지난 지금, 연륜과 열정을 체화한 대선배로 역할을 하고 있다.

홍일점이었지만 고달픔보다는 보람이 컸다는 긍정적인 서 회장. 그 나이 때 여느 여성공무원이 그렇듯이 그의 경력에도 ‘여성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88년 18년 만에 6급 승진을 했을 때 “강원도 최초의 여성 6급 공무원”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실상 그의 승진은 동료들보다 8년 이상 늦어져서 ‘가슴에 한이 맺힌’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또 94년 도교육청에 근무하게 되었을 때도 강원도 도청 최초로 6급 여성이 진입한 ‘사건’으로 화제를 모았다. 도교육청에서 서회장은 여성이라면 으레 보조적인 부서에 배치되는 관례를 깨고 행정관리계 차석으로 배치되었다.

이는 의식이 깨인 총무과장이 ‘여자를 안 받겠다’는 주변의 반대를 감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일 역시 도교육청 개청 이래 여자가 주무계에 배치된 최초의 사건이었다.

지금은 5급 사무관인 서금용 회장의 33년 여성공직자의 커리어. 늘 일하는 기쁨 속에 달려 온 시간, 자부심으로 가득한 경력이었지만 후회가 되는 구석도 좀 있단다. ‘일하는 재미, 여성공무원으로 대우받는 보람에 빠져 객관적인 경력관리를 못한 것’이 옥의 티로 느껴진다고 한다. 과거 일에 파묻혀 7급 공채가 있는 줄도 몰랐다거나, 학위를 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점 등이 그것이다.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언니의 마음은 그래서 더 절실하다.

교육행정직 공무원은 각 학교에 파견돼 행정을 지원하는 교육 인적자원부 소속으로 우리나라 전체에 7207명이 있으며 이 중 1435명이 여성이다.

황오금희기자egalia2@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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