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계해서, 무시해서, 헤어지자고 해서” 여성 잔혹하게 살해하는 남성들
“훈계해서, 무시해서, 헤어지자고 해서” 여성 잔혹하게 살해하는 남성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0.06.02 18:29
  • 수정 2020-06-02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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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최신종 “여성이 훈계해 죽였다”
애인에 흉기 휘두른 남성 “이별 통보 했다”
한국여성의전화 2019년 언론보도 분석 결과
남편·애인에게 살해된 여성은 최소 88명
살인미수 포함하면 피해자 적어도 196명
절반 이상의 여성이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뉴시스·여성신문
여성을 살해한 남성들은 살해 동기를 살펴보면, 여성이 “무시해서” “이별 통보해서” “만나주지 않아서”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난다. ⓒ뉴시스·여성신문

 

전주와 부산 여성 2명을 나흘 간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최신종(31)이 범행 이유에 대해 “자신에게 훈계하고 무시했다”고 말했다. 지난 달 31일에는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해서” 살해한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여성을 살해한 남성들은 살해 동기를 살펴보면, 여성이 “무시해서” “이별 통보해서” “만나주지 않아서”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난다.

두 여성을 살해한 최신종은 2일 강도살인 및 시신유기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최신종은 지난 4월 14일 배우자의 지인인 A씨(34)를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뒤 살해하고 강변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달 18일 B씨(29)도 비슷한 수법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과수원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최신종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A씨에게 도박 빚이 있으니 갚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자 (나를) 훈계하고 무시하는 듯한 말을 했다”면서 “B씨와도 다툼이 있었는데 나를 훈계하는 듯한 말투가 나와서 순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1일에는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애인을 살해한 남성 C(26)씨가 구속됐다. C씨는 지난달 31일 새벽 1시께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애인 D씨의 집에 무단 침입해 흉기로 D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D씨의 아버지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C씨는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자 화가 나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최신종(31)은 최근까지 퀵서비스 배달업체의 대표로 있었다.
경찰이 공개한 최신종 사진.

 

“전화를 받지 않아서”, “데이트 요청을 거절해서”, “함께 있다가 귀가하려 해서”
“결별한 뒤 만나주지 않아서”, “피해자의 몸을 만지려다가 거부당해서”
“재결합을 거절해서”, “성관계를 거절해서”, “결별 후 다른 남자를 만나서”
“헤어진 여자친구가 300통에 달하는 전화와 문자에 답장하지 않아서”
“경찰에 신고해서”, “걸어오는 것을 보고 욱해서”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3월 발표한 ‘2019 분노의 게이지-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결과에서 드러난 가해자들의 범행 동기다.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8명에 이른다. 살인미수를 포함하면 피해여성은 적어도 196명이다. 최소 1.8일에 1명의 여성이 애인이나 배우자에게 죽거나 죽을 위기를 겪는다는 뜻이다.

가해자가 진술하는 범행 동기를 살펴보면, △피해 여성이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 58명(29.6%) △‘홧김에’·‘싸우다가 우발적으로’ 58명(29.6%)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 25명(12.8%) △‘자신을 무시해서’ 17명(8.7%) △‘성관계를 거부해서(성폭력)’ 3명(1.5%)으로 나타났다. 

2019년 언론에 보도된 범행 동기에 따른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 ⓒ한국여성의전화
2019년 언론에 보도된 범행 동기에 따른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이 말을 듣지 않았거나 가부장적인 성역할을 벗어나는 등 남성인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났을 때 남성은 이 여성을 ‘죽여도 된다’는 인식이 반영된 범행 동기”라고 분석했다. 단체는 “대부분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서 “그러나 재판부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거나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점 등을 이유로 감형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분석한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는 최소 975명이다. 살인 미수까지 포함하면 1810명, 피해자의 주변인까지 포함하면 2229명이다. 분석에 따르면 언론에 보도된 여성살해 피해자 수는 2012년부터 매년 2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처럼 많은 수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공식적인 통계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 짐작만 할 뿐, 여성 대상 범죄가 어떤 관계에서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 기본적인 실태조차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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