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정의한 ‘신혼부부 가구’ 논란
“혼인 7년 이하·여성배우자 연령 49세 이하”
국토부 관계자 “차별 의도 없다…
조사 대상 ‘가임기 여성’으로 정한 것”
여성에만 나이 제한 둔 성차별적 기준에
“여성이 애 낳는 기계인가” 비판 나와

국토교통부가 6월 1일 공개한 ‘2019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서 밝힌 ‘신혼부부 가구 기준’(위쪽 사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2016년 12월 29일 가임기 여성 인구수를 표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 홈페이지. 당시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 취급하느냐”는 비판을 받고 공개 하루 만에 폐기했다.
국토교통부가 6월 1일 공개한 ‘2019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서 밝힌 ‘신혼부부 가구 기준’(위쪽 사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2016년 12월 29일 가임기 여성 인구수를 표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 홈페이지. 당시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 취급하느냐”는 비판을 받고 공개 하루 만에 폐기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신혼부부 가구’에 대한 정의가 “여성 차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성 배우자의 연령에만 ‘만 49세 이하’라는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1일 전국 6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거실태조사는 지난 2006년부터 격년으로 진행해오다 2017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주택공급 확대정책 등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된다.

이번 조사 결과,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을 바탕으로 신혼부부·청년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이들의 주거 수준도 상당부분 개선됐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문제는 국토부가 여성의 나이를 기준으로 신혼부부 가구를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신혼부부 가구란, 혼인한지 7년 이하이면서, 여성배우자의 연령이 만49세 이하인 가구를 말함’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는 남성의 연령은 제한을 두지 않고 여성의 나이만 상한선을 두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한 국토부 홈페이지 보도자료 게시판에는 2일 오후 2시 현재 110개가 넘는 비판 댓글이 달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왜 여성만 나이 제한이 있는건지 이유를 알고싶다”(조**씨), “신혼부부 기준에 여성만 나이제한이 있는 것은 성차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행정이다”(신**씨), “신혼부부가구 기준 설정한 담당자 누구냐, 통계를 삭제해라”(류**씨), “임신 및 출산이 가능한 나이이기에 정한 거라면 국가가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 보는 거 아닌가? 기준 변경을 해야 한다”(김**씨) 등 비판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신혼부부는 아이를 낳아야만 한다는 인식이 그대로 담긴 실태조사라며 ‘가임기 지도’를 만들었던 정부의 행태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16년 행정안전부(과거 행정자치부)는 가임기 여성 인구수를 기준으로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만들어 공개했다가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 본다”는 비판에 직면해 하루 만에 삭제했다.

<여성신문> 취재 결과, 국토부도 주거실태조사 설계 시 신혼부부 가구 대상을 ‘가임기 여성’으로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주택정책과 전성환 사무관은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해서 신혼부부 가구를 정한 것으로 올해뿐만 아니라 예년부터 이 기준으로 신혼부부 가구를 조사해왔다”고 말했다.

전 사무관은 “주거실태조사는 전반적인 주거생활 환경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조사”라며 “신혼부부는 혼인한 지 7년 이하면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성의 연령은 49세 이상이어도 상관없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남성의 연령은 상관없다”고 답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소위 ‘가임기 여성’을 기준으로 신혼부부 가구를 정의했다는 것은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생각하는 정책 흐름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2018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산장려 정책에서 성평등으로 저출산 정책 방향을 전환했지만 국토부의 전반적인 기류가 여전히 과거 정책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부 정책의 방향 전환에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국토부를 총괄하는 장관이 이런 문제 의식에 갖고 바꿔나가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