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는 결혼 후엔 쉽게 제어할 수 없는 아내 같은 존재”(마흐푸드 엠데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조정 장관)

“코로나 봉쇄 기간 여성들은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고, 집에서도 화장을 하고 옷을 차려입는 게 좋다”(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 공식 홍보물 내용 발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정부 장관들이 최근 자국 시민들에게 잇따라 사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된 여성혐오적 홍보물과 언행으로 대중의 분노를 샀기 때문이다.

모하마드 마흐푸드 엠데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 조정 장관은 5월 26일 “코로나 바이러스는 결혼 후엔 쉽게 제어할 수 없는 아내 같다”고 말했다가 사과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모하마드 마흐푸드 엠데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 조정 장관은 5월 26일 “코로나 바이러스는 결혼 후엔 쉽게 제어할 수 없는 아내 같다”고 말했다가 사과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모하마드 마흐푸드 엠데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 조정 장관은 5월 26일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 한 행사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책을 설명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내와 같다. 결혼하기 전엔 그녀를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혼 후엔 아내를 정복할 수 없다. 쉽게 제어하려고 하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며 “남편은 아내와 화해해야 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계속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흐푸드 장관은 발언에 앞서 “루훗 판자이탄 해양투자조정장관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고 했다.

인도네시아 여성 단체들은 마흐푸드 장관의 발언이 ‘여성혐오’ 발언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인도네시아 여성연대 딘다 니사 유라 대표는 비판 성명에서 “마흐푸드 장관의 발언은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문제를 보는 관점이 얼마나 얄팍한지를 드러냈으면, 관료들의 성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면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권고사항’이라며 여성들에게 집에서도 화장하고 옷을 차려입을 것 등을 권고했다.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권고사항’이라며 여성들에게 집에서도 화장하고 옷을 차려입을 것 등을 권고했다.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권고사항’이라며 남성이 소파에 앉아 있는 그림과 함께, 남편이 집안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하지 말고 가르쳐주라고 여성들에게 권고했다가 비판을 받고 홍보물을 삭제했다. ⓒ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권고사항’이라며 남성이 소파에 앉아 있는 그림과 함께, 남편이 집안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하지 말고 가르쳐주라고 여성들에게 권고했다가 비판을 받고 홍보물을 삭제했다. ⓒ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권고사항’이라며 여성들에게 집에서도 화장하고 옷을 차려입을 것, 남편에게 잔소리하지 말 것 등을 권고했다가 빈축을 샀다.

지난 4월 초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여성 코로나19 예방(#WanitaCegahCOVID19)’ 해시태그와 함께 홍보물을 올렸다. 집에서 일할 때에도 편한 차림보다는 화장을 하고 옷을 갖춰 입을 것, 가족들을 무시할 정도로 오랫동안 재택근무를 하지는 않을 것, 남편이 잘못했을 때 ‘도라에몽 목소리’처럼 익살스러운 목소리와 말투로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잔소리를 피할 것, 남성이 집안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보다 가르쳐줄 것, 화가 나도 먼저 1부터 20까지 숫자를 셀 것 등을 권하는 내용이었다.

이를 본 말레이시아 여성들이 “코로나19 예방과 이런 성차별적 권고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 “가정폭력 대책이나 발표하라”라며 항의하자, 여성가족개발부는 홍보물을 삭제했다. 사이다투 아크마 하산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 장관은 “몇몇 권고가 부적절하다고 본 분들에게 사과드린다. 앞으로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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