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이 열렸다. 할머니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사리사욕을 위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했고 자신은 배신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당선자를 향해 “아직 그 사람은 자기가 당당하니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아요.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죠”라고 했다.

이번 2차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정신대와 위안부와의 관계다. 이 할머니는 “공장에 갔다 온 할머니하고 위안부, 아주 더럽고 듣기 싫은 위안부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 모임'이 생명을 걸고 끌려간 위안부를 정신대 할머니랑 합해서 쭉 이용했습니다. 위안부하고 정신대하고 어떻게 같습니까”라고 항변했다. 그동안 정신대라고 쓰고 위안부로 읽은 것에 대한 지적이다.

둘째, 세계 여성들에게 던진 한 맺힌 이야기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세계 여성분들한테 이 확실한 위안부가 ‘여러분들의 여자라는 두 글자가 손상을 입혔다는 게 참 죄송합니다’ 하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라고 했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가 위안부 문제를 잊으면 안 된다. 서로 서로 알려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부탁했다.

셋째, 향후 활동에 대한 방향성이다. 이 할머니는 ‘시민 주도 방식’, ‘30년 투쟁의 성과 계승’, ‘과정의 투명성 확보’라는 3가지 원칙이 지켜지는 전제하에 향후 활동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저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일본의 사죄와 배상 및 진상의 공개, 그리고 그 동안 일궈온 투쟁의 성과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두 가지는 꼭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했다고 했다.

이 할머니의 이런 절규와 부탁에 대해 일각에서는 “회견 배후설과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 이유로 “할머니가 실제로 작성한 기자 회견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든지 “이렇게 정제된 언어를 사용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이런 공격은 사태의 본질을 훼손하는 부당한 것이다. 한 정치학자의 지적처럼, “설사 누구의 조력을 받았다 해도 자연스러운 일”이며 “결국 최종 결정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할머니 스스로 결정한 게 분명한데도 배후조종 운운하는 건 곤경에 처한 진보 진영을 극구 방어하기 위한 물타기이자 자충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위안부 문제와 관련 줄기차게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강조했던 청와대는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표할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런 침묵은 “사회적 약자의 곁에 있겠다”는 문재인 정부답지 않은 행동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차 기자회견 후에도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다”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에게 묻는다. 2016년 10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졌을 때 민주당은 왜 사실 관계가 확인되기도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는가? ‘윤미향 농단 사태’와 관련해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 관계는 이렇다. 정의연 기부금 유용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문제를 제기했다. 친일, 반평화 세력이 윤 당선자와 정의연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또한 정의연과 그 전신인 정대협이 국가 보조금과 기부금을 받고 국세청에 공시 누락을 한 금액이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37억원에 달한다. 이번 총선에서 윤 당선인을 검증하고 공천한 곳이 민주당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 대표가 이번 사안에 대해 함구령을 내린 것은 공당으로써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장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면 국회 동의 없이 체포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을 염두에 두고 이런 행동을 한 것이라면 이는 국민과 이 할머니를 모독하는 것이다. 윤 당선인이 비겁하게 침묵하는 것은 지난 30년 동안 힘겹게 쌓아 올린 위안부 인권 운동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된다. 이제 윤 당선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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