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피해자?’... n번방 이후 10대 디지털 성범죄 상담 늘어
‘나도 피해자?’... n번방 이후 10대 디지털 성범죄 상담 늘어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0.05.27 11:38
  • 수정 2020-05-29 1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번방’ 이후 가해자 책임 묻는 사회 분위기에
자신의 피해 말하고 도움 청하는 10대 증가
부모들 상담도 늘어... 2차 피해 불안감 여전
최근 10대들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기관에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최근 10대들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기관에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채팅앱에서 만난 사람에게 제 몸 사진을 보낸 적 있어요. 제 사진도 텔레그램에서 유포되고 있는 건 아닐지 불안해요.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고 싶은데....”

“제가 몇 년 전 디지털 성범죄를 겪은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10대들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기관에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n번방’, ‘박사방’ 등 잔혹한 성착취 범죄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10대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나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에 도움을 청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0대들 상담건수 평소보다 2~3배 늘어”
‘n번방’ 이후 가해자 책임 묻는 사회 분위기에
자신의 피해 말하고 도움 청하는 10대 증가

최근 디지털 성범죄 상담 건수는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발표한 최신 통계를 보면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한 상담 건수는 지난 2월 227건에서 3월 한 달간 330건으로 늘었고,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상담 건수는 같은 기간 448건에서 573건으로, 피해촬영물 삭제 건수는 3013건에서 4096건으로 증가했다. 박성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팀장은 “실적 집계 중이라 정확한 수치를 말할 순 없으나 최근 10대들의 상담 건수가 급증해 평소의 2~3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나라에 상처준 박사방’ 25일 오전 종로경찰서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물 제작,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중앙지방검찰정으로 이송됐다. 기본소득당 당원들은 이날 종로경찰서 앞에 모여 '공범자도 처벌하라', '당신도 피해자만큼 고통을 겪어야지' 등의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 참가자는 구호를 외치며 울먹이기도 했다.  ⓒ홍수형 기자
‘나라에 상처준 박사방’ 25일 오전 종로경찰서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물 제작,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중앙지방검찰정으로 이송됐다. 기본소득당 당원들은 이날 종로경찰서 앞에 모여 '공범자도 처벌하라', '당신도 피해자만큼 고통을 겪어야지' 등의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 참가자는 구호를 외치며 울먹이기도 했다. ⓒ홍수형 기자

낮아지는 피해자의 연령대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다만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에 많게는 수십만 명이 가담한 일이 드러나면서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10대들에게는 좀 더 당당하게 디지털 성범죄 경험을 알리고 도움을 청해도 괜찮다는 용기를 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권주리 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기존에는 성착취 피해 청소년에게 ‘비행 청소년’ 낙인을 찍는 일이 허다하지 않았나. 그런데 ‘n번방’ 이후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언론 보도가 늘면서, 요즘은 과거 자신이 겪은 피해를 이야기하고, 이제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10대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권현정 탁틴내일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n번방’ 사건 이후로 10대들이 디지털 성범죄에 민감해졌고, 그래서 상담소를 찾는 비율도 증가한 듯하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상담 요청도 늘었다. 권 부소장은 “부모들이 ‘아이가 채팅앱으로 누군가에게 자기 사진을 보낸 것 같다. 아이 사진이 온라인상 유포됐는지, 유포자를 처벌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등 문의하는 사례가 늘었다. 그러나 유포 사실이 확인돼도, 내 아이의 신상과 사진·영상이 외부에 공개돼 2차 피해를 겪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내 아이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하는 죄책감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디지털성범죄, 초기 대응이 핵심...망설이지 말고 도움 청하세요”
http://www.womennews.co.kr/news/199414

불법촬영물 유포, 유포 불안, 온라인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다음 기관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여성긴급전화 1366 (국번없이 1366)
-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02-735-8994, www.women1366.kr/stopds)
- 십대여성인권센터 (카톡 cybersatto, 010-8232-1319, www.teen-up.com)
- 탁틴내일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02-3141-6191)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02-817-7959, hotline@cyber-lion.com)
-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02-312-8297)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