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공수처 출범 열쇠는 공수처장 인선
“야당 목소리 경청할 필요있다”
21대 국회 청탁입법 막으려면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필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홍수형 기자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공수처 수장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정치적 독립성’을 꼽았다. 그는 “수사능력이나 정의감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강한 신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수형 기자

 

검찰 개혁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초대 공수처장 인선은 초미의 관심사다. 초대 공수처장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판검사 등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를 수사하게 될 공수처의 위상과 역할을 상징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초대 공수처장에 여성 법조인이 임명될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위한 밑작업을 시작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변협 회장은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에 정해진 7명의 추천위원 중 한 축이다. 초대 공수처장 인선 작업에 참여하는 이찬희(56)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공수처 수장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정치적 독립성’을 꼽았다.

“공수처는 우리 역사상 처음 도입되는 제도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특수한 제도입니다. 권력에 휘둘려왔던 검찰 개혁이라는 목적에서 공수처가 도입됐지만 오히려 가장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수사능력이나 정의감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강한 신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독립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변협 회장을 비롯해 법무부장관과 법원행정처장, 여당 추천 인사 2명, 여당이 아닌 원내 교섭단체 추천 인사 2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공수처장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후보자 2명 중 1명을 지명한다. 공수처장 지명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공수처는 예정대로라면 7월 15일 출범한다. 그동안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검찰총장 후보자 등에 대해서도 법조계 의견을 수렴해 후보자를 추천해 온 변협은 이번에도 일정에 맞춰 후보자 추천을 위해 의견 수렴 작업을 진행했다.

이 회장은 “후보자 추천위원 7명 가운데 6명 이상이 동의해야 최종 후보자 2명이 결정된다”면서 “추천위에는 여당 추천위원 2명과 야당 교섭단체의 추천위원 2명도 포함돼 있어 야당의 동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한다면 공수처장 임명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정 세력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인물보다는 어느 쪽도 공감하는 인물이 돼야 합니다. 공수처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돼야 하는데, 그래서 공수처장의 임명과 공수처 조직 운영에 있어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22일 오후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이찬희 회장은 "법안을 만들 때 어떤 특정한 직역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은 지역의 대표는 되지만 국민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 전체 국민을 위해서 헌법의 틀 안에서 법안이 제정 되어야 한다"며 21대 국회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22일 오후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이찬희 회장은 "법안을 만들 때 어떤 특정한 직역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은 지역의 대표도 되지만 국민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 전체 국민을 위해서 헌법의 틀 안에서 법안이 제정 되어야 한다"며 21대 국회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위헌성 내포한 법안 ‘필터링’ 필요

이 회장은 21대 국회에서 위헌적인 법률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심사 권한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상임위 권한의 우열 문제가 아니라 국회가 합헌적인 법률을 만드는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권한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국회를 보면 국회의원이 특정한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청탁입법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법안이 있었습니다. 청탁입법은 해당 법안에 매몰되어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을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위헌성을 내포한 법안을 최종적으로 필터링하는 기능을 가진 법사위의 체제·자구심사권은 유지돼야 합니다.”

앞서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폐지를 내걸었다. 신속한 법안처리를 유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법사위에서 본질적인 부분이 수정되거나 이해관계에 따라 의도적으로 계류시킨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일부에서 별도 조직에서 위헌성을 심사하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하지만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이 헌법정신의 틀 안에서 정치적인 고려를 하는 것과는 천양지차”라며 “그러한 주장은 국회의 기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홍수형 기자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홍수형 기자

 

변협 첫 여성 사무총장 임명도

변호사를 대표하는 최대 단체인 변협은 이른바 ‘사법 농단’ 사태와 그로 인한 법조계의 신뢰 추락, 유사직역 문제로 내우외환을 겪었다. 이 회장은 “정말 암담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어려운 시기였던 지난해 2월 변협 50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법연수원 30기인 이 회장은 서울 용문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1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며 서울변회·대한변협 재무이사, 대한변협 인권위원 등을 지냈다. 2017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지지를 받아 서울변회장이 됐다. 2019년 변협 회장에 당선될 때는 변호사 직역 수호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그는 취임 직후 협회의 살림을 총괄하는 사무총장 자리에 협회 사상 처음으로 여성(왕미양 변호사)을 임명했다.

“현재 변협에 등록한 전체 변호사 2만8356명 중 여성 변호사가 8338명입니다. 사무총장에 여성이 임명될만한 충분한 여건이 조성됐습니다. 법조계 최고위직인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에 여성 진출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도 ‘유리천장’이 존재합니다. 변협은 이러한 장벽이 완전히 없어지는 날까지 한국여성변호사회를 적극 지원하며, 여성변호사의 활발한 사회활동에 디딤돌이 되겠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 1년 4개월 동안 “정말 쉬지 않고 쥐어짜듯이 일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했다. 특히 이 회장은 “20대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불합치결정에서 지적한 위헌성이 그대로 담긴 세무사법 개정안을 막아낸 일이 가장 의미있는 직역 수호”라고 했다. 그는 남은 임기동안 “첨예하게 대립하며 갈등하는 사회문제에 대해 균형있는 목소리를 내면서 우리 사회가 중심을 잡아가는데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