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전 세계 온라인 아동·청소년 성착취 증가
드라이브 스루·배달 방식 아동 성매매부터
채팅방 성착취 유포·성학대 생방송까지
범죄 수법도 달라져

ⓒ 이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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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브라질에서는 드라이브 스루와 배달 서비스 방식을 도입한 아동 성매매가 포착됐다. 필리핀에서는 자기 아이들을 카메라 앞에 세워 ‘성학대 생방송’으로 돈을 버는 가족들이 생겨났다. 홍콩, 인도에서는 우리나라의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과 빼닮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일어나 경찰이 수사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성착취 범죄는 멈추지 않는다. 범죄자들은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운 온라인으로 향했다. 범행 수법도 다양해졌다. “사이버 범죄자들은 코로나19 위기를 악용해 다양한 사기와 공격을 저지르는 데 가장 능숙한 범죄자들”(유로폴, 4월 3일 리포트)이라는 경고가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특히 아동·청소년을 노린 성착취 범죄가 ‘진화’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에서는 아동 성매매에 ‘드라이브 스루’와 배달 서비스 방식을 적용한 사례가 발견됐다.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성매매 장소로 찾아가는 대신, 가해자의 승용차나 집에서 ‘편리하게’ 범행할 방법을 찾아낸 셈이다.

필리핀에서는 ‘아동 성학대 생방송’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3월부터 전국에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수입이 끊긴 사람들이 자기 아이들을 카메라 앞에 세워 방송 한 건당 100달러를 받고 있다. 국제 인권보호단체인 ‘국제정의단’(IJM)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아동 성착취에 사용된 IP 주소 개수는 2014년 2만 3333개에서 8만1723개로 늘었고 매년 증가 추세다.

홍콩, 인도에서는 최근 우리나라의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빼닮은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했다. 지난 14일 홍콩스탠더드 보도를 보면, 홍콩 경찰은 남성들이 텔레그램 회원제 채팅방에서 미성년자 등의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인도에서는 10대 남성이 또래 고교생 100여 명과 함께 인스타그램 대화방에서 10대 여성의 사진을 유포하고 집단 성폭행을 모의한 등의 혐의로 구금됐다고 지난 6일 NDTV 등 인도 언론이 전했다.

스웨덴에서도 최근 온라인상 아동 성착취 모의 정황, 아동의 성적 영상물 유포 사례가 늘면서 아동단체들이 잇따라 아동 성학대 전담 상담 창구를 개설했다. 태국 상황도 다를 바 없다. 경찰 아동·청소년 대상 사이버 범죄 TF는 “아동·청소년이 피해자인 디지털성범죄 신고가 매일 들어오고 있다”고 지난 3월 말 밝혔다. 당시 태국 경찰 집계 기준으로 가장 어린 피해 아동의 나이는 8살이었다.

일부 남성들이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데 이용하는 해외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은 독일 Telegram Messenge LLP사가 개발, 운영 중으로 강력한 암호화 기능과 보안을 갖추어서 역추적이 어렵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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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물 제작·유포 쉬워진 시대

학교 못 가고 돌봄 사각지대 방치된 아이들

온라인 성착취 앞 무방비 노출돼

“오늘의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

내일의 성매매 관광 된다” 우려도

초고속 인터넷망과 스마트폰, 웹캠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성착취 영상물 제작과 유포는 더욱 손쉬워졌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동·청소년들이 늘어난 것도 범죄 증가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유니세프 통계에 따르면 최소 전 세계 165개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았다. 가족이나 친지 등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학교에서 최소한의 관심과 돌봄을 받던 취약계층 아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더 소외될 수 있다. 아이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에 비례해 성착취 범죄 노출 가능성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갈 데 없고 빈곤한 아동·청소년의 처지를 악용한 성착취 범죄가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더 늘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리스가 바로 그런 사례다. 2010년 그리스 국가파산 위기 후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리스에 사는 이주아동·청소년 중 1000명 이상이 홈리스 신세다. 이들은 ‘미등록’ 신분이라 교육이나 돌봄 서비스를 받을 기회도 적다. 먹을 것과 잘 곳을 구하려고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택하는 아이들이 늘었다. 특히 10대 소년들이 채팅앱·SNS에서 자발적으로 성착취 가해자를 만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를 노린 범죄 수요가 치솟으면서 그리스와 타국을 잇는 ‘성매매 관광’도 등장했다.

“오늘의 아동·청소년 온라인 그루밍 범죄가 내일은 성매매 관광이 된다. 가해자들이 일단 온라인으로 피해자와 접촉하고 나면 오프라인에서도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진다.” 국제 아동청소년 성착취 근절 네트워크 ‘엑팟 인터내셔널(ECPAT International)’은 지난달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가해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 (...) 그들은 새로운 성착취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 이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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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ODC “감염병 위기 속에서도

필수 피해 상담·보호·지원 서비스 유지해야”

꼼꼼한 모니터링, 초기 개입과 관리는 범죄 피해 예방의 한 축이다. 그러나 각지에서 봉쇄나 이동 제한령, ‘비필수 의료서비스’ 제한 조처가 내려지면서 피해자들이 쉼터나 병원 등의 시설을 이용하기가 어려워졌다. 많은 민간 지원단체들이 온라인 성착취 범죄 모니터링과 아웃리치 활동, 24시간 상담서비스 운영 등을 이어가고 있지만,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단체 활동 중단 권고로 어쩔 수 없이 근무 인원을 줄이거나 서비스를 축소한 사례도 많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 속에서도 아동·청소년이 무방비로 범죄자들의 손아귀에 떨어지지 않도록 각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지난 6일 각국 정부에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지원 시설과 긴급전화 연락망은 유지하고, △피해자들의 사법 접근성을 보장하고, △피해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필수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다양한 계층의 아동·청소년들이 살아가는 여건이 어떤지를 깊이 살피고, 이들의 권리를 제고하기 위한 법제도를 만들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지난달 9일 ‘코로나19와 아동권리’라는 제목의 글에서 “각국 정부는 감염병이 확산하는 동안 아이들을 긴급하게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책임을 질 뿐만 아니라,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이 위기가 끝나고도 오랫동안 아동의 권리를 드높일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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