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여성의 낮은 대표성, 누적된 차별의 결과
[여성논단] 여성의 낮은 대표성, 누적된 차별의 결과
  • 김양지영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 승인 2020.05.21 09:45
  • 수정 2020-05-21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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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여성신문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국회 부의장에 김상희 의원이 추대돼 사실상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 부의장이 탄생했다. 그 계기로 지금까지 국회의장단에 여성이 한명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회의장단은 선출직으로 국회의원의 80%이상이 남성이었던 환경에서 여성 국회의원이 선출되기란 쉽지 않다. 21대 국회에서 여성의원비율이 19%로 지난 20대 17.1%보다 높아졌지만 그 변화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16대 5.9%에서 17대 13%, 18대 13.7%, 19대 15.7%였다. 2019년 국제의회연맹(IPU)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회의원비율은 세계 193개국 평균 24.3%보다 크게 낮아 순위로 본다면 121위이다.

문제는 국회의장단이 선출직이라는 점이다. 모두 남성인 국회의장단은 읍·면·동의 하부조직인 ‘리’의 대표인 이장과 비슷한 점이 많다. 이장은 마을의 리더로 이장도 선출직이기 때문이다. 2017년 현재 충청남도 15개 시·군의 이장 중 여성은 5.6%로 총 4,334명 가운데 242명에 불과하다. 농촌지역의 낮은 여성대표성은 전통적인 가부장제가 여전히 굳건히 남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모 지역 여성이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자신이 얼마나 험난한 과정으로 이장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했다. 1가구 1투표권이 있는데 보통 남성들이 투표권을 행사해오다보니 남성 이장들이 뽑혀왔다고 한다. 마을 여성들이 ‘이번에는 바꿔보자’고 합심해 이장선거가 있던 날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남성 배우자들이 마을회관에 오지 못하게 하고 여성들이 가구를 대표해 투표권을 행사해 여성이장을 봅았다. ‘도대체 이장이 뭐길래?’라는 질문이 생길 정도이다. 이장은 매달 20만원의 기본수당과 상여금, 자녀장학금 등과 같은 혜택이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지역사업과 관련한 많은 정보를 가진다. 이장들이 이장직을 놓지 않고, 이장직이 남성에서 남성으로 대물림하는 걸 보면, 같은 선출직인 국회의장단 선출직은 오죽하겠는가란 생각이 든다. 정말 국회의장단 선출직은 치열할 것 같다. 이장 선출에 대해 성별에 따른 최저임용률을 도입할 것을 제안하지만 이장의 성비불균형에 대한 문제인식을 갖는 일부 지역은 여성이장일 경우 사업공모 등을 할 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유도하는 수준이다. 이장의 성비 불균형에 대해 대부분이 선출직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선출직이란 기본조건은 절대 불변의 어떤 원칙처럼 굳어져 있다. 이장을 선출직으로 한 초기의 타당한 근거가 있었겠지만 언제든지 그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그 원칙은 수정되어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현행 제도가 인구의 반인 여성의 정책욕구를 수렴해낼 수 없다면 여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연속선상에서 정책적으로 일정기간 여성비율을 할당해야 한다고 말하면 ‘역차별’이라고 말한다. 과연 적극적 조치(할당제)가 역차별인가?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0년 세계 성격차지수에서 한국은 149개국 중 108위이다. 성격차 지수는 한 나라안에서 여성과 남성간의 격차를 보여준다. 한국의 성격차의 주요한 원인은 대표성과 경제활동 부분이다. 특히나 여성의 대표성이 낮게 나타난다. 대표성에는 국회의원 성비, 5급이상 공무원 및 관리자 성비, 장관급 성비, 지난 50년간 국가수장(총리이상) 재직기간 성비가 포함된다.

세계 성격차 지수를 발표한 세계경제포럼은 현행 수준이라면 성평등을 이루는데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그럼 100년 동안 지금의 속도로 천천히 성평등을 이루면 될 것인가? 그 사이 여성 국민으로서 갖는 다양한 정책 욕구 등은 어떻게 실현시켜낼 것인가? ‘남성들이 여성들을 잘 대변하면 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남자로 태어나느냐, 여자로 태어나느냐에 따라 삶이 크게 달라지는 성별화된 사회이다. 이것은 마치 백인이 흑인을 대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흑인으로 태어나느냐, 백인으로 태어나느냐에 따라 삶이 너무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낮은 여성 대표성은 차별의 징표라고 볼 수 있다. 바로 ‘과거로부터 누적된 차별의 불평등 효과’가 바로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낮고 국회의장단에 여성 국회의원이 한번도 없어왔던 것은 바로 과거로부터 누적된 차별의 불평등 효과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수정해내기 위해 성별 불균형이 현저한 영역은 차별의 결과로 판단하고 한시적으로 적극적 조치를 한다. 국회는 그 어느 곳보다 국민의 반인 여성의 정책욕구를 잘 반영하도록 노력해야하는 곳이다. 국회의장단 뿐 아니라 여성대표성이 낮은 영역에서 이를 수정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김양지영 여성학자
김양지영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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